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심장병. 여성건강을 담당하는 단체나 정부기관들은 앞 다퉈 이러한 심각한 질환 예방에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나이 많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호르몬과 다이어트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규모 연구도 있다. 그런데 실제 통계상‘조기사망’은 여성보다 남성에 해당되는 단어이다. 그러자 일각에서 이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남성들의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나 단체에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수명이 5년이나 짧은 현실을 직시하고 그 문제점을 진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인 평균수명 약 5년 차이, 흑인남성은 더 심해
술·담배·충동적 행동 등 여러 요인 있지만 설명 불충분
여성 XX 염색체로 유전자 변형 막아… 면역체계도 강해
남성은 XY로 X염색체 하나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취약
조산·유산·발달장애·자폐증·청력손상 등 남아가 많아
“남자는 약한 모습 금물” 가정 및 사회 분위기에 병 키워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의 데미트리우스 포쉬 박사는 “남성들의 조기 사망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비영리단체 ‘남성보건네트워크’는 “연방보건후생부 내에 여성보건실이 있는 것처럼 남성보건실도 신설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건강을 전담한 부서는 연방정부 내에 여러 곳이 있지만 정작 남성보건을 위한 연방정부기관은 없다. 포쉬 박사는 “남성들이 건강관리에 소홀하고 늑장을 부려 병을 키우기 때문이라는 게 통설이지만 정확한 이론은 아니다. 혹시 남성의 상대적 조기사망이 생물학적 요인에 기인한 것은 아닌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남성보건실 신설이나 유사한 조치를 취하는 데 장애물들이 있다. 우선 여성들의 민감한 반응이다. 마치 남성이 여성보다 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무기로 작용할 것에 대해 여성단체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정치인들은 여성들의 반발을 우려해 ‘선봉’에 서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 입법이 적극적으로 추진될 리 없다.
미국 남성의 평균수명은 75.2세. 흑인남성은 69.8세로 더 적다. 한편 여성은 80.4세이다. 상당수 남성들은 폐암, 인플루엔자. 결핵, 간질환, 당뇨병, 에이즈 등으로 여성보다 일찍 사망한다. 알츠하이머는 예외이다. 이 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 그리고 남녀 모두 최고 사망원인은 심장병이다.
그런데 여성들에 대한 심장병 예방과 치료에 대한 캠페인이 활발한 것이 비하면 남성들에 대한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한 가지 특이할만한 점이 있다. 여성의 경우 30, 40대에 심장병에 걸릴 확률은 아주 작다. 그러나 남성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45세의 남성이 하루아침에 심장마비로 드러눕거나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일도 못하고 부양가족만 남긴 채 말이다.
정부의 재정지원은 남녀 성차별을 느낄 만하다. 2005년 현재 유방암에 대한 지원은 7억1,000만달러인데 비해 전립선암 지원규모는 3억9,400만달러에 그쳤다. 유방암 예방의 의미가 크지만 전립선암도 마찬가지다. 올해 유방암 진단사례가 21만2,920건이고 전립선암 진단은 23만4,460건이다. 그런데도 실제 학계의 연구나 제약회사들의 연구는 전립선암보다 유방암에 훨씬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도대체 왜 남성들이 이처럼 ‘약골’인가? 남자아이는 유산이나 조산될 확률이 높다. 영아사망률도 여아보다 높다. 자라면서 발달장애나 자폐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여아보다 많다. 청력이 여아보다 쉽게 손상되고 면역체계도 약하다. 질병에 걸렸을 때 회복이 더디다. 노인들이 넘어져 엉덩이뼈가 부러졌을 때 할머니들은 대부분 회복되지만 할아버지들은 후유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많이 마시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게 남자들의 보편적인 성향이지만, 이 것만으로는 설명이 불충분하다. 또 우울증이 여성의 전유물인 것처럼 인식돼 왔지만 실제 남성들에게도 우울증이 심각한 질환으로 인식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아주 흥미로운 이론이 있다. 남아가 유산이 많은 것이나 남성이 여성보다 면역체계가 약하고 일찍 죽는 것은 유전자 염색체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자는 X, Y 염색체를 갖고 있다. 여자는 X, X 이다. 여기서 XX는 두 개의 X를 갖고 있어 유전자 변형 가능성을 줄인다. 유전자 변형은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 그래서 이미 태어나기 전부터 여성의 유전자가 남성의 유전자보다 강력하다는 이론이다.
설상가상, 이러한 취약한 유전자인데도 성장하면서 사회적으로 강인한 남성으로 키워진다.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배우고 듣는다. 원래 약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 말이다. 이러한 사회적 행동양식이 병을 더 키운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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