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넓히고 경쟁력 키울것
2000년대 전반기 유례없는 호황 속에 초고속 성장의 단맛을 봤던 한인 은행권의 양상이 최근 달라지고 있다. 부동산 냉각 등의 여파로 은행들이 성장 곡선이 뚜렷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인력난과 제 살 깎기 경쟁 등 문제들이 심화되면서 이제는 ‘생존을 위한 변화’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이 됐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지도 모르는 여건 속에서 한인 은행들은 어떤 전략을 모색하고 있을까. 한인 은행장들로부터 현재 한인 금융시장에 대한 진단과 변화의 비전을 들어보기 위해 윌셔은행 민수봉 행장을 만났다.
‘지역적 광역화’로 블루오션 찾아야… 한인시장 대출 수요 관건
민수봉 행장은 “금년도는 은행들 모두 힘들 것이다”라는 말로 운을 뗐다. 지난 13년간 줄곧 한인 은행의 수장직을 지키며 현재 최장수 행장으로 꼽히는 그도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민 행장이 이끄는 윌셔은행은 금융시장 여건 변화 속에 한인 은행들이 엇갈린 실적을 냈던 작년 한 해 동안 총 자산이 20억달러를 돌파하며 전년 대비 20.5% 증가를 이뤘고 예금과 대출 부문에서도 24% 안팎의 성장률을 보이며 한인 상장 은행들 중에서는 가장 고른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성장률 20%대 성취가 쉽지만은 않을 거라는 게 민 행장의 전망이다.
따라서 적정 성장을 유지하며 수익성 위주의 내실을 다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민 행장을 이를 위한 향후 전략을 지역적 광역화와 내부 경쟁력 키우기에서 찾았다.
“이제 규모 성장만을 추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지역적인 외연 확대와 내부적으로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 이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민 행장은 “현재 기존 남가주 지역 한인 금융 시장은 대출 수요 증가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한인 금융권으로의 자금 유입은 많아지겠지만 대출 수요가 이를 받쳐주지 못하면 지나친 유동성으로 인해 결국 프라이싱만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인 경제는 이제 매우 다양화되어 미국 경제와 함께 맞물려 돌아가고 있고 한인 커뮤니티의 금융 자산 규모는 미국 전체로 4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쟁이 극심한 곳에서만 머무를 게 아니라 지역적 광역화를 통해 블루오션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고기가 많은 어장에 나가 투망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민 행장은 이같은 경영 방침의 기반을 이미 지난해부터 닦고 있었다. 발 빠르게 뉴욕 지역 진출에 나서 작년 5월 리버티은행을 인수·합병한 게 주효했다. 윌셔 합병 후 기존 리버티은행의 자산이 반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어났고 현지 대출도 세 배 가까이 신장시켰다.
이같은 뉴욕 거점을 바탕으로 현지의 기존 은행 지점 인수를 통해 5월말까지는 뉴저지 금융 시장 입성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는 뉴욕 지역 한인 밀집지인 플러싱에 제2지점을 추가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민 행장은 이같은 니치 마켓을 지속적으로 개발해나가면서 내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직 다변화를 주요 경영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어 이제 한 부문에 하나의 팀만을 운용하는 것 보다는 같은 분야를 다수의 팀으로 분화시키고 동종 조직끼리 내부적으로 선의의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는 인력 운용에서 역량 유실로 인한 공백을 쉽게 메꿀 수 있는 장점도 있죠”
민 행장은 이와 함께 “은행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인력 보강 차원에서 능력과 경험을 겸비한 직원들을 길러내는 것도 장기적으로 꼭 해야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 경영 철학
치열하게 뛰지만 다분히 ‘보수적’
<민수봉 행장은 지역적 광역화와 내부 경쟁력 키우기를 향후 윌셔은행의 생존 전략으로 내세웠다 <진천규 기자>>
민수봉 행장은 치열하게 발로 뛰는 행장으로 유명하다. 70대를 넘보는 나이에도 그는 젊은 사람 못지않은 활기가 넘친다.
민 행장은 은행 경영 철학은 다분히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서 보수적이라는 의미는 기본을 중시한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자산 20억달러대의 은행으로 성장했지만 커뮤니티 뱅크로서 “은행의 고유 업무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민 행장이 늘 강조하는 바다. 어려울수록 기본에 천착하라는 금언과도 통하는 것이다.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민 행장은 47년전인 1959년, 당시 상업은행에 입사한 이후로 단 하루도 은행 근무를 떠난 공백이 없었다고 한다.
민 행장은 상업은행에서 32년간 근무하는 동안 승승장구하며 일선 영업 책임자로 동경에서 한 차례, 미국에서 두 차례 등 해외 지점장만 3번을 했고 행장 비서실장과 국제부장, 상무감사 등 요직을 거쳤다. 이후 91년 신설된 상업증권의 초대 사장을 맡아 3년간 경영하며 3,500억원 가치의 기업으로 성장시켜 매각한 실적도 가지고 있다.
94년 미국에 와 바로 한미은행 행장에 취임하며 한인 은행 CEO 경력을 시작한 뒤 이어 99년 윌셔은행 행장을 맡아 8년째 행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김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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