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도 초 미국은 유난히도 보트 피플(월남계 이민자)들이 많았다. 대학의 ESL(English as Second Language) 클래스는 대부분 보트 피플들로 득실거렸고, 동양계가 많은 베이지역의 경우 교실의 3분의 1이상은 보트 피플들이었다. 당시 보트 피플들에게는 두가지 특성을 엿 볼 수 있었는 데 첫째는 망향의 서러움, 둘째는 생존의 공포였다. 월남 피난민들은 대체로 악몽 같은 탈출의 순간을 잊지 못하고 있었고, 타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일했다. 당시 알게됐던 친구(레-Le) 역시 보트피플이었다. 월남이 공산화되는 순간 고무보트로 태국으로 탈출한 경우였는데 늘 불안한 모습으로 안절부절하곤 했다. 밤에는 택시 운전, 낮에는 공부하느라 항상 졸리는 표정이었지만 치열한 정신력으로 버텨내며 결국 엔지니어 자격증을 따내고 만 친구였다. 그 친구는 새학기 등록 때 서점에서 교과서를 훔쳐야 할만큼 절박했었고, 영화 ‘킬링필’를 보며 훌쩍이곤 했다. 캄보디아 공산화 과정을 그려 당시 선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킬링필드’는 반공•반전의 기수로서 특히 배경음악 존 레넌의 ‘이매진’으로 더욱 유명해진 영화였었다.
상상해 봐 천국이 없다고 /해보면 쉬워 /우리 아래 지옥 없고 / 우리 위엔 오직 하늘 /상상해 봐 모든 사람들이 /오늘을 위해 산다고... /상상해 봐 국가가 없다고 /어렵지 않아 /죽일 것도 죽을 것도 없어 /또한 종교도 없어 /상상해 봐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 것을… (Imagine there’s no heaven /It’s easy if you try /No hell below us /Above us only sky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for today...
팝송도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일까? 음악 산책을 쓰면서 많은 사람들이 물어온 질문이다. 물론 팝송도 감동을 줄 수 있다. 오히려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더 간결•명확하여 더많은 사람이 감동을 함께 할 수 있는 장르가 팝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팝송도 클래식만큼 아름답다. 특히 비틀즈 같은 팝 가수들이 부른 음악들은 클래식에는 없는 특유의 개성미마저 느껴지고 있다. 비틀즈가 남긴 작품들이 베토벤이나 슈베르트처럼 몇 백년을 롱런하는 작품으로 남을지는 미지수지만 그들 나름대로 시대적인 고뇌, 아픔을 승화시킨 노력의 흔적 만큼은 대중•고전음악의 장르를 초월하여 길이 남을 것은 분명하다. 올 초(1월) BBC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존 레넌이 부른 ‘이매진(imagine)’이 영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 1위로 선정됐다고 한다. 레넌의 사망 25주기를 맞이하여 영국인 7천명을 상대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이매진’이 ‘헤이 쥬드’나 ‘렛 잇비’등을 제치고 ‘넘버 1’으로 뽑혔고 `헤이 쥬드` 2위, 3위에는 역시 비틀즈가 부른 `렛 잇비`가 뽑힌 것으로 보도됐다. 비틀즈는 이번 조사에서 총 33곡을상위 500위안에 올리는 괴력을 발휘, 역사상 최고의 그룹임이 입증됐다.
60년대를 풍미했던 록 밴드 비틀즈(The Beatles)를 모르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영국 리버풀 출신의 비틀즈는 62년 BBC 라디오 방송에 출연,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이름을 알린 뒤 폭발적인 인기속에 영국을 물론 미국에서도 20여 곡이 차트 1위에 올랐고 50여 곡 넘는 톱 40 싱글들을 발표하여, 20세기 최고의 음악적 성공을 거두었다. EMI 레코드를 통해 판매된 비틀즈의 음반 수를 10억장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하니 비틀즈야말로 현대 음악사에서 문화적 혁명을 야기한 음악가들이아닐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비틀즈를 좋아하느냐’라는 질문에는 대답할 사람이 많지 않다. 비틀즈가 왜 유명하며, 왜 비틀즈를 듣느냐고 질문한다면 실상 대답하기가 막연하다. 비틀즈의 리더 존 레넌은 더 냉소적이었다. -사람들은 ‘비틀즈’가 무언가 알고 노래한 줄 알고 있는데 사실 우리는 닥치는 대로 쓰고 노래했을 뿐이다. 작곡에 즐거움을 느낀 적은 별로 없었고 다만 사람들의 반응을 위해 쓰고 노래했을 뿐이었다.- 잔 레논의 표현은 다소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아마도 이것이야말로 그들의 음악을 가장 극렬하게 표현한 말일 지도 모른다. 그저 무언지도 모르면서도 군중 심리와 유행에 편중,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는 것이 대중음악, 특히 팝 음악에 나타나는 특유의 현상이다. 팝의 생명이 짧은 것은 이러한 유행성 때문이겠지만, 레넌이 사망한지 25년(4반세기)가 넘는 지금 까지 레넌이 재조명을 받고 지속적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 그들 만이 줄 수 있는 예술성이 있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면 시대적인 감수성, 폭발적인 상상력… 결코 값싸지 않은 예술성이다. 레넌의 ‘이메진’을 한 번 들어보자 피아노 반주로 시작되는 이 곡은 바하의 평균율 1번(구노의 아베마리아)를 연상하듯 편안하다. 리듬이 아름다우면서도 창법은 전위 예술처럼 신비롭다. 사람들은 여기서 레넌이 말하고자하는 평화의 메세지를 가사없이도 느낄 수 있는 데 이것이야말로 비틀즈가 남긴 예술성, 대중문화를 넘어서는 그들만의 업적이었다.
1971년 어느 날, 악상을 짜내느라 머리를 쥐어뜯던 존 레넌에게 오노 요코는 이렇게 충고했다고 한다. ‘그레이프 프루트’를 연상해봐. 오렌지도 레몬도 아닌 잡종 과일…. 일본계였던 오노는 자신의 문화적 잡종성을 이 과일에 비교했다고 한다. 이 잡종 과일을 연상하며 레넌이 작곡한 곡이 <이매진>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 국가가 없다고 상상해봐/ 신념을 위해 죽이지도 않고 죽일 일도 없고/ 종교마저 없다고 상상해봐…
세계 반전 운동의 기수가 됐던 이 노래는 무신론, 무정부주의자로 낙인 찍히긴 했지만 인류에게 중요한 것은 국가도 종교도 아닌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종교도 천국도 필요 없고.. 사랑만 있으면 된다고 강조하고있다.
-Imagine… 생각해 봐… 인생이 덧 없다는 것을… 생각해 봐, 백년후면 없어질 우리들의 모습을…, 생각해 봐, 천만년 살것 같은 끝없는 욕심을…, 이기심과 질투심… 그 덧 없는 메아리를….
발라드 풍의 아름다운 노래 존 래넌의 ‘Imagin’이 우리들의 욕심을 비웃고 있다.
<이정훈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