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의류회사들, 각국 대표 선수복 디자인으로 맵시 뽐내
패션·운동복 회사들, 브렌드 네임 각인 기회 “매출 올리자”
다음 주 이탈리아의 토리노에서 시작되는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는 미국 선수들은 전통적으로 프랑스 디자인이지만 캐나다 회사가 만든 모자를 쓴다. 동계 올림픽에서 캐나다의 자랑거리인 하키 팀은 미국에서 디자인한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다. 중국과 프랑스, 자메이카의 밥슬레드팀및 그외의 다른 10여개국 선수들은 독일에서 디자인된 유니폼을 입는다.
이처럼 각국 패션이 뒤섞인 것은 스포츠를 통한 평화와 조화를 추구하는 위대한 올림픽 정신의 발현이라고 좋게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 또한 다른 종류의 경쟁이다. 올림픽 게임과 연관시켜 브랜드네임을 금메달처럼 각인시키려는 의류회사들이 벌이는 때로 스포츠맨답지 못한 치열한 경쟁인 것이다.
과거 올림픽 때는 빌 블라스, 발렌티노 같은 디자이너들이 활약했지만 패션 네임에 대한 올림픽의 진정한 영향력이 드러난 것은 2002년도 동계올림픽이다. 캐나다 회사 ‘루츠’가 제작한 파란색 플리스제 베레모를 쓴 미국팀의 이미지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것이다. 토론토에서 프라이빗 제트기로 2만5,000개를 실어와도 몇시간 안에 다 팔려나가던 이 모자를 지켜 본 패션및 운동복 회사들은 전세계 21억명의 시청자 눈에 더 잘 띄는 제품을 내놓으려 앞을 다투기 시작했다.
인간 생활 전반에 걸쳐 스타일이 더 주목을 받게 됨에 따라 개막식때 입장하는 85개국 선수들이 입을 유니폼은 각국의 스타일 뿐만 아니라 성적 및 국력에 대한 평가까지 곁들이는 좋은 화제거리가 됐다. 거의 대형 패션쇼를 방불케하는 것이다.
2월 10일 개막식에 독일팀은 주최국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이탈리아 국기 색갈인 하양, 초록과 빨강색을 사용한 유니폼을 입는다. 여자 선수들의 재킷에는 스와로브스크 크리스탈로 만든 별도 수놓았다. 조지오 알마니는 이탈리아 선수 30명과 NBC 해설자들의 옷을 디자인했고, 타미 힐피거는 미국 프리스타일 스키 팀의 경주복을 디자인했다.
개막식과 폐막식, 올림픽 빌리지에서 쉴 때 450명에 달하는 미국 선수및 코치, 스태프들은 이번에도 ‘루츠’가 디자인한 옷을 입는다. 베레모와 복고풍 스키 경주복 스타일의 나일론 베스트는 ‘타겟’에서 각각 24달러95센트, 197달러99센트에 팔릴 예정인데 퍼레이드때 입을 하얀 특수 재킷만은 당일에야 세부사항을 알 수 있다.
메달을 딴 미국 선수가 시상식 단상에 입고 올라갈 옷은 가느다란 파랑색 리빙을 댄 오프 화이트색 트랙 재킷 아니면 파랑과 빨강 파카로 모두 나이키 로고를 달고 있다. 그와 비슷한 제품은 나이키의 매장과 웹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비슷한 모양의 여성용 트랙 재킷 가격은 65달러다.
유니폼 제조업자들은 보통 올림픽 상품 매출의 8~12%에 해당하는 돈을 각국 올림픽 위원회에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미국 올림픽위원회는 출전 선수들이 전통적인 코트와 타이 차림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자 스포츠웨어 회사들과 접촉하기 시작했는데 올림픽 오륜마크 사용권 수수료와 로얄티를 포함, 2008년까지로 한 ‘나이키’ 및 ‘루츠’와의 계약은 이후에도 갱신될 전망이다.
아디다스가 이번 동계 올림픽에 밥슬레드와 크로스 컨트리 스키 경주용으로 내놓은 ‘클라이마 파워웹’수트.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엄격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동계 올림픽은 스포츠웨어 브랜드들의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아르마니와 힐피거 같은 디자이너들보다 ‘나이키’‘아디다스’‘푸마’‘스피도’ 같은 고성능 스포츠 디자인 전문 운동복회사들은 올림픽을 스포츠와 패션의 글로벌 패션쇼장으로 여긴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선수들을 영웅으로 만들어줄 유니폼 개발에 수천시간을 투자한다.
토리노 올림픽에서 ‘아디다스’는 ‘클라이마 파워웹 수트’를 밥슬레드와 크로스 컨트리 스키 경주에 선보인다. 몸에 딱 달라붙는 이 옷에는 압축 패널이 들어 있어 몸을 유선형으로 보이게 하지만 포인트는 선수의 등과 넙적다리, 어깨를 엇갈리며 마치 고무 콜셋처럼 감싸는 우레탄 파워웹 밴드다. 이 밴드가 매 근육과 다리 근육을 연결시켜서 에너지의 저장과 이동을 돕는다는 것이다.
랜스 암스트롱이 투르 드 프랑스 대회때 입은 몸에 꼭 끼는 ‘스위프트 스킨’ 수츠를 만드는 ‘나이키’는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이 기록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솔기의 수를 최소화하고 인체를 공기역학 지대로 나눈 유니폼을 내놓았다.
두 회사 모두 색깔을 바꾸거나 각국 고유의 문양을 사용하여 서너개 다른 나라 팀의 유니폼을 만들었다. 말하자면 미국 유니폼에는 직전 동계 올림픽에서 미국 스케이팅 팀이 딴 메달을 프린트했고, 네델란드 유니폼에는 튤립을 넣었다.
이처럼 막대한 투자를 해 전세계 텔리비전 화면에 비춰지더라도 그 유니폼이 상업적으로도 성공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 2002년에 타미 힐피거 대신 마지막 순간에 선정된 ‘루츠’의 경우 미국 선수들이 9.11 테러 사태 이후 처음 열린 올림픽 개막식때 그 베레모를 쓰고 뉴욕시 경찰 및 소방대원들과 함께 등장, 자발적인 애국심의 이미지를 뚜렷이 심은 이후 올림픽 관련 전제품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기도 했다.
결국 베레모는 100만개 이상, 올림픽 상품은 4,000만달러어치를 팔았지만 아테네에서 열린 2004년도 하계 올림픽 유니폼은 별로 잘 팔지 못했다. 게다가 올해는 모국인 캐나다 팀을 2012년까지 입힐 권리까지 다른 회사에 뺏겼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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