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질환은 개발 도상국들에서는 흔하지만 미국 같은 위생시설이 발달된 사회에서는 드물다. 하지만 LA나 휴스턴과 같은 이민자가 많이 모여 사는 지역에서는 기생충 감염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민 오기 전에 감염이 된 후 수년 내지 수십년 후에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40대 중반의 선교사인 서모씨는 갑작스런 경련으로 종합병원 응급실에 실려왔다. 가족들에 따르면 이날 가족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던 중 갑자기 오른손에 힘이 빠지면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 오른쪽 손발을 심하게 떨었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급히 911을 불렀고 병원에 도착한 서씨는 의료진에 의해서 응급처치를 받은 후 경련을 멈추었다.
서씨는 지금까지 일년에 한두 번 감기 걸리는 것말고는 몸이 아프지 않아서 병원에 간 적이 없었지만 지난 두 달 동안 두통 때문에 타이레놀과 같은 두통약을 자주 복용했다. 또 서씨는 멕시코와 남미에서 오랫동안 선교생활을 했고 6개월 전부터 미국에서 사역을 시작했다.
응급실 의사에 의한 서씨의 검진상 서씨의 우측 운동신경이 약간 마비되어 있어 보였고 응급실에서 투여한 약물 효과로 의식은 조금 감소되어 있었다. 일단 중풍으로 진단 받고 뇌 단층촬영에 받았다.
결과는 놀랍게도 기생충 질환의 일종인 뇌 낭미충증( neuro-cysticercosis)으로 진단을 받았다. 여러 가지를 고려한 후 약물치료를 시작했고 서씨의 증상은 호전되었고 정상생활을 다시 할 수 있었다.
완전히 익히지 않은 돼지고기를 먹게 되면 돼지 촌충(Taenia Solium)에 의해서 감염될 수 있는데 첫째는 성충에 의해 인간의 장관에 감염이 되는 것이고 둘째는 유충의 형태로 조직에 감염되는 경우이다(cysticercosis). 성충에 의한 장관 감염은 공복감, 복부가 불편하거나 오심,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지만 대개는 증상이 없다. 하지만 유낭충에 의한 감염의 경우는 증상이 좀더 심각할 수 있다. 장관계를 통해서 혈액으로 전신에 전파되는 유낭충은 신체 어느 부위에서나 발견될 수 있고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서씨와 같이 뇌에 발생하는 경우는 경련과 같은 뇌신경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낭미충증 환자는 전 세계 5,000만명 이상이다. 미국 내에서 살더라도 오랫동안 외국에서 거주했거나 LA와 같이 이민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낭미충증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예방에 대한 상식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첫째, 돼지고기는 익히거나 냉동해서 보관하게 되면 낭미충을 파괴할 수 있다. 소금에 절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또한 요리하기 전에 손을 씻고 수세식 화장실이 없는 지역에서는 적절하게 대변을 처리해야 하는 등 개인 위생에 유의해야 한다. 현재 낭모충증에 관한 인간 백신은 없다.
(213)383-9388
이영직 <내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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