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텍스팅 전문가들은 전화회사, 유틸리티 회사 등으로부터 남의 소셜번호, 주소, 전화번호에서 크레딧 카드 번호 등 재정기록까지 손쉽게 얻어낸다.
온라인 시대에 각종 웹사이트에 개인 신상정보가 불안전하게 떠돌아다니고 있다. 이 정보를 교묘하게 빼내는 불법 행위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불법 정보 취득 ‘프리텍스팅’
텍사스주 그랜베리에서 사설탐정으로 일하는 패트릭 베어드가 도망자를 추적하거나, 배우자의 불륜현장을 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일을 착수할 때 종종 전화기록을 이용한다. 여기에서 단서가 나오기 때문이다. 베어드는 전화기록을 전문으로 입수하는 회사로부터 구입한다. 남의 전화기록을 어떻게 입수했는지 그 방법을 물어보지 않는다. 베어드는 그저 전화기록이 필요해 구입할 뿐이다. 그런데 지난해 남의 전화기록을 입수하는 과정에서 불법이 자행되고 있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말에 베어드는 더 이상 이 회사와 거래를 하지 않는다. 베어드는 “만일 나의 어머니가 오셔서 이 정보가 필요하니 구해 달라고 해도 나는 불법으로 입수된 남의 전화기록을 구입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했다.
본인인양 꾸며 정보입수 회사에 연락해 남의 정보 빼내
생년월일·주소·전화번호·소셜번호에서 중요한 재정기록까지
각종 웹사이트에 떠도는 무수한 개인정보들이 범죄 유혹
“설문조사 기관” 사칭, 일반인 기본 정보 알아낸 뒤 탈법행위
일부 사설탐정들 “배우자 불륜, 채무자 잡아 달라” 의뢰에 이용
정부·의회, 1999년 제정된 법 부칙 및 세부사항 추가입법 고려
남의 전화기록을 입수하는 사람들은 특정인의 기본정보를 활용해 전화회사로부터 관련 정보를 알려달라고 한다. 마치 진짜 당사자인 양 행세하는 것이다. 이를 소위 프리텍스팅(pretexting)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방식은 컴퓨터 회사 휴렛 패커드가 경영진들이 언론과 나눈 대화를 고스란히 몰래 빼내 이슈가 됐다.
프리텍스팅 사용자는 신분도용자와 같이 남의 전화기록과 신상정보를 알아낸다. 소셜시큐리티 번호, 주소, 생년월일까지 손에 쥘 수 있다.
마치 자신이 진짜 당사자인양 속이면서 남의 정보를 빼내는 것이다. 프리텍스팅을 하는 사람은 전문가다. 상대가 눈치 채지 않도록 한다. 업계에서는 하나의 ‘예술’로 칭한다.
일례로 각종 설문조사를 한답시고 무작위로 전화를 건다. 전화를 받고 협조하는 사람은 자신의 기본적인 정보를 별 생각 없이 제공한다. 그러나 프리텍스터(pretexter)들이 이 기본정보를 입수한 뒤 이를 갖고 전화회사에 연락해 정작 중요한 정보를 추가로 빼낸다.
이러한 정보 취득방식이 옳지 않지만 첨단기술의 발달과 요즘과 같은 온라인 사회에서는 손쉽게 남의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길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프리텍스팅은 비윤리적일 뿐 아니라 법에도 저촉된다.
프리텍스팅 산업이 어느 정도의 경제 규모인지는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렵지만 최근 수년 간 작으나마 경제의 한 부분이 됐다. 그 정도로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각종 웹사이트에서는 염가에 개인 정보를 판다고 광고한다. 사설탐정들이 주 고객이다. 크레딧 카드를 입력하면 저렴한 가격에 소중한 남의 정보를 캐낼 수 있으니 고객들로 북적댈 수밖에 없다.
대다수 프리텍스터들은 의회 청문회에서도 입을 다물었다. 헌법적 권리를 내세워 묵비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진실은 밝혀지게 돼 있다. 전문가 데이빗 갠들이 입을 열었다. 갠들의 Shpondow.com은 차 융자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의 차를 확인해 주는 웹사이트이다.
갠들은 “지난해까지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프리텍스팅을 했다”고 시인했다. 회사에서 프리텍스터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였다. 그러나 갠들은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손쉽게 일할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갠들은 소셜시큐리티 마지막 네 자릿수와 집코드만 알면 무엇이든 알아낼 수 있다고 했다. 남의 기본정보를 이용해 온라인회사에 회원으로 가입한다. 그러면 상대의 정보가 한눈에 들어온다. 재정관련 정보도 물론이다.
또 다른 프리텍스터 제임스 랩은 전화회사로부터 특정한 전화번호의 주소를 알아낸다. 소셜 시큐리티 번호는 그레딧 회사에서 받아낸다. 전화번호와 주소를 유틸리티 회사로부터도 캐낼 수 있다고 했다. 랩은 유틸리티회사에 전화를 한다. 집에서 개스가 샌다고 다급하게 말한다. 엉터리 주소를 대면 유틸리티 회사 직원이 바로 잡아준다. 이 때 바른 주소를 받아 적는다.
연방정부는 이러한 불법 프리텍스팅 산업을 완전히 폐쇄시키려 각종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박멸은 불가능하다. 수많은 웹 사이트에서 일반인들의 정보가 거의 공개되다시피 하고 있으니 말이다.
프리텍스팅으로 남의 재정정보를 빼는 것은 1999년 불법으로 규정됐다. 그리고 연방법에 의거해 다른 종류의 프리텍스팅도 불법이다. 그러나 의회는 이 조항을 보다 구체화하고 정확히 한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교묘한 프리텍스터들을 옭아매기 위해서다.
소비자들을 위한 조치이긴 하지만 소비자들에게도 부작용이 따른다. 진짜 자신의 정보를 알고 싶어도 이런저런 질문들과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개인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선 감수해야 한다는 게 여론이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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