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미가정상담소에서 주최한 ‘사춘기 자녀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세미나’에 참석해서 한인 부모님들에게 ‘게임중독’을 주제로 강연한 적이 있었다. 질의응답시간에 한 어머님은 15세 자녀에게 “생일선물로 무엇을 원하니”하고 물으면 “24시간 동안 게임을 하게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게임문제가 심각하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주말에는 10시간씩 게임을 하고 어쩌다 게임을 자제시키면 집을 나가겠다는 말을 해서 차라리 자녀의 게임을 묵인해주고 함께 편안하게 살자 식으로 되어가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며 울먹이셨다. 이 말을 들은 대부분 부모님들도 공감을 나타내며 자신들의 체험담을 들려 주었다.
타주에 사는 부모님들도 “아이가 하루 종일 게임에만 빠져서 지내니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상담전화를 걸어온다. 이렇게 한인 학생들의 게임문제는 1990년대 청소년 마약문제보다도 더 심각한 실정인데도 정작 부모님들은 그 실상을 잘 모르거나 방관하는 경우가 있어서 안타깝다.
요즘 학교 상담선생님들 마저 등교학생들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고 잠에 취해 있어서 처음에는 마약문제로 생각 했었지만 하루에 7~8시간 컴퓨터 스크린을 보고 밤새도록 게임을 해서 그런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특히 한인 학생들이 타 인종 학생들보다 더 많이 게임에 빠져 있다는 지적도 한다.
게임으로 공부는 물론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는 것도 문제지만 어려서부터 승부욕과 내기에 대한 강박관념을 형성시켜주는 것이 후일 큰 문제거리가 된다. 게임에 빠졌던 청소년들이 대학에 들어가서 학비를 융자받거나 취직을 해서 돈을 만지면 카지노나 온라인 도박으로 비화될 위험이 아주 높아서 곧바로 도박중독자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렇게 청소년들의 게임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고 평생중독으로 이어지는데도 부모들의 관심은 저조한 실정이다. 40대 이상 한인들 중에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부모들이 많은 것도 자녀들의 게임을 막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부모들이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으니 자녀가 온라인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고 인터넷을 잘못 사용하면 얼마나 위험한지도 이해할 수 없다.
부모의 인터넷 부작용에 대한 사전 교육이나 숙지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자녀에게 인터넷을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문제 수습이 어려워 졌다. 현재 가장 잘 알려진 건전한 인터넷 사용방법 중 하나는 거실에 컴퓨터 1대만 놓고 가족 모두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일단 자녀의 방에 컴퓨터와 DSL 모뎀을 설치해 주고 나면 자녀가 밀폐된 공간에서 혼자 무엇을 하는지도 잘 모르며, 공부 대신에 게임을 하거나 심지어는 음란물을 보는 것이 발각되어도 자녀의 완강한 반항 때문에 컴퓨터를 밖으로 내놓기란 힘든 일이다.
한 어머님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게임에 빠져 있어서 걱정을 하던 차에 다행히 이사를 하게 되어 이때다 싶어서 컴퓨터를 거실에 놓고 부터 아들이 게임을 멀리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실제 체험담을 들려준다. 또 두 남자 학생을 둔 한 아버님은 자녀들이 게임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가족간에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으며 특히 주말에는 인기 드라마를 빌려다가 아이들과 함께 시청했더니 게임보다는 연속 드라마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좋은 아이디어도 알려준다.
10대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다른 가정들의 게임문제와 회복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자녀의 게임중독 증상에 위기의식을 갖고 인터넷을 건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기울여야만 할 때이다.
이해왕 선교사 한인 중독증 회복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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