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인근 간단히 봄여행 가볼만한 곳
긴 겨울이 가고 봄바람이 미시간호수 너머로 추위를 몰아내고 있다. 도로변에서 슬슬 개나리꽃이 피는 등 시카고도 봄맞이 준비가 무르익은 듯하다. 이런 날 주말을 이용해 연인과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간단한 봄여행을 즐기면 어떨까.
흔히 미국에는 일반적으로 볼만한 곳이 많지만 시카고는 미시간호수 외엔 별다른 관광코스가 없다고들 한다. 물론 시카고 근처에는 웅장한 산맥도 없고 따사로운 햇살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자연풍광도 드문 편이다. 하지만 곳곳에 숨어있는 아기자기한 관광지를 찾아내는 것도 일종의 묘미가 아닐런지. 국제관광여행사의 강성영 대표는 시카고 인근에도 의외로 보기 좋은 곳이 많다며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는 장소를 몇 군데 소개했다.
우선은 시카고와 가장 가까운 위스칸신주 접경지역의 레익 제네바가 있다. 리치먼드와 델러반 사이에 위치한 제네바 호수는 진입로부터 고풍스러운 맨션들이 자리하고 있어 방문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남북전쟁 직전 힘든 시기를 보냈던 제14대 미대통령 프랭클린 피어스의 대저택은 주변의 큰 떡갈나무와 잘 어울려 호수와 함께 잠시 들려 쉬고 싶은 고즈넉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왕 놀러갈 바에야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춘 곳에서 안락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이라면 비교적 많이 알려진 위스칸신의 하우스 오브 락도 좋은 선택이다.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210마일, 밀워키에서 125마일 떨어진 하우스락은 각종 놀이기구와 극장 등의 위락시설을 구비했으며 시즌 중에는 서커스 공연도 하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 골프와 헬스클럽, 고급 수영장에서 운동을 한 뒤 근처 동굴 탐험을 하거나 박물관에 들려보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가장 일반적인 패밀리 익스플로러 룸을 빌리는 데 하루 139달러로 가격이 약간 비싼 게 흠이다.
여행에 소요되는 경비가 부담스럽다면 기름값 외에 다른 비용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미시간호수 인근 모래언덕을 찾아가보자. 호수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이 온통 모래벌판이라 미시간호수를 등지고 지평선을 바라보면 흡사 자신이 사막 위에 서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된다. 강성영씨는 원래 사암지대였던 곳이 오랜 기간의 풍화작용을 거쳐 백사장의 모래처럼 곱게 갈린 것이라며 사막 기분을 내기 위해서라면 멀리 갈 것 없이 자동차로 1시간만 달려 워렌듄스로 가보라고 조언했다. I-94(East) 고속도로를 타고 16번 출구로 나가면 주변이 모두 모래사막이니 따로 찾을 것도 없다는 것. 또 그는 사암지대에선 양치식물이 잘 자라는데, 한인분들이 가끔 고사리나 산마늘 등을 채취하다가 단속되는 경우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모래언덕에서 얼마간 시간을 보냈다면 계속 I-94를 타고 ‘홀랜드 미시간’까지 가보자. 자동차를 달려 1시간반 정도 가고 나면 네덜란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풍차와 길거리 등 이색적인 풍경이 나타날 것이다. 또 최근 봄철 맞이 튤립 단장이 한창이므로 화창한 날씨엔 연인들끼리 꽃밭에서 사진을 찍어보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가 된다. 여행사에서는 오는 5월 13일부터 시작되는 튤립축제가 꽤 볼만하다는 귀띔이다.
이도저도 다 마음에 안든다면 마지막으로 성장기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서 각종 역사기념관을 찾아가보는 것은 어떨까. 특히 이 곳 일리노이주는 노예해방의 아버지 링컨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해 그와 관련된 기념관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볼만한 곳은 스프링필드 오크리지 묘지에 위치한 링컨가족무덤. 링컨 대통령과 관련된 역사나 일화를 배울 수 있고 또 주변 1.5마일 안에 베트남베테랑기념관과 한국전쟁기념관이 있어 자녀들에게 미국과 한국의 역사를 동시에 가르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시간순대로 노예해방을 부른 남북전쟁에서부터 동족상잔의 한국전쟁, ‘더러운 전쟁’이었던 베트남전쟁의 역사를 배우는 동안 미국에서 성장해 한국에 별 관심이 없는 2세들도 자연스럽게 한국 역사와 접하게 되지 않을까.
이제 마음을 정하고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면 출발 전 여행코스를 한 번 더 살펴보는 것은 필수다. 혹시 모르니 목적지로 가는 중간에 아직 잘 알려져있지 않은 명소가 있는지 꼭 확인하도록 하자. 혼자 힘으로 찾아낸다면 아주 값진 경험이 되겠지만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면 여행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괜찮다. 특히 국제여행사는 문의자와 1대1 상담 후 개인형 맞춤코스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개인의 취향에 맞는 여행을 선택하고자 할 경우 적절한 조언을 구할 수 있다.
봉윤식 기자
4/10
사진: 레익 제네바, 하우스 오브 락, 미시간호수 모래언덕, 홀랜드 미시간, 링컨대통령 묘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