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지간의 ‘함정들’
어머니의 ‘자식사랑’이 딸에겐 ‘간섭’으로 비쳐져
시시콜콜 일상사 대화하다 보니 의견 충돌 많아
잦은 전화 대신 이메일이 관계 개선 위한 한 방법
미국인들 상당수 모녀 관계를 친구사이로 여기기도
1980년대 상아탑의 언어학자들은 음성, 언어의 역사, 구문론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데보라 태닌(60)은 보다 큰 그림을 머리에 그리고 있었다. 태닌은 일상대화에서 나타나는 높낮이, 음성 단절, 우회어법, 장황한 어투 등 요소에 관심을 가졌다. 이러한 요소들이 사람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이러한 데 중심을 둔 결과물이 태닌의 UC버클리 박사학위 논문 ‘대화 스타일: 친구들 사이에서의 대화 분석’(Conversational Style: Analyzing Talk Among Friends)이다. 1978년 추수감사절 디너파티에서 2시간40분 동안 오간 대화 내용을 녹음해 집중분석하는 방식으로 자료를 모았다. 1990년대 초 태닌은 ‘You Just Don’t Understand’라는 책을 발간해 장안에 화제를 몰고 왔었다. 이 책은 남녀의 의사소통과 그 결핍현상을 분석했다.
현재 조지타운대학 교수인 태닌은 최근 모녀 관계를 다룬 책 ‘You’re Wearing That? Understanding Mothers and Daughters in Conversation’을 내 다시 한 번 화제를 몰고 왔다. 친하면서도 껄끄러울 수 있는 모녀관계를 분석한 태닌의 이론을 뉴욕타임스가 그녀와의 인터뷰를 통해 소개했다.
-많은 여자들은 그들의 어머니가 그들의 차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을 싫어하는 데, 정당한 불평인가?
▲옳고 그른 문제로 보지 않는다. 서로의 대화에서 서로가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는 데 문제가 있다. 딸들은 “어머니가 항상 나를 비판한다”고 여기고 있고 어머니들은 “무슨 말만 하면 비판하는 것으로 여기니 입을 열지 못하겠다”고 한다.
어머니는 딸을 염려하는 차원에서 말을 하지만 딸은 간섭으로 듣는다. 결국 관계는 좋아질 리가 없다. 여기에서 상황을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머니는 자신의 말이 딸에게 간섭과 비판으로 비쳐진다는 점을 인식하고, 딸은 어머니의 말이 ‘자식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일 인식해야 한다.
-모녀의 불편한 관계를 대화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한다면?
▲한 여기자가 딸에게 전화를 해 “네가 그립다”고 했더니 딸이 “지난주에 전화 했는데 왜 또 그러느냐?”고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딸은 전화를 자주 하지 않은 것처럼 해 자책감을 느끼게 한다고 어머니에게 불평했다. 어머니는 전화 대신 이메일을 보내 딸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표현했다. 그러자 다음날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모녀의 대화는 따뜻하게 이어졌다. 기존의 대화 방식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왜 모녀의 대화에는 ‘함정들’이 많이 있는가?
▲모녀는 부녀, 모자의 관계보다 훨씬 대화를 많이 한다. 하루하루의 일상에 대해 시시콜콜 대화를 나눈다. 어찌 보면 어머니만큼 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보이고 말을 하는 사람이 없다. 모녀관계에는 친밀감이 있다. 어떤 딸은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다는 얘기까지 어머니에게 한다.
하지만 바로 이 친밀감은 종종 불협화음을 낳는다. 사소한 것까지 대화를 나누다보니 의견충돌 건수도 많아지게 된다. 딸은 어머니로부터 허락을 받고 싶어 하지만 어머니의 생각이 다를 경우 뾰로통해 하면서 관계에 금이 갈 수 있다.
-태닌, 당신과 당신의 어머니의 대화는 어떠했는지?
▲내가 어렸을 때 나는 어머니와 늘 다투었다. 어머니는 러시아 태생이고 고등학교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미국에서 살았고 공부했다. 어머니는 내게 압력을 넣었다. 특히 내가 23살에 결혼하고 29살에 이혼하자 어머니는 ‘클럽 메드’ 같은 곳에 가서 새 짝을 찾으라고 했다. 나는 이런 말을 듣는 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어머니와의 관계는 곧 ‘전쟁’이었다. 물론 내가 40살에 재혼을 하자 어머니가 흡족해 했다. 모녀의 관계도 서로 나이가 들면서 공격보다는 이해심이 커지는 모양이다.
-현대 여성이 어머니 세대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것이 모녀의 불화의 원인이 될 수 있는가?
▲물론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사회의 급변을 경험한 베이비부머 세대 어머니들의 딸들과의 관계는 그들의 어머니 세대와의 관계보다 한결 좋다. 딸들은 어머니들을 친구로 여길 정도다. 오스트레일리아 12살 소녀와 동갑내기 미국 소녀에게 물어보니, 어머니를 친구처럼 여기는 것은 미국 소녀였다. 오스트레일리아는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아무튼 미국에서는 모녀지간이 친구지간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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