“어린 청소년들 겨냥 술 가르치자는 건가”
맛·외양은 소다 같지만
마시면 술 한잔하는 기분
최근 소녀들도 많이 찾아
시민단체들 우려 목소리
새크라멘토 인근 엘크 그로브 고등학교 3학년인 지미 조던은 3년 전 친구들과 함께 비디오를 보다가 한 친구의 충동으로 ‘스머노프 아이스’를 처음 마셔봤다. 맛이나 외양은 소다 같지만 칵테일 기분을 낸, 시중에 나와 있는 수십종의 가미 알콜성 음료중 하나였다. “‘스프라잇’에 ‘세븐업’을 조금 탄 것 같은 맛으로 술맛은 전혀 안났다”고 조던은 말한다.
‘마익스 하드 레모네이드’‘바카르디 실버’‘지마’ 같은 제품이 청소년, 특히 술맛은 싫지만 호기심은 많은 소녀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라고 보건 관계자들은 말하는데 그런 음료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 또한 커가고 있다. 청소년 상담가, 주의원 등 비판세력은 그런 제품들 때문에 청소년 음주가 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엘리아나 얜거가 캘리포니아주 조세형평국 청문회에서 10대들을 대상으로 팔리고 있는 비슷한 포장의 가미 맥아음료(오른쪽)와 에너지 드링크(왼쪽)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주정부의 후원을 받아 10대들에게 건전한 라이프스타일을 권장하는 단체 ‘캘리포니아 프라이데이 나잇 라이브’ 대표 짐 쿨러 박사는 그런 음료들은 “과도기 훈련용 맥주로 10대 청소년들을 술과 친숙해지게 만들기 위한 교활한 책략”이라고 지적한다. 쿨러 박사의 지도로 캘리포니아의 몇몇 청소년 단체들은 알콜성 음료에 세금을 매기는 주조세형평국에 주정이 들어 있지만 맥주로 팔리고 세금도 그에 맞춰 내는 음료에 대해 더 엄격한 규정을 적용할 것을 요구해오고 있다.
메인주는 이미 ‘알코팝스’ ‘플레이버드 몰트 베버리지’로 알려진 이런 음료를 하드 리커로 분류하고 있으며 알래스카, 일리노이, 네브래스카에서도 비슷한 제안이 돼 있다. 캘리포니아도 일련의 청문회를 열고 있으므로 여름이 끝날 때 쯤이면 더 엄격한 규정이 생길 수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하드 리커로 분류되면 알콜성 음료들은 세율이 현재 갤런당 20센트에서 3달러30센트로 뛰어 올라 값이 비싸지므로 청소년들이 구입하기 어려워지고 캘리포니아주 내 2만4,000여개 편의점에서도 팔리지 못하게 된다.
소기업주, 가미맥아음료연합, 기타 업계단체 등 캘리포니아에서의 이러한 노력을 저지하려는 사람들은 이 음료를 둘러싼 논란은 심각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스머노프’ 제조사인 세계 최대의 주류제조사 중 하나인 ‘디아지오’의 개리 갈라니스 대변인은 가미맥아음료는 주정 농도가 5~7%로 4~6%인 맥주 정도 강하지만 증류가 아니라 발효한 것이며 음료 속의 알콜은 하드 리커가 아니라 첨가된 플레이버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제품의 성격을 새로 규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성년 음주에 대해 연구하는 공중보건단체 퍼시픽 연구평가연구소의 변호사 짐 모셔는 이들의 주장은 법적으로는 하찮은 문제라고 반격한다. 시작이 문제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나온 제품에 알콜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
<캘리포니아주 디슨의 한 편의점 냉장고에 진열된 알코팝스 음료들>
가미 알콜 음료는 수십년간 판매되어 왔다. 1980년대부터 와인 쿨러 시장이 크게 확대됐고 1990년대 들어서는 와인에서 맥주로 기반이 변화하고, 레모네이드, 차에까지 알콜이 든 플레이버가 첨가됐다. 연방통상위원회는 2003년 업계가 의도적으로 미성년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많은 부모 및 반대파들은 가미 알콜성 음료 광고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제품 자체는 물론 색깔, 이름 등등이 모두 10대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방보건후생부는 21세미만 청소년 중 음주 인구가 1,0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어림잡고 있다. 미시건 대학이 연방 자금지원을 받아 400개 이상 학교에 재학중인 학생 5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06년에 8학년생의 26.8%, 10학년생의 48.8%, 12학년생의 54.7%가 한개 이상의 알코팝스를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새크라멘토의 매클래치 고등학교 학생들은 음주가 흔한 것은 인정하지만 알코팝스는 다른 술이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마시는 것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고교생들은 취할 목적으로 마시는데 알코팝스는 너무 약하기 때문에 그보다 위스키나 보드카를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주류업계도 미성년 음주의 진짜 문제는 알코팝스가 아니라 알콜의 입수방법이라고 주장한다. 21세 이상 형제자매나 부모에게서 술을 손에 넣는 미성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아지오는 20개 주에서 관계 입법을 적극 후원하고 있으며 애리조나, 콜로라도, 버지니아에서는 이미 통과됐다. 그 법안들은 제품에 대한 규제 강화 대신 알콜을 제공하는 성인을 처벌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주류업계도 캘리포니아에서만큼은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2005년에 알코팝스를 맥주로 규정하려는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2006년에도 열띤 공개 논의가 이어졌지만 업계에 대한 지지는 별로 없고 알코팝스에 불리한 법안 2개가 지난 2월에 새로이 상정됐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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