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보다 여성취업 늘었어도
자녀 양육에는 시간 더 쏟는다
여성들의 취업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들이 자녀돌보는 데 할애하는 시간이 40년 전보다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아버지가 자녀와 가사에 쏟는 시간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직장 다니고 자녀 양육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어머니의 가사 부담을 아버지들이 상당부분 떠맡게 된 것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메릴랜드대학 사회학과장인 수잔 비안치 박사는 “일하는 여성이 많아 당연히 자녀들을 돌보는 시간이 줄어들었을 것으로 여겼으나 현실은 놀랍게도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그 대신 가사에 들이는 시간은 줄었다고 비안치 박사는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예상대로 부부의 경우,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자녀돌보기와 가사에 두 배의 시간을 쏟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임금 노동과 무 임금 노동 시간을 모두 합하면 아버지와 어머니가 거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 어머니 모두 1주일에 평균 65시간의 노동을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매릴랜드 연구팀 신간 ‘미국 가정생활의 변화’ 펴내
어머니 1965년 주당 10.6시간→2000년 12.9시간
아버지 2.6쭻6.5시간… 싱글 맘도 7.5→11.8시간
바쁜 엄마 대신 아버지들 가사 시간 4.4→9.7로 늘어
요리·운동 줄여 아들 축구연습 참관하며 직장일 하기도
이연구 결과는 최근 발간된 ‘Changing Rhythms of American Family Life’에 담겨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비아치 박사는 센서스국에서 16년간 인구학자로서 연구했다.
연구자들은 연구에 돌입할 당시, 미국 가정 약 60%가 아버지는 직장에 나가 돈을 벌고 어머니는 집에서 자녀 양육에 전념하던 1965년을 기준으로 하여, 부모의 자녀양육 시간이 감소했을 것으로 여겼다. 이러한 가정은 지금 30%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다수 가정이 맞벌이로 꾸려가고 있으니 그만큼 자녀 양육에 시간을 덜 할애할 수밖에 없다는 그럴듯한 가설이었다.
하지만 연구자들의 가설은 실제 조사결과에 여지없이 부서지고 말았다. 아버지 어머니가 다 있는 가정이든 한 쪽만 있는 가정이든 이들은 40년 전보다 자녀 양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와 놀아주고, 자녀 공부를 도와준다.
결혼해 자녀를 두고 있는 어머니의 경우, 자녀 양육에 쏟는 시간이 1주 평균 1965년에 10.6시간이었는데 2000년엔 12.9시간으로 늘었다. 결혼한 아버지의 경우, 2.6시간에서 같은 기간 6.5시간으로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싱글 어머니의 경우도 역시 7.5시간에서 11.8시간으로 증가했다.
드모인에 사는 세 자녀의 엄머니 미건 펄로스키(32)는 이번 연구의 일환으로 행해진 인터뷰에서 “자녀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생각해야 할 일이 많다”고 나름대로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집안 정리에 할애했던 시간을 줄여야만 했다. “집을 항상 깨끗이 정리 정돈한다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보다는 자녀에게 보다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이 낫다고 믿는다.” 펄로스키는 현재의 삶의 방식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가사에 아버지들의 역할이 점증하게 마련이다. 1965년 주당 4.4시간에서 2000년 9.7시간이 됐다. 어머니들이 직장다니랴, 아이들 양육하랴 바쁘니 아버지들이 가사를 돌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은 당연하다. 펄로스키가 출장을 갈 때 남편 짐은 업무시간을 조정해 1, 4, 7세의 세 자녀를 돌본다.
마이애미에 사는 이안 아브람스(33)는 마켓팅 전문가다. 2년전 딸 말리를 낳았다. 아내 요란다는 말리가 생후 14개월 때 주법원에서 풀타임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너무 정신이 없었다. 아브람스는 요리와 집안 청소에 적극 나섰다. 아내를 도와주었다. 그래도 집수리는 밀리기 일쑤였다.
시간에 채여 살다보니 여가시간은 가급적 자녀 양육과 병행한다. 그래야 시간을 절약하고 여가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애리조나 글렌데일에서 교사로 일하는 태미 커티스(34)는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일한다. 피곤하지만 아들(5)과 딸(9)을 위해 짬을 낸다.
커티스는 “요리를 적게 한다. 운동도 줄인다.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들이 축구연습을 하면 반드시 같이 가서 구경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학생들이 제출한 리포트 점수를 매긴다. 개인적으로 쉴 틈이 거의 없다”고 했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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