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수퍼마켓 진열대에 점점 농약을 쓰지 않은 야채와 과일, 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 우유 같은 오개닉 식품들을 더 많이 등장시킨 소비자들의 친환경 선호경향이 기타 분야로도 확산, 친환경 건축자재 소매상들이 증가하고 있다.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고 벌목된 목재, 입고 버린 청바지들을 모아 만든 단열재 같은 물건을 파는 환경보호를 의식하는 건축자재상들은 벌써 전국적으로 성장할 채비를 하고 있다.
식물성 페인트나
코르크 마루바닥 등
친환경적 주택건축
“건강에 좋다” 확산
“시기가 무르익었고, 제품들도 성숙했다”고 말하는 그렉 스노우든은 2004년에 캘리포니아주 샌 앤젤모에서 개업한 ‘그린 퓨전 디자인 센터’의 대표이사. 그는 이 회사 웹사이트가 “독특한 소매 매장이자 갤러리, 교육센터”라고 소개하고 있는 그린 퓨전의 올 매출은 작년보다 2배가 더 늘어난 200만달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바로 이삼년전만 해도 환경보호를 염두에 둔 주택소유주들은 작은 규모의 상점에서, 대부분 수입품인 한정된 숫자의 자재들만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요즘 친환경 주택 건축은 점점 주류화되고 있다.
시애틀의 친환경 건축자재상 ‘인바이런먼털 홈 센터’ 사장 팀 테일러.
‘그린 퓨전’ 매장에 가면 식물성 페인트, 오개닉 침구류(100% 양모를 넣은 킹사이즈 매트리스가 2,000달러) , 포르투갈에서 수입한 코르크 마루바닥(참나무를 죽이지 않고 겉껍질에서 추출한 것으로 스퀘어피트당 5~8달러) 등을 고객들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건강에 좋은 자재가 사용된 장소에서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스노우든 사장은 말한다.
그는 또 ‘그린 퓨전’이 앞으로 몇년 안에 더 큰 지역, 나아가 전국적으로 뻗어 나갈 것을 확신한 나머지 이미 green homedepot.com라는 웹 주소도 확보해 놓았다. 그러나 친환경 건축자재 소매업의 확대를 꿈꾸는 사람은 스노우든 한 사람만이 아니다.
시애틀 지역의 대형 친환경 건축자재 공급업체 ‘인바이런먼털 홈 센터’ 사장 티모시 테일러도 전국적으로 사업을 확대시킬 야심을 불태우고 있다. 이 시장이 확대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의 회사부터 1992년 800스퀘어피트에서 시작해 오늘날은 3만 스퀘어피트 면적의 수백만달러짜리로 커졌다.
그린 퓨전’에서 판매되고 있는 친환경 페인트 제품들.
이밖에도 전국적으로 친환경 건축자재 소매업체는 서너개를 더 꼽을 수 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인바이런먼털 빌딩 서플라이즈’, 뉴욕 브롱크스의 ‘인바이런먼털 컨스트럭션 아웃피터스’는 모두 10년이 넘은 회사들이고 아리조나주 스카스데일의 ‘a.k.a. 그린’, 시카고의 ‘그린메이커’는 작년에 개업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홈디포’도 현재 캐나다 매장 전체에서 친환경 상품들을 시험중이다. ‘에코옵션’이란 이름 아래 천연 비료, 곰팡이가 잘 피지 않는 회벽등 환경친화적인 상품들을 판촉하고 있다. 만일 캐나다 사람들에게 반응이 좋으면 곧 미국에서도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론 자비스 부사장은 말한다.
뉴욕의 소매 컨설팅회사 ‘WSL 스트래티직 리테일’의 웬디 리브먼 사장은 ‘홈 디포’가 친환경제품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바로 소비자들의 근본적인 태도가 변화했음을 반영한다고 말한다. “바로 우리 자신, 우리 집, 우리 지구를 올바로 돌보려는 마음들이 그만큼 자라고 있는 것이지요. 이제 환경보호는 15년전처럼 주변적인 추세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친환경 건축자재가 주류화되면서 소비자들은 새로운 용어, 혼동을 일으키는 제품이름 등과 맞닥뜨리게 된다. 예를 들어 ‘키레이 보드’는 농업용 섬유질로 만든 가구용 자재를 말하는데 3x6피트짜리 판 하나가 150달러다.
몇년전 시애틀 인근의 한 섬에 주말 별장을 지으며 앨리슨 카티게이너(33)는 재활용한 철강으로 만든 홈통이나 탱크를 사용하지 않는 워터 히터등에 대해 연구했다. 페인트 안에 든 휘발성 유기물의 허용량 같은 것은 금방 이해되지 않았지만 업자들이 하는 말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 열심히 파고 들었다. 시애틀의 보드 게임 회사 ‘크레이니엄’에서 프로듀서로 일하는 카티게이너는 결국 휘발성 유기물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페인트가 아니라 조금 들어 있는 것을 선택했다. 이유는 페인트가 필요한 날 건축자재상에서 살 수 있는 것이 그것 뿐이었기 때문이다.
카티게이너처럼 친환경 주택 건축시 약간의 절충을 했다고 죄의식을 느낄 필요는 없다. ‘인바이런먼털 홈 센터’의 테일러 사장에 따르면 완벽하게 친환경적인 자재는 아직 없다. “제품들의 친환경 정도는 매우 다양합니다. 완벽한 천연 제품은 몇개 안됩니다”
또 소비자들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아직 전체를 아우르는 규제 시스템도, 업계 전체를 위해 표준을 만들고 감독하는 기관도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기껏해야 친환경 소매업자들이 컨설턴트들의 자문을 받거나 스스로의 기준에 따라 선택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환경 건축이 유익하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그 추가 부담을 감수하려 할지는 불확실하다. 친환경제품들은 일반 제품보다 훨씬 비싼 값에 팔린다. 독일회사 ‘리보스’의 오개닉 페인트는 1.3갤런에 79달러로 갤런당 17달러인 보통 페인트 값을 크게 웃돈다. 그것은 “자신과 지구의 건강을 개선시키기 위해 집주인이 기꺼이 지불하려 할 프리미엄”이라고 GreenHomeGuide.com이라는 친환경 디자인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윌렘 마스는 말한다. 그는 보통 자재와 친환경 자재의 차이를 수퍼마켓의 ‘원더 브레드’와 제빵사가 만든 바게트의 차이에 비유하고 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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