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기 전도사’된 아칸소 주지사
2003년 300파운드 타입2 당뇨 진단 받고 결심
식사 조절 힘든 뷔페·연회장에선 절대 안 먹어
10년 재임 마이크 허커비 이젠 “나를 따르라”
다른 주지사들도 캠페인 동참, 나날이 효과
학생 성적표에 체중 정보 기록… 학부모 반발도
비정치적 이슈로 유명세, 2008년 대선 도전 고려
마이크 허커비는 10년 동안 아칸소 주지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재임 중 많은 일을 했다. 그러나 허커비가 이룬 ‘업적’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것은 지난 3년 간 이룩한 한 가지 일이다. 바로 그가 체중의 100 파운드 이상을 뺐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제 ‘살 빼기 전도사’가 됐다. 아칸소 뚱보들에게 “나를 따르라”고 외치고 있다. 허커비는 2008년 대선에 나설 생각이다. 미리 미리 준비를 하고 있다. 일단 살을 빼는게 관건이었다. 그리고 각고의 노력 끝에 성공했다. 다른 주지사들도 허커비를 모델 삼아 살 빼기에 들어갔다. 조지아 주지사 소니 퍼듀는 이미 33파운드를 줄였다. 미시시피 주지사 해일리 바버는 지난 6월부터 살 빼기에 돌입했다. 하지만 허커비의 캠페인은 일종의 ‘문화전쟁’이다. 그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체중을 재 성적표에 이를 기록하도록 했다. 적지 않은 학부모가 이러한 조치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오랜 전통을 깼다는 점에서 ‘혁명적’이긴 하지만 그만큼 반발도 만만치 않다.
허커비는 학교에서 생일 케익을 금지시켰다. 살이 찐다는 게 명분이다. 또 실내 흡연을 금지시켰다. 흡연자들의 볼멘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허커비는 ‘채찍’보다 ‘당근’을 사용하고 있다지만 식당 데이빗 패밀리 키친의 주인 펄레타 데이빗은 주지사의 각종 조치로 요즘 ‘죽을 맛’이라고 했다. “주지사 자신이 살을 뺀 것은 좋지만 아칸소 전체를 감량하려는 것은 무리”라고 비꼬았다.
학교 급식 메뉴에 ‘대변혁’이 있은 뒤 한 소녀가 주지사에게 편지를 썼다. 나초와 피자 같은 ‘진짜 음식’을 메뉴에 좀 넣어달라는 내용이었다. 살을 빼라는 취지는 좋지만 도대체 맛난 음식이 없어 점심 먹는 즐거움이 없다는 투정이었다.
허커비의 진두지휘 아래 진행된 살 빼기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아칸소 주의 비만 비율은 지난해 오히려 증가했다. 그러나 허커비는 “나의 캠페인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다. 당장의 결과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그리고 실제 지난 3년간 성적표에 체중 등을 기록한 덕에 비만 위험이 있는 학생들의 수가 0.5% 줄었다”고 했다.
그리고 허커비는 주민들이 패스트푸드나 살찌는 음식을 좋아하는게 문화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행동일 뿐이라고 했다. 그릇된 식습관은 ‘생활의 혁명’을 통해 변화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허커비는 정부의 캠페인 덕에 효과를 본 4가지 부문을 예로 들었다. 쓰레기 버리기, 안전벨트 미착용, 흡연, 음주운전 등. 이들에 대한 정부의 규제 조치 시행으로 효과를 보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살 빼기 캠페인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에 차 있다.
허커비의 건강에 대한 각성은 2003년 타입2 당뇨 진단을 받은 뒤였다. 타입2 당뇨는 종종 살을 빼고 운동을 하면 조절이 된다. 당시 그는 300파운드에 육박했다. 그는 전문의의 도움을 받으면서 매우 빠르게 살을 뺐다. 조금 과장하면 마치 ‘뚱보 옷’을 벗어버린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허커비는 책을 펴냈다. 제목은 ‘나이프와 포크로 무덤 파는 일을 그만두라’(Quit Digging Your Grave With a Knife and Fork). 지난해 3월에는 리틀락에서 열린 마라톤에 참가해 3시간 38분 만에 골인했다.
허커비는 더 이상 뷔페나 연회장에서 식사하지 않는다. 이런 모임에 갈 때는 차에 자신이 먹을 것을 따로 준비해 간다. 고칼로리 음식이 즐비한 곳에서 과식하지 않기 위해서다.
허커비는 주민들의 사생활에 일일이 간섭하는 주정부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대신 정부가 필요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래서 주정부 공무원들에게 운동할 시간을 부여했다. 비만치료도 주정부 의료보험으로 커버하도록 했다. 아울러 학생들이 정크 푸드에 노출되지 않도록 벤딩 머신 사용을 제한했다. 그리고 설탕이 많이 들어 있는 소다를 주스와 물로 교체했다.
허커비가 살 빼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학생들의 성적표에 체중관련 정보를 기록하게 한 것은 2003년 봄 아칸소 주 하원의장 허셸 클리블랜드가 초등학교에서 벤딩 머신을 제거하고 성적표에 체중을 기록하자는 법안을 제출한 데서 착안한 것이다.
허커비는 당연히 이 법안에 서명했다.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을 때도 주민들은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사실 이런 법안이 있었는지도 잘 몰랐다. 허커비 주지사가 서명한 뒤 본격적으로 캠페인을 벌이면서 핫이슈가 됐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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