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소농인 유진 데이빗(41)은 그저 평범한 농부이다. 미국도 아닌 루마니아의 작은 마을 로시아 몬태나에서 하루하루 땅에 의지해 사는 사람이다. 그는 영화배우나 재벌과는 거리가 먼 사람처럼 보인다. 그런데 최근 그가 세계적 자본가인 조지 소로스와 같은 유력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 캐나다 금광회사와 벌이고 있는 토지 투쟁에서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루마니아 ‘드라큘라 고향’에 묻힌 금 300톤과 은 1,200톤
37억달러짜리 프로젝트, 루마니아에 20억달러 유입효과
캐나다 금광회사 “경제 살린다” vs 주민들 “떠날 수 없다”
인터넷에 오르면서 반 세계화 및 환경단체 등 속속 동참
<로시아 몬태나가 안개에 휘감겨 있는 게 마치 드라큘라 영화 촬영세트를 연상케 한다. 몬태나는 루마니아 서부 트랜실바니아의 한 마을이다>
캐나다의 금광회사 ‘가브리엘 리소시즈’(Gabriel Resources)는 데이빗이 소유하고 있는 땅 50에이커를 팔라고 종용했다. 이 땅에서 무언가 하고자 함이다. 사실 이 언덕에는 금이 꽤 많이 묻혀 있다. 금을 캐기 위해서 데이빗의 땅을 탐내고 있는 것이다. 이 금광은 유럽 최대의 노천금광이다. 군침을 흘리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데이빗은 꿈적도 하지 않는다. 이미 폐광신세로 버려져 온 이 지역을 버리고 떠날 수 없다는 게 데이빗의 입장이다. 정든 땅을 등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예전 같았으면 데이빗 같은 촌부가 감히 거대한 캐나다 금광회사와 이를 지지하는 루마니아 정부를 상대로 일전불사를 외칠 수 없었다. 하지만 인터넷 세상이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다.
인터넷에 이 스토리가 올라오자 환경보호운동가들과 비정부기관들이 데이빗을 돕겠다고 나섰다. 대기업도 무시할 수 없는 막강한 힘이 결집됐다. 게다가 가브리엘 리소시즈의 환경파괴와 세계화를 통한 대기업의 마구잡이 비즈니스 행태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단체들이 데이빗의 땅 사수 캠페인에 속속 동참했다.
광산 채굴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지하자원을 캐는 과정에서 자연이 마구 훼손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저기 거대한 웅덩이가 생기고 경관은 엉망이 된다. 하지만 지하자원은 풍부한 반면 경제적으로 가난하고 일자리가 변변치 않은 루마니아로서는 마냥 환경만을 고집할 수도 없는 처지이다. 그러므로 데이빗과 가브리엘 리소시즈의 대립을 둘러싼 공방은 그리 간단한 이슈가 아니다.
금광개발 프로젝트는 37억달러짜리이다. 이 가운데 20억달러가 루마니아 경제에 흘러들어간다. 돈이 부족한 루마니아로서는 거액이다. 그리고 가브리엘 리소시즈와 주주들에게 10억달러 이상이 돌아간다. 더욱이 과거 루마니아는 원래 금광채굴 산업으로 나라의 기틀이 마련됐을 정도로 금광 채굴과 루마니아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서기 2세기 초 트라얀 황제가 로마의 영토를 확장하면서 현재 루마니아 서부인 트랜실바니아를 포함시켰다. 이 곳의 금광 덕에 트라얀 황제는 제국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로부터 약 200년 후 로마는 이 땅을 포기했다. 그러자 식민주의자들이 이 땅을 탐내기 시작했다. 바로 현재 루마니아의 선조들이 이 땅에 정착하기 시작한 것이다.
로마가 떠난 뒤에도 이 금광은 폐쇄되지 않았다. 이 땅을 지배한 합스부르크가, 그 후의 공산당 시절에도 이 금광은 계속 움직였다. 과거처럼 왕성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러다 2006년 초 마침내 문을 닫고 말았다.
농부 데이빗과 이웃주민들은 캐나다 회사 가브리엘 리소시즈가 이 금광을 다시 개발하면서 인근지역으로 영역을 확대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 진정서도 제출했다. 그러나 별 효과가 없었다. 이 때 가브리엘 리소시즈는 토론토 증권시장에 상장됐다. 세계적인 지명도를 얻게 된 것이다. 이러한 회사와 지역 농부들이 투쟁을 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다름없었다.
만일 경관이 빼어난 작은 마을에 드라큘라 놀이공원을 건설한다는 계획만 아니었다면 데이빗의 투쟁은 물거품이 되었을 것이다. 유명한 ‘드라큘라’를 태동하게 했던 악명 높은 루마니아 지도자 드라큘라의 집이었던 곳에 놀이공원을 만든다는 계획에 여론이 악화되면서 데이빗의 반 금광개발확대 캠페인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는 놀이공원 계획에 분개했다. 반 세계화 선봉에 선 환경보호주의자 테디 골드스미스와 부호들이 동참했다. 생태학자가 루마니아 현지를 방문해 이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환경보호운동가들이 언론에 금광개발 확대를 반대하는 글을 실었다. 이 사실을 인터넷에 올려 세계적인 관심사로 만들었다.
하지만 금광회사가 쉽게 물러설 리 없다. 금 300톤과 은 1,200톤을 캐낼 수 있으니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해당 지역 960가구를 이주시키기 위해 다각도로 압력을 가하고 있다. 루마니아 경제를 위한 일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루마니아 정부에도 손을 대 상당수 정치인들이 가브리엘 리소시즈 쪽으로 기울고 있다.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 주목된다.
<평범한 농부 유진 데이빗이 루마니아의 로시아 몬태나의 길에서 수레를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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