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주 포트 콜린스에 사는 캐릴 숀브런(52)은 특이 체질이다. 이웃집에서 잔디에 제초제를 뿌리면 공포에 빠져든다. 싫고 좋고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직결된다. 숀브런은 다종 화학물질 민감성 신드롬(multiple chemical sensitivity syndrome) 환자이다.
화학물질 민감성 신드롬 앓는 50대 여성
이웃집 잔디에 뿌리는 제초제·살충제에도 쇼크
이웃들에 40%나 비싼 무독성 제초제 직접 사주기도
이사 전전… ‘무공해 집’짓고 집안에 ‘해독실’까지 마련
콜로라도 주 농무부에 등록, 살충제 살포 전 통보 요청
몸이 외부의 화학물질을 견디지 못한다. 제초제나 살충제에 노출되면 과민성 쇼크를 일으킨다. 숀브런은 “이 병은 주위의 이웃들의 친절과 배려에 의지해야만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렇게 안이하게 대처할 게 아니다. 그래서 숀브런은 시장, 시의원, 그리고 이웃 중재자 등 도움이 될 만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딱한 사정을 호소했다.
숀브론은 이웃이 제초제나 살충제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도록 요청하고 불가피하게 사용해야 한다면 사전에 알려줄 것을 당부했다. 숀브론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시 정부 관계자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웃들도 이해를 하고 가능한 숀브론에게 충격을 주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하지만 이 이슈를 풀 명쾌한 해법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숀브론을 직접 만난 시의원 딕스 브라운은 “숀브론의 병에 시 정부 차원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 줄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지만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사안”이라고 했다.
이웃이 자신의 집에 제초제나 살충제를 뿌리는 것은 사유재산권 행사이다. 이를 저지한다는 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희귀한 병을 앓고 있는 한 주민의 애타는 선처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화학물질 민감성’이라는 용어 자체도 논란거리다. 의학계와 환경운동단체에서도 이에 대한 합일점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이다. 과연 이러한 병이 존재하는 지에 대한 의구심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숀브론은 그 동안 ‘화학물질 상해로 인한 장애’란 개념으로 분류돼왔다.
유타대 직업 및 환경 보건병원의 에드워드 홀름스 박사는 “이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증세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야기되는 경우가 많아 정신치료 요법을 받는다”고 말하고 “드물긴 하지만 이 가운데 화학물질 앨러지 환자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텍사스대학의 환경의학과 클라우디아 밀러 박사는 “화학물질 민감성 환자는 그다지 드문 게 아니다. 그리 간단히 치부할 성질의 질환이 아니므로 면밀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밀러 박사는 이들의 수가 많지는 않지만 다종 화학물질 민감성 신드롬을 앓고 있고 이로 인해 생활패턴을 바꾸는 사람들이 미국인의 3-6%쯤 될 것으로 추산했다.
화학물질 민감성 신드롬은 독성에 노출될 경우 심한 앨러지 반응을 보이는 증세로 아직 그 치료방법이 없다. 다른 사람들과 정상생활을 하기가 곤란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서 여러 가지 화학물질 독성이 묻어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숀브론은 가족과 떨어져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숀브론은 6년 전 이 증세 진단을 받고 샌디에고에서 하던 간호사 일을 그만두었다. 남편과 함께 애리조나 투산으로 이사 갔다. 그 곳에서 1년간 살았다. 그러나 병세가 악화됐다. 포트 콜린스로 이사 갔다. 인구 13만명이 사는 대학촌이다. 농민들이 다수다. 숀브론 부부는 ‘안가’를 지었다. 통풍장치를 특수하게 만들었다. 해독실도 갖추었다. 그리고 지붕에 타르도 쓰지 않았다. 가급적 화학물질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다.
그리고 숀브론은 콜로라도주 농무부에 살충제 민감성 환자라며 이름을 등록했다. 살충제 살포 전에 통보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만일 살충제 살포 통보를 받으면 집안에서 꼼짝 않고 있어야 한다. 또 숀브론은 이웃들에게 독성이 없는 제초제를 사주었다. 전통 제초제보다 값이 40%나 비싼 데도 말이다. 이웃 마이크 카다는 숀브론의 사정을 이해하고 독성 없는 제초제를 사용한다.
화학물질이 거의 없는 집을 짓고, 이웃에게도 협조를 당부해 살긴 하지만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숀브론의 말대로 그녀의 삶은 ‘그야말로 끝없는 투쟁의 연속’이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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