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삶
▶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하늘이 맑게 개였다. 어제 저녁만 해도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파란 잎들이 창을 때려서 쌤은 가슴이 떨렸다. 그래도 날씨는 점칠 수 있어서 그토록 무섭지가 않다. 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들을 대하기란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말할 수 없다.
쌤은 모든 사람들이 어머니 같지 않다는 것을 오래 전에 깨닫고 있다. “왜 댁의 아이는 말을 더듬지요?” “사내아이가 계집애 같이 부끄럼을 많이 타네요” “혹 지능테스트를 하셨나요?” 라고 하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은 터이다. 때마다 어머님은 웃음을 지으시며 “우리 애는 천천히 좋아지고 있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사실 어머님이 몰래 몰래 자기 때문에 우시는 것을 보았던 쌤은 스스로도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른다. 늘 혼자 놀고, 집에 사람이 오면 구석에 가서 숨었다. 말을 거의 하지 않아서 부모님이 병원을 이곳 저곳 데리고 다니셨지만 똑 떨어지게 무엇이 잘못됐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어렵게 조그마한 가게를 하시는 부모님은 쌤 때문에 얼마나 신경을 써야 하는지 당신도 어쩔 줄 몰라했다.
같은 반 아이의 엄마가 전화를 해서 어머니에게 “애 좀 잘 건사하세요. 가만히 있는 우리 애를 때리고 발길질하니. 말도 못하는 주제에, 이거야 참을 수가...” 라고 하는 전화를 받으며, 어머니가 눈물을 떨어뜨리는 것을 쌤은 똑똑히 보았다.쌤은 사실 그 아이가 ‘멍청이 벙어리 바보’ 라고 놀리며 머리를 칠 때 참을 수 없어서 한 대 쥐어박은 것을 후회했다. 어머니는 자기 때문에 늘 ‘미안 합니다’라고 사과를 하셨다.
쌤은 그때마다 너무 속상해서 발길로 문을 차고 대문을 향해 뛰어나갔다. 어머니가 맨발로 뛰쳐나가면, 옆집 사람은 경찰에 신고를 했다.
어머님은 마다 않으시고 시간이 날 때마다 쌤을 앉히고 ‘톰 소여의 모험, 보물섬, 링컨, 이순신, 록펠러, 베토벤 등을 읽어 주셨다.
쌤은 그 중에서도 ‘삼국지’를 제일 좋아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도 가르치셨다. 하루도 거르지 않으시고 뜀박질을 시키셨다. 어머님은 식사 후에 이상한 꼽추 춤을 가르치셨다. 어머님은 쌤이 잠들면 머리맡에서 성경책을 읽어주셨다.
쌤은 반쯤 눈을 뜨고 어머니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머니 눈은 언제나 맑고 눈물이 적셔 있었다.
학기를 마치기 전 학예회가 늘 있었다. 담임선생 쥬앙 씨가 오늘행사에 쌤의 순서가 있다고 일러주었다. 쌤은 너무 당황했다. 바이올린, 피아노, 아무 것도 특별히 준비한 것이 없는데, 말을 더듬으며, “선..생..님.. 저.. 안, 못 하는데요”라고 했지만, 어머니가 교실 문을 살짝 열고 손짓으로 당신을 가리키며 안심하라고 사인을 했다. 아이들이 웅성댔다.
강당은 학생과 부모님들로 가득 찼다.
아이들의 노래, 춤, 악기 등으로 행사는 재미있게 진행되었다.
쥬앙 선생님이 다음 순서는 “쌤과 어머니의 꼽추 춤“이라고 소개할 때 강당은 떠나가도록 환호와 박수가 울렸다.
어머니는 곰방대를 무시고 저고리 위에 바가지를 넣은 채로, 또 쌤은 풋볼을 윗저고리에 넣고 빙글빙글 무대를 학교종이 땡 땡 땡 음악에 맞춰서 돌았다. 와, 와, 소리가 진동했다.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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