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기기에 매달리는 대신 평화로운 죽음을’
치료 거부하고 하스피스 택하는 환자 증가
바일라 데니스(87)는 지난 몇 년 동안 이 지구상에서 자신보다 더 많이, 더 깊이 죽음에 대해 생각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다 지난 달 칼럼니스트 아트 부크월드의 부음을 신문에서 읽었다. 81세의 부크월드는 운명에 자신을 맡기기로 결정하고 병원치료를 거부한지 1년만인 지난 1월18일 신장병으로 사망했다.
아, 마침내 영혼의 친구를 만났구나, 라고 데니스는 생각했다. 부크월드는 신장투석을 거부했지만 의사가 내린 시한보다 1년 가까이 더 살았다. 그 1년동안 그는 멋지고 유명한 친지들과 교류도 나누며 편안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렸다.
데니스는 의사가 권하는 심장수술을 거부하고 집 근처 샌디에고 하스피스 케어에 등록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의사의 예상보다 2년 넘게 살고있다. “지난 2년은 내 생애에서 가장 편안하고 흥미로운 시간이었다”고 데니스는 단언한다.
<심장수술을 거부한 87세의 바일라 데니스는 집에서 하스피스 케어를 받으며 컴퓨터와 그림에 빠지는 등 아직 건강하게 살고있다>
병원치료에 “노땡큐”라고 사양한 데니스의 결정을 이해하는 사람은 물론 많지 않다. 그러나 이해하는 사람이 매년 늘고있는 것도 사실이다. 2005년 현재 하스피스 서비스를 받고있는 환자는 약 120만명에 달한다. 1990년 21만명에서 5배이상 증가했다.
불치병 환자의 마지막을 돌보는 하스피스 서비스를 받는 평균 기간도 2000년의 48일에서 2004년엔 59일로 늘어났다. 사람들이 병이 덜 악화되기 전에, 더 빨리 하스피스를 찾는다는 뜻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에 의한 ‘품위있는 퇴장’을 선호한다. “아트 부크월드가 완벽한 예입니다. 그는 마지막 몇 달 동안 풍요로운 삶을 누렸지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허덕거리지도 않았고 의료기기에 매달린채 마지막 날을 보내지도 않았습니다”라고 뉴욕 마운트 사이나이 의대 다이낸 마이어교수는 전한다.
하스피스는 본인 보다는 배우자나 자녀 등 사랑하는 주위사람들이 더 용납하기 힘든 결정이다. 또 끝까지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굽히지 않는 것이 절대 선이라는 문화적 정서가 환자 자신의 결정을 어렵게도 한다.
그러나 불치병과 싸우는 가족의 마지막을 지켜 본 경험이 자신에 대해선 결단을 쉽게 내리도록 돕기도 한다. 데니스도 두 번의 심장수술을 한 오빠를 간호했었다. 거의 혼수상태에 빠진 채 날로 악화되어가는 처참한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그녀는 의사가 그녀 자신에게 심장수술을 권했을 때 단호하게 “노우”라고 거절할 수 있었다.
“난 결코 그렇게 마지막을 살고싶지 않았습니다. 단지 걸을 정도로 회복하기 위해 얼마나 스트레스를 겪어야 하는지 보았으니까요. 수술을 한다해도 현재의 나, 아직 독립적이고 판단력도 있고 웃을 능력도 있는 같은 나로 회복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데니스와 부크월드는 모두 의사가 예상했던 시한 보다 오래 살았다. 드문 일도 아니다. 병의 치료를 포기하고 진통간호를 받으며 하스피스 서비스를 받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더 오래 사는 게 보통이다. 메디케어가 부담해주는 하스피스 케어의 기간은 최대 6개월인데 오히려 그보다 더 오래 살아 메디케어 커버가 안되는 것이 문제로 부상되고 있을 정도다. 부크월드도 하스피스에 들어간 후인 2006년 3월7일자 칼럼에서 “난 경과가 너무 좋아서 메디케어혜택을 더 이상 못받을 것 같다”고 쓰고 있다.
물론 메디케어로 치료로 돌아갔다가 다시 하스피스 서비스를 받는 방법 등으로 큰 문제는 없다. 또 메디케어 의료비 측면에서 보아도 치료보다는 하스피스 서비스의 비용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그러나 데니스는 조금 싼 의료비나 조금 더 사는 기간 때문에 치료거부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녀도 ‘치료’를 원한다. 다만 신체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 심리적인 것, 그리고 통증 완화 등 평화로운 마지막을 위한 보살핌은 자신에게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매주 방문하는 간호사와 목사, 목욕시켜주는 헬퍼, 필요한 일을 도와주는 소셜워커등의 케어를 받으며 모든 집착과 미련을 털어내고 ‘자유롭게’ 자신에게 허락된 마지막 날들을 누리고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 “굿바이 마이 프렌즈”>
2006년 2월8일 아트 부크월드는 “내 친구들이여, 안녕” 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써서 신문사에 보냈다. 자신이 신장 투석을 중단하고 당뇨로 한쪽 다리를 절단했으며 이제 하스피스 서비스를 받게 되었다고 알리면서 자신이 죽고 나면 이 칼럼을 실어달라고 당부했다. 예리한 풍자가 가득한 유머 칼럼니스트로 명성을 날려온 그는 1982년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그의 칼럼은 전세계 500여개 신문에 실렸었다.
<신장병 치료를 거부하고 하스피스 서비스를 받다가 지난 1월 사망한 아트 부크월드>
“마지막 칼럼을 안쓰고는 이세상을 떠날 수 없다고 권하는 친구들의 설득으로 이 칼럼을 쓴다”라고 시작되는 고별 칼럼에서 부크월드는 “내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하여 여러 가지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 대부분 품위있는 방법이었는데 특히 하스피스가 그랬다. 하스피스는 당신이 죽기를 결정했을 때 모든 것을 쉽고 편하게 해줄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당신이 어떻게 죽어야 하나에 대해 다른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의견을 내세우는 것은 정말 흥미롭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내가 좀 더 용감하게 병과 맞서야한다고 주장하며 나의 투석 거부 결정에 마음 상하고 있다” 고 말한 그는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게 내 결정이며 아주 건전하게 내린 나 자신의 결정이라는 사실‘이라고 못 박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