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시설 망 제한으로 인해 전기료가 올라가고 있다. 수천만 미국인들의 주머니를 더욱 옥죌 일이 생기고 있다. 전기사용료 인상이 그 것이다. 일례로 남부 펜실베니아 지역의 작은 마을 체임버스버그에서는 올해 전기료가 31%나 폭증했다. 한 달 평균 24달러가 오른 셈이다. 액수가 많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는지 모르지만 미국 전체적으로 보면 커다란 문제를 알리는 경고음으로 간주할 수 있다. 연방에너지부에 따르면 전기시설 망은 그 동안 수요에 걸맞게 시설을 확충하지 않았다.
수요는 꾸준히 증가, 시설 확충은 미미
시설 투자규모 30여년 전의 75%에 그쳐
수천만 주민 시설미비로 소위 ‘체증 할증료’
동부지역 2008년에 80억달러 추가 부담 추산
시설 확충에 10년 이상… 전기료 부담은 당분간 지속
“경관 해친다” 주민·지방정부·업주들 반대도 장애물
전선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송전이 불가능해 다른 대체 에너지원을 찾아야 한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대안이 없어 인근 발전소에서 전기를 비싼 값에 사서 써야 한다. 프리웨이가 막혀 하는 수 없이 로컬 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와 유사한 처지이다.
<펜실베니아 주 체임버스버그의 주택가에는 집들 바로 옆으로 고압선이 지나가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이미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버지니아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의 주민 약 4,000만명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남가주 주민 1,800만명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별로 다르지 않다. 뉴잉글랜드,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시애틀-포틀랜드, 피닉스-투산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새로운 전선 망이 구축되기 전까지는 웃돈을 얹어주고 전기를 끌어다 쓸 수밖에 없다.
전선 망이 열악해 추가로 내는 전기료는 소위‘체증 할증료’로 불린다. 소도시 체임버스버그는 올해에는 체증 할증료 명목으로 570만달러를 추가 부담했다. 그러나 당장 주민들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고 일단 시정부의 기금으로 충당했다.
연방에너지부에 따르면 2008년 체증 할증료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를 제외한 로키산맥 동부지역에 설치된 동부 전선 망은 80억달러의 체증 할증료를 부담해야 한다. 1인당 약 40달러의 추가 부담이다. 서부 지역 전선 망에 대한 체증 할증료는 아직 계산되지 않은 상태이다.
체증 할증료는 평균 1달러당 5센트이다. 그러나 이는 평균치이고 실제 일부 지역 주민들은 전혀 추가 부담을 지지 않는 반면 다른 지역 주민들은 부담을 더 지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뉴욕 주의 경우 1인당 평균 8달러의 체증 할증료를 내야 하지만 뉴욕시의 경우 90달러에 육박한다. 그만큼 지역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문제는 새 전기시설 설치가 적어도 10년이 걸리기 때문에 그때까지 체증 할증료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데 있다. 그 동안 전기료가 지나치게 많이 오른 이유는 경쟁 저하에 그 원인이 있다. 규제가 많고 전력회사들이 제한된 지역에만 전기를 공급하므로 자유로운 경쟁이 되지 않았다. 경쟁을 활성화하고 보다 광대한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소비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전기시설 확충에 대한 투자는 미미하다. 1970년대 1달러를 썼다면 지금은 75센트밖에 쓰지 않는다. 30여년이 흘렀는데 오히려 전기시설에 대한 투자는 뒷걸음질 친 것이다. 전기 비즈니스의 경쟁을 활성화하는 데 반대하는 지방정부와 다른 전문가들은 자칫 자유경쟁 체제로 돌입할 경우 투자자들이 수익만을 생각해 과도한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고 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에너지 정책규정’에 서명했다. 이는 주 및 지방정부들이 전선 설치를 지연시키거나 제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다. 전기시설 설치를 신속히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하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버지니아주의 앨리흐니 산간지방 주민들은 이 지역을 지나도록 계획된 고압선이 경관을 해친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방정부 관리들과 비즈니스 오너, 그리고 자연을 벗 삼아 사는 주민들은 전선을 지탱하게 될 17층 빌딩 높이의 철탑이 들어서면 아름다운 자연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며 극구 반대 입장을 펴고 있다.
이뿐 아니다. 애리조나의 핵발전소에서 출발해 남가주까지 이어지는 전선설치도 쉽게 진행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 피닉스의 무더위를 식힐 전장 1,000마일의 전기시설 설치 계획도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있는 상태이다.
<수요는 증가하는 데 전기 시설에 대한 투자는 30여년 전의 75%에 수준에 머물고 있어 전기료 상승을 부채질 하고 있다. 전기료 상승은 특히 지역에 따라 편차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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