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지 않으면 생활이 힘든 걸…”
65∼74세 연령층 4명중 1명은 일자리 가져
연금플랜·저축만으론 생활비 대기도 벅차
대부분 “늙어서도 써먹을 기술 갖출걸”후회
피츠버그의 전직 고교교사 바바라 라이스는 은퇴에 대해 별로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저 매일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한 학교에 근무한지 30년이 된 어느날 조기 은퇴 결정했다. 그것이 5년전. 요즘 라이스(57)는 다시 일하러 다닌다. 이제는 교사가 아니라 동네 책방에서 일한다. 돈이 필요하지는 않으니까 취미로 일한다는 라이스는 일을 그만둘 계획이 전혀 없다. 안락의자에 앉아 소일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하고 여가활동을 즐기고 있지만 직장으로 되돌아가는 이들도 늘고 있다. 최근 ‘퍼트넘 인베스트먼츠’ 연구는 이미 은퇴했던 사람중 700만명, 또는 40세 이상 근로자의 10%는 다시 취직했거나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중 재취업하는 은퇴자들은 급속 증가하고 있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현재 65~74세 연령층에서 4명중 1명은 일자리를 갖고 있어 6명중 1명꼴이었던 20년전부다 크게 늘었다. 퍼트넘의 연구는 작년에 65~74세 연령층 근로자 숫자가 전체 노동인구보다 3배 더 빨리 성장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앞에 말한 라이스는 운이 좋아서 일하고 싶기 때문에 일하지만 은퇴 연령이 지나서까지 온갖 청구서를 지불해야 하므로 일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들도 많다. 퍼트넘 조사에 따르면 다시 일하러 나온 은퇴자의 3분의 1은 살아 남으려면 돈을 더 벌어야 하므로 일한다고 대답했다.
보스턴 칼리지의 경제학자 알리시아 머넬은 최근 조사에서 베이비붐 세대중 절반 정도는 은퇴후에도 일해서 보태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인들의 수명은 길어지고 있고, 오래 살면 살수록, 의학이 발전하면 할수록 비용이 드는 법인데 많은 기업들이 장기 근속 직원들에게 의지해 살만한 연금을 회사가 제공하는 플랜 대신 직원들이 은퇴에 대비한 저축과 투자를 책임지는 401(k) 플랜으로 바꾸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2004년에 파트타임, 또는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25~64세 근로자중 46%만이 어떤 형태로든 은퇴계획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401(k)를 붓는 사람들도 노후에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코네티컷주 스탬포드의 금융서비스 조사회사 브라이트워크 파트너스에 의하면 401(k) 구좌의 평균 적립액은 3만9,600달러에 불과하다.
볼티모어의 보험회사 AON에서 연금분석가로 일했던 아드리아나 워드(74)는 7년전에 은퇴하지 말고 계속 일해야했다고 말한다. 심장병 환자인 워드는 은퇴전에 자원봉사했던 더글러스 메모리얼 페더럴 크레딧 유니온에서 주 20시간이상 일해서 약값을 벌고 있다. “우리 나이 또래에선 전직 교사나 공무원처럼 좋은 베네핏을 가진 사람만 일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워드는 수많은 미국 노인들처럼 일차적으로 소셜 시큐리티에 의지해 삶을 꾸려가고 있다. 다달이 소셜 시큐리티 연금 914달러와 회사 연금 288달러를 받는다. 작년 11월 현재 월 최고 수혜액이 2053달러로 연간 총2만5,000달러를 넘지 못하는 소셜 시큐리티 연금의 평균 지불액은 879달러30센트였다.
센서스국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65세 이상 인구중 독신자 연수입이 9,000달러 이하로 규정되는 빈곤층은 9.8%로 숫자로는 360만명을 헤아린다. 그밖에 빈곤선보다 수입이 25% 정도 더 많지만 경제적으로 스트레스받는 사람이 6.7%인 230만명이다.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은 65세 이상 인구중 많은 사람이 소셜 시큐리티 연금만 가지고 80살이 훨씬 넘도록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소셜 시큐리티 연금은 장래 마저 불투명하다. 정부 추산에 의하면 앞으로 75년쯤 지나면 소셜 시큐리티 기금은 오늘날의 금전가치로 따져 4조억달러가 모자라게 된다. 같은 기간동안 메디케어 적자는 30조억달러로 추산된다.
이렇게 장래가 불안하니 은퇴한 후에도 계속 일을 해야할지, 하지 않아도 될지를 확신하는 사람이 점점 적어지고 있다. 과거 은퇴자를 괴롭혔던 투자손실이나 회사의 연금 계획 삭감은 장래의 은퇴자들도 계속 괴롭힐 모양이다. ‘버라이즌’‘휼렛-패커드’‘시어즈’‘모토롤라’ 같은 대기업들도 최근 더이상 감당할 수 없다며 직원들의 연금 계획을 동결시켜 버렸다. 회사가 연금계획을 동결시키면 직원들은 더이상 연금을 적립할 수 없게 된다.
‘K마트’에서 27년간 일하고 작년에 그만둔 변호사 윌리암 사이지큘러(63)도 같은 문제에 봉착했다. 1996년 1월에 K마트가 연금계획을 동결시키고 대신 401(k) 를 제공하는 바람에 그가 과거에 세워놓았던 노후 계획은 완전히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K마트’와 ‘시어즈’의 합병으로 계속 일하려면 타주로 이사까지 해야하는 바람에 그만두면서 은퇴도 생각해봤지만 사이지큘러는 인력제공사 ‘켈리 서비시즈’에서 프로젝트를 맡아 일하기 시작했다. 좀 더 편안한 노후를 보낼 자금을 모을 때까지 계속 일하려는 그는 영구직을 원했지만 나이 때문에 거의 찾기가 불가능했다.
많은 인구분석가들이 기대하듯이 앞으로 젊은 근로자 부족현상이 나타나면 노동시장도 나이든 근로자들에게 더 개방되겠지만 현재로서는 늙어서 풀타임 일자리를 찾기는 어렵다. 현재 은퇴할 나이가 지났는데도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다음 세대에 들려주는 충고는 저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나이 들어서도 시장에서 탐내는 기술을 준비하고 있으라는 것이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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