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몇 년 전 정치인들이 앞 다퉈 야자수 오일 사용을 권고했다. 정부는 야자수 오일만을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를 고안했다.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면서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에 솔깃했다. 석탄을 때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뿜어내는 것보다 한결 환경친화적이란 점에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지난해 과학자들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오일 야자수 농장에 대한 면밀한 연구를 하면서 오일 야자수 재배가 예기치 않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지구보호가 아니라 지구환경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사랑받던 오일 야자수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환경오염 적다” 지난 20년간 유럽에서 지속적 인기
환경단체, 야자수 재배과정서 이산화탄소 대거 방출 발견
1985~2000년 인도네시아 삼림 87% 훼손 ‘득보다 실’
유럽연합, 야자수 등 생물연료 정부지원 재검토 착수
유럽에서 물밀듯 쇄도하는 주문을 대기 위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농장들은 오일 야자수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결과는 동남아 각국의 삼림훼손이다. 옥토가 마구 깎여나가고 땅은 비료로 뒤범벅됐다. 다른 곡물을 생산하던 땅도 오일 야자수를 재배하는 땅으로 변했다. 당장 눈앞에 수익이 이처럼 생태계의 대혼란을 야기했다.
동남아시아의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에는 토탄 지역(peatland)이 많다. 이산화탄소를 대거 함유하고 있는 토탄 지역은 물이 90%이다. 이 물을 농부들이 빼낸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방출된다. 게다가 농부들은 이 땅에 야자수를 심기 위해 토지를 말끔히 태운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는 다시 한 번 대기를 감싼다.
<말레이시아 인부가 오일 야자수를 압축공장으로 옮기기 위해 트럭에 꾹꾹 눌러 쌓고 있다>
세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미국, 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지구온난화 주범국가가 된 것이다. 이같이 심각한 국면을 국제환경보호단체 ‘웨트랜즈’가 최근 발표한 연구논문에 자세히 나와 있다. 이 단체의 대변인 알렉스 카트는 “애당초 오일 야자수의 긍정적 측면이 이러한 삼림 및 토지 훼손으로 가려지게 됐다”고 했다.
오일 야자수 등 생물연료에 대한 기대가 그 부작용 부각으로 희석되면서 그동안 생물연료 개발에 쏟아온 정부기금 등 지원이 전면 재고될 상황에 처했다. 유럽연합은 회원국들로 하여금 2010년까지 운송수단의 5.75%를 생물연료로 움직이게 하는 생물연료 지침을 2003년 마련했으나 환경문제를 감안해 이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는데 되레 역효과만 야기한다고 하니 당연한 수순이다.
유럽 에너지국의 피터 젠슨은 “생물연료를 생태계의 순환을 고려해 생산하면 화석연료에 비해 이산화탄소 방출을 90%까지 줄일 수 있지만 너도나도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생물연료 생산에 몰두하면 화석연료보다 이산화탄소 방출량이 20%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생물연료에 대한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네덜란드는 생물연료 가운데서도 어떤 것이 제 효과를 발휘할지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 연료를 생산하면서 동시에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생물연료 말이다. 그래서 유럽으로 수입되는 오일 야자수의 현지 생산과정을 직접 파악하기로 했다.
영국의 환경단체인 ‘생물연료워치독’은 “생물연료를 무조건 재생연료로 규정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했다. 생물연료 생산과정에서 환경오염 요소가 어느 정도 있는지 파악한 뒤 이를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어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같은 오일 야자수 생산국가들이 야자수 생산으로 인해 야기하는 환경오염은 이 야자수 수입국가의 책임이기도 하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며 지구온난화가 지구촌 전체가 공동책임 질 일이라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지난 20년간 오일 야자수 인기가 치솟았다. 처음에는 식용과 화장용으로 쓰였으나 최근엔 대부분 연료로 사용된다. 야자수 오일은 전 세계에 식용유 시장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야자수 오일은 태울 때 다른 식물에 비해 단위 당 오일 방출량이 가장 많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디젤 연료 대신 야자수 오일이 사용된다. 물론 네덜란드는 아예 전기 사용을 권장하지만 말이다.
<말레이시아 콸라룸프르 교외에 있는 오일 야자수 재배지. 오일 야자수는 유럽에서 인기가 좋아 지난해 90억 달러어치나 수출돼 신기록을 세웠다>
네덜란드는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야자수 오일 수입을 늘려 왔다. 지난해 170만톤을 수입했다. 유럽국가들 가운데 최대이다. 전년도에 비해 2배나 증가한 수치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지구의 허파인 삼림이 빠른 속도로 훼손되고 있다. 1985년부터 2000년까지 인도네시아의 삼림 87%가 망가졌다. 야자수 재배 탓이다. 지난 8년간 야자수 재배 토지가 118%나 증가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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