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먹을 것도 부족할판
대체에너지 개발에 대한 수요가 확산되면서 옥수수를 이용한 에탄올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내년에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의 절반이 에탄올 생산 공장에 소비될 전망이다. 에너지 위기론이 대두되면서 에탄올 에너지를 마구 생산하는 것을 삐딱하게 볼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그것도 매우 중요한 문제가 있다. 에탄올 공장에 옥수수가 다량 들어가면 과연 우리가 먹을 옥수수가 충분하게 남겠느냐는 것이다. 혹시 먹거리로서의 옥수수 기근 현상이 초래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주리주의 세일라인 카운티의 110에이커 농장에서 미드-미주리 에너지사가 옥수수를 추수하고 있다. 이 옥수수는 전량 에탄올 생산에 사용된다>
대체에너지 수요 늘어 에탄올 공장 ‘우후죽순’
기존 116개에 79개 건설 중… 200여개 신설계획
빌 게이츠·월가 큰 손들도 ‘에탄올 붐’동참
수확량의 절반가량 에너지 생산용으로 전용
먹거리용 옥수수 부족으로 가격 급등 우려도
지난해 부시 행정부와 정치인들이 농가에 에탄올 재생에너지를 보다 많이 생산해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하자 농부들이 앞 다퉈 에탄올 공장을 세웠다. 환경보호그룹인 지구정책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에탄올 공장 신설 농가의 수가 연방농무부와 에탄올 로비그룹인 재생연료협회가 파악한 것보다 약 25% 이상 많은 것으로 추산됐다.
지구정책연구소는 현재 79개의 에탄올 공장이 건설 중에 있으며 2008년께 에탄올 생산 능력이 110 억갤런 규모로 현재의 거의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재생연료협회는 건설 중인 에탄올 공장 수를 62개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지구정책연구소 소장인 레스터 브라운 박사는 “옥수수를 에탄올 생산 원료로 전용하는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지경”이라며 “이러다간 음식으로 쓰일 옥수수 품귀 현상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와 함께 가격이 부쩍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재생연료협회의 밥 디넨 회장은 “우리가 에탄올 공장 수를 의도적으로 축소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들 공장이 여기저기서 많이 생기므로 신속하게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디넨은 식용 옥수수 부족과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에탄올 생산 공장에 보내질 옥수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가 먹을 옥수수는 여전히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폈다.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지 않으면서 식용 옥수수 공급을 조절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전국옥수수농가협회는 지난해 옥수수 수확량이 107억부셀(1부셀=약 35리터)로 역사상 3번째로 많았다면서 연료용이나 식용 등 어느 곳으로든 넉넉하게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농가들은 과잉 생산으로 인한 가격폭락을 우려해 수급을 적절히 맞추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역사적으로 항상 공급이 수요를 능가했다고 했다.
지난달 현물시장에서 옥수수 가격이 1부셀 당 4달러에 육박하는 상승세를 보이자 농부들은 지난해보다 약 8%가 많은 8,500만에이커에 옥수수를 심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확량은 1985년 이래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시카고의 농산물연구사가 발표했다.
<아이오와주 뷰캐넌 카운티의 한 주유소에 옥수수로 만든 에탄올 개스대가 마련돼 있다>
에탄올이 짭짤한 수입원으로 부상하면서 옥수수 생산에 전념하는 농가도 덩달아 늘었다. 아울러 농촌의 경제발전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농부들이 옥수수 재배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가축 사육을 등한시하게 되고 쇠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와 우유 등 낙농제품의 가격이 오를 공산이 커졌다.
지구정책연구소의 브라운 박사는 에탄올 공장 증설이 지나치게 빠르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허가를 지연해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식품 가격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옥수수를 에탄올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바로 지금이 한숨 돌릴 때”라고 했다.
하지만 ‘쇠귀에 경 읽기’이다. 돈이 된다고 하는데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에탄올 공장건설에 대한 농부들은 잰 걸음은 쉴 줄 모른다. 일반 농가뿐 아니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 월가의 투자자들도 에탄올 공장 신설에 동참하고 있다. 이미 116개가 세워져 있고 현재 79개가 건설 중이며 적어도 200개의 공장신설이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연간 생산량이 30억갤런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구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에탄올 공장에서 소비하는 옥수수는 1억3,900만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옥수수 수확예정량 110억부셀의 절반가량을 에탄올 생산 공장에 투입해야 할 판이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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