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시 검사인 조 모랄레스는 1980년대 갱들에 의해 코카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을 잘 안다. 납치, 살인이 마약과 함께 증가했다. 최근엔 각성제 메탐페타민 사용자가 증가했다. 그러나 치안당국은 이 것이 다른 범죄와 연계돼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우편함을 부수거나 쓰레기통에서 서류를 훔치는 범죄가 발생했지만 경찰국 내에서도 심각하게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덴버경찰국과 시 검찰은 신분도용과 메탐페타민 중독자들을 연계시키고 있다. 이들 중독자들은 낮에는 멀쩡하다. 남의 서류를 뒤져 깨알 같은 내용을 읽고 필요한 정보를 빼낸다. 그리고 어둑어둑해지면 ‘약’을 한다. 남의 신분을 이용해 크레딧 카드 등으로 돈을 인출해 약을 산다. 신분도용이 이들 중독자들에게는 ‘생명수’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치안당국이 컴퓨터 해커 등을 주된 용의자로 간주하고 수사력을 집중하는 동안 메탐페타민 중독자들은 여유 있게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메탐페타민 사용자뿐 아니라 딜러들까지 신분도용 범죄에 가세하고 있다.
태미 캐롤은 2003년 신분도용으로 기소됐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다. 4자녀의 어머니인 캐롤은 “메탐페타민을 상습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사기, 신분도용, 절도 등을 저지른다. 우리는 일을 저지를 때 각자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한다”고 했다.
모랄레스 검사는 “신분도용 범죄의 60-70%가 메탐페타민 사용자들에 의해 행해지며, 범죄는 종종 10명 이상 그룹으로 결행한다”고 했다. 모랄레스는 이어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네바다, 텍사스, 콜로라도 주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가 바로 불법이민과 메탐페타민”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 맹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범죄자들에 비해 메탐페타민 사용자의 신분도용 범죄를 파악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이 통계수치를 높일 수도 있다. 또 같은 신분도용이라고 인터넷을 통해 매매하는 고단수 범죄자들을 체포하기 어렵다는 현실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치안당국자나 실제 메탐페타민 사용자의 증언을 토대로 볼 때 신분도용과 메탐페타민의 상관관계를 주목받을 만하다. 일례로 코카인은 도심에서 갱들에 의해 매매된다. 매춘, 총기 밀매 등이 행해지는 범죄의 온상 한 가운데 마약이 자리하고 있다. 코카인 사용자들은 아무리 위험한 일도 과감히 저지른다. 이것이 메탐페타민 사용자의 행태와 다르다.
메탐페타민은 작은 공간에서 제조된다. 변두리에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게다가 변두리 지역에서는 남의 우편물을 훔치기가 쉽다. 소규모 메탐페타민 제조사들은 남의 크레딧 카드기록으로 원료를 구입하고 렌트를 지불한다. 들킬 염려도 별로 없다. 메탐페타민은 약효가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대범하게 범죄를 저지르게 한다.
전국 500개 카운티 셰리프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7%가 메탐페타민으로 인해 신분도용 범죄가 증가했다고 했다. 한편 메탐페타민 중독자는 가정폭력이나 강도 절도 등 범죄 증가에도 기여했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1980년대부터 메탐페타민을 연구해 온 UCLA 리처드 로슨 박사는 메탐페타민과 신분도용 범죄의 연계성에 대해 보다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카인 사용자는 즉흥적이고 발작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메탐페타민 사용자는 오랜 시간동안 끈기 있게 한 가지 일에 몰두할 수 있다”며 그 연계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얼마나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신분도용 신고가 가장 많이 접수된 피닉스의 경우, 경찰이 신분도용 신고를 받고 급습해 일당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동일 장소에서 메탐페타민이 제조되는 작은 실험실로 사용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런 경우가 심심치 않다는 게 경찰의 말이다.
미네소타에서는 메탐페타민 사용자들이 훔친 체크북 등으로 원료 구입비를 지불하기도 했다. 솔트레이크시티에서는 남의 신상정보를 훔친 뒤 인터넷에 버젓이 올려 정보를 판매한 경우도 있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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