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59)-이사벨 콘지보이의 도매 매장에는 당신이 원하지 않는 물건이 즐비하다. 바로 관이다. 죽어야 필요한 물건이니 누가 원하겠는가. 어쨌든 콘지보이 가족은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LA동부의 공장 겸 매장에 들어가 보면 관을 파는 곳이란 음침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홈디포 같은 느낌이 든다. ABC 캐스킷의 관은 도매판매가 주종을 이뤘다. 종종 할리웃 영화소품 담당자에게 대여하기도 했다.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영화 ‘플라이트플랜’(Flightplan)에서 촬영을 마친 뒤 반납된 관도 있다.
“시신을 평안하게”…연간 15억달러 규모 시장
합병으로 몸불린 대형업체들 소매에도 눈돌려
바삐 명함 돌리고 인터넷에 배너광고 실어 호객
몸무게 900파운드 여성용도 기꺼이 특수 제작
시한부 삶 고객 “관을 성조기로 둘러달라”요구도
이회사는 조이의 할아버지가 60여 년 전에 창업했다. 처음엔 이름이 골든 스테이트 캐스킷이었다. 대다수 관 제작회사들이 그랬듯이 ABC캐스킷도 도매를 했다. 각 지역의 장의사들과 거래를 했다. 그러니 일반인들에게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약 7년 전 업계에 대변혁이 일었다. 스몰비즈니스가 대기업의 업종확대로 문을 닫고, 일반 농가가 대기업의 기업영농 진출로 보따리를 싼 것처럼 관제조업계도 합병 바람에 상당수 업체가 폐업했다. 수백 개가 수십 개로 줄었다.
대형 업체들이 시장을 주무르는 시대가 됐다. 연간 15억달러 규모의 시장이니 덩치 큰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더 이상 도매에 의존하는 ‘익명 장사’로는 먹고살 수가 없게 됐다. 그래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도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다가가야만 했다.
<관 제조회사인 ABC 캐스킷의 이사벨 콘지보이가 LA매장에 전시된 관들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회사는 콘지보이 집안 3대째 내려오는 가업이다>
회사를 다른 곳으로 옮기지는 않았지만 주변 환경을 좀 더 소비자 친화적으로 바꾸었다. 주변에는 너저분한 정크 야드, 파이프 제조회사 등이 있어 친밀감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ABC 캐스킷 담 안쪽이라도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도록 했다. 정원을 가꾸고 장미, 탠저린 등을 심었다.
고객에게 직접 손을 뻗기 위해 명함도 찍었다. 그리고 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직접 견학할 수 있도록 했다. 인터넷에도 진출했다. 광고효과를 높이기 위해 네티즌이‘casket’이나‘coffin’을 입력하면 광고가 뜨도록 했다.
네티즌 세실리아 에스트라다는 인터넷을 통해 ABC 캐스킷을 알게 됐다. 피닉스 교외에 사는 에스트라다는 지난해 9월 암으로 사망한 장모를 위한 관을 전화로 주문했다.
물론 가격이 문제이다. 에스트라다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조각이 쇠 부분에 재생된 관을 1,900달러에 주문했다. 그리고 이 관을 가져가기 위해 셰비 서버번을 타고 400마일을 달려왔다. “가격이 좋으면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에스트라다는 말했다.
일반 고객들과 상대하려면 그들의 입맛에 신경을 써야 한다. ABC 캐스킷도 예외가 아니다. 아무리 관이라고 하지만 고객의 요구사항이 천차만별이다. 라스베가스의 은퇴 교사인 글렌 질레트(71)는 “나는 죽어서도 애국자로 남고 싶다. 성조기로 관을 둘러달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필요할 때 즉각 쓸 수 있도록 라스베가스 장의사에까지 배달해 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혈액관련 질환을 앓고 있는데 의사로부터 12개월 이상을 살 수 없다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한 고객은 900파운드의 여성을 위한 관을 주문했다. 이런 관은 아주 클 뿐 아니라 시신의 무게를 고려해 여러 겹으로 제작해야 한다. 그래도 조이는 “고객이 높이, 폭, 깊이만 알려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했다.콘지보이 가족이 1933년 관 제조회사를 창업했을 때 만해도 관은 대부분 값싼 나무로 만들었다. 그저 망치와 톱, 그리고 접착기만 있으면 누구든 관 만드는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전 이후에 상황이 달라졌다. 이 때는 금속이 풍부해졌다.
금속관의 인기가 대단했다. 1970년대 중반 전체 관의 3분의 2를 쇠로 만들었다. 주물 틀이 없는 업체들은 망했다.
ABC의 전신인 골든 스테이트 캐스킷은 다행히 다소 조잡한 주물을 사들여 장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 후 이번이 두 번째 위기이다. ABC캐스킷은 이 위기를 일반 고객 파고들기로 극복해 나가고 있다.
<피에타 빨강 마호가니 스테인으로 제작된 관의 외부장식. ABC 캐스킷은 주문제작 전문 업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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