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중심의 전통적 샤핑센터 사양길
레스토랑 앞세워 영화관·할인점 등 입주
야외 타운센터에 신·구세대 모두 몰려
식당 자주찾는 고객이 씀씀이도 ‘큰 손’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의 ‘페어옥스’ 몰에 있는 종이가게 ‘파피루스’에서 일하는 미셸 야스(17)가 요즘 손님들로부터 받는 질문은 종이에 대한 것보다는 ‘치즈케익 팩토리’에 대한 것이 더 많다. 메뉴에 나와 있는 음식의 종류가 200가지가 넘고 두 시간을 기다려야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이 식당은 스테이크집인 ‘텍사스 드 브라질’과 함께 올 가을 이 몰에 입주할 예정인데 손님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손님들마다 들어서기만 하면 그 식당에 간다네요. 이 몰에는 사실 그런 것이 필요해요”
페어옥스 몰은 이제 진부해져서 주말에도 별로 붐비지 않는다. 백화점 업계 전체가 약세인데다 합병바람까지 더해진 결과 몰의 중심인 5개 백화점 ‘메이시즈’ ‘헥츠’ ‘시어즈’ ‘JC 페니’ ‘로드 & 테일러’도 흡인력을 조금씩 잃었다. 또 다른 주요 매장인 ‘매스터 크래프트 인테리어스’도 파산 신청을 했다.
이 몰을 개발한 토브먼 센터스는 새로 입주할 식당 2개가 나이 든 샤핑센터에 보톡스 주사 역할을 해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덕분에 손님들이 몰려와 매출이 늘고 페어옥스가 다시금 옛날처럼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곳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식당이 몰의 앵커 역할을 하는 것이다.
페어옥스처럼 전국의 샤핑 몰들이 식당은 물론 영화관, 할인점이나 수퍼마켓 등을 몰에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주전선수 감으로 다시 보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몰의 앵커 테넌트였던 백화점을 대체하고 있다.
업계단체인 국제샤핑센터협의회의 수석 경제학자인 마이클 니미라는 “소비자들의 샤핑 습관이 변화하면서 그들을 끌어들일 샤핑 몰의 앵커도 바뀌는 것”이라면서 “샤핑센터 개발도 소비자들이 돈을 쓰러 가는 방향으로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페어옥스에 이러한 변화가 일도록 촉매역할을 한 것은 바로 2~3마일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페어팩스 코너‘다. 피터슨사가 최근 개발한 소매점과 식당, 사무실, 주택이 혼합된 복합단지로 오후만 되면 주차장에 차가 가득 차고 벽돌을 깔은 보도에는 신분증을 단 사무실 근무자, 유모차를 밀고 가는 젊은 엄마, 그냥 놀러 나온 틴에이저들로 가득하다.
전통적인 샤핑 몰에서 고객을 빼앗아 가는 주범은 바로 그런 야외 ‘타운센터’들인 것이다.
문제는 백화점들이 ‘애버크롬비 & 피치’나 ‘파터리 반’ 같은 전문점과 ‘월마트’와 ‘타겟’ 같은 할인점들에 손님을 뺏기기 시작하면서 시작된다. 소비자연구회사인 아메리카스 리서치 그룹에 따르면 지난 5월에 할인점을 찾은 샤핑객은 85.6%로 전국 체인 백화점의 32.5%, 지역 체인 백화점 고객 21% 보다 훨씬 많았다.
일단 백화점을 통과해야 다른 소매점에 갈 수 있게 된 샤핑 몰의 설계가 불편하다는 고객들도 많다. 야외 타운 센터에 가면 자동차를 자기가 가려는 상점 바로 앞이나 가까이에 세워놓을 수 있다. 타운 센터 소매점은 몰에 입주하는 것보다 손님들 눈에 더 잘 뜨이고 렌트도 더 싼 데다 운영경비도 적게 든다. 미셸 야스는 페어 옥스에도 영화관이 있느냐고 묻는 손님들에게는 페어팩스 코너로 가라고 말해준다.
미셸의 엄마인 폴라도 ‘치코스’나 ‘앤 테일러 로프트’에서 샤핑하거나 친구들과 점심 약속을 할 때 페어팩스 코너로 간다. 페어팩스 코너에는 소매점도 몇 안되고 페어옥스에 있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페어팩스 코너야말로 샤핑센터의 미래라고 단언한다.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한 샤핑센터에는 더 부유한 샤핑객들이 모일 수 있다. 내셔널 리테일 페더레이션 조사에 따르면 한달에 4번 이상 풀 서비스 식당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은 보통 성인에 비해 백화점과 전문점에서 더 많이 샤핑하고 할인점에서는 덜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의 평균 소득은 6만54,83달러로 조사대상자 전체의 평균 소득인 5만2,300달러를 앞질렀다.
편 전통적인 몰들은 백화점들의 맥빠지는 매출과 폐쇄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 국제샤핑센터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백화점들의 동일매점 매출 신장은 1%에 불과했다. ‘페더레이티드 디파트먼트 스토어즈’가 ‘헥츠’ ‘마샬 필즈’ 같은 몇개 지역 체인을 소유한 전 ‘메이 디파트먼트 스토어즈’를 합병함으로써 앵커 자리가 빈 몰들도 많아졌다. 페더레이티드가 합병과 함께 전국적으로 80개 매장을 폐쇄함으로써 몰들도 큰 변화를 꾀할 드문 기회를 갖게 됐다.
이 기회를 살려서 백화점이 아닌 타 업종 앵커업체를 유치해서 타운 센터와 비슷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몰들도 많다. 지난주만 해도 ‘타겟’은 캘리포니아. 뉴멕시코, 펜실베니아주에서 페더레이티드 백화점이 떠난 앵커 자리 4개를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퍼마켓들도 그 도전에 임하고 있다. ‘웨그먼스’의 경우 동부 해안을 따른 확장 계획에 따라 몰의 앵커 자리를 비롯, 비전통적인 위치들을 고려하고 있다. 이 회사의 부동산 개발담당 부사장 랄프 우타로는 샤핑 몰은 접근이 용이하고 교통량이 많기 때문에 매력적이지만 할러데이 시즌 같은 때는 몰에 오는 손님들 때문에 수퍼마켓 손님은 주차할 자리도 찾지 못할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제너럴 그로스 프라퍼티즈는 하와이에 개발한 몰 중 하나에 ‘호울 푸즈’를 앵커로 들어 앉혔다. “소비자들은 뭔가 조금만 다르면 매력을 느낀다”고 이 회사의 밥 마이클스 사장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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