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 빠지지만 붕괴는 없다”
지난해 에너지 가격 상승과 허리케인 피해 속에서도 견실한 성장세를 보인 미국 경제. 올해는 과연 미국 경제가 어떻게 움직일 것이며 경제 전문가들이 보는 전망은 어떨까. 남가주의 대표적 경제학자들로 꼽히는 UCLA 앤더슨 경제연구소의 에드워드 E. 리머 디렉터와 LA카운티 경제개발기구(LSEDC)의 잭 카이저 부회장 겸 수석경제학자를 직접 만나 2006년 미국 경제에 대한 이들의 생생한 의견을 들어봤다.
<글 정대용·사진 신효섭 기자>
아시아 증시 투자 유망
남가주 일자리 1.7%?
■에드워드 E. 리머
UCLA 앤더슨 경제연구소 디렉터
에드워드 E. 리머 UCLA 앤더슨 경제연구소 디렉터는 올해 미국 경제가 2.8% GDP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경제가 1970년대 이후부터 보여온 연평균 성장률 3.0%보다 약간 낮은 수치다.
리머 디렉터는 예년보다 낮은 성장률의 근거로 부동산 시장에서 꼽았다. 부동산 시장이 지난해 8월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는 게 그 이유다. 리머 디렉터는 “최근 몇년 동안 신규 일자리를 대부분 부동산 분야에서 창출됐는데 하강 국면에 들어선 부동산 시장이 예년과 같은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과 관련해 리머 디렉터는 2006년을 ‘거품’이 빠지는 한해로 규정했다. 리머 디렉터는 “거품이란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책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2006년에는 고평가된 집값이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머 디렉터는 또 “가격이 고평가된 대표적인 곳이 남가주지만 그렇다고 시장이 붕괴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리머 디렉터는 부동산 시장을 대신할 투자처로 아시아 국가 주식시장을 추천했다. 리머 디렉터는 “지난해 미국 주식가격은 적정한 수준이었지만 2006년에는 2005년보다 약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투자처로 주식을 찾는다면 미국 증시보다 한국이나 일본 같은 아시안마켓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가주 지역 경제는 올해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리머 디렉터는 “2006년 남가주에서는 비농업 분야를 중심으로 1.7%의 일자리 증가가 예상된다”며 “이 정도면 적당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리머 디렉터는 기타 경제 분야에 대해서는 ▲엄청난 양의 무역 적자로 인해 달러가 지속적인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으며 ▲유가는 53달러선 ▲10년 만기 국채는 5%를 넘지 않을 것 등으로 2006년 경제를 내다봤다.
◆에드워드 E. 리머는 누구
마른 체구에 선 굵은 목소리를 갖고 있는 에드워드 E. 리머 UCLA 앤더슨 경제연구소 디렉터는 프린스턴 대학과 미시간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했다. 하버드 대학에서 교수생활을 한 뒤 1975년부터 UCLA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과 대만 및 중국 경제, 그리고 북유럽 복지국가 등이 관심분야다. 어떤 질문에도 목소리 톤이 일정하고 대답에 곁가지를 치는 법이 없는 전형적인 이코노미스트다.
남가주 GDP 3.9% ?
FRB 금리 추가 인상
■잭 카이저
LA카운티 수석경제학자
잭 카이저 LAEDC 부회장은 올해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견실한’ 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GDP 성장률도 3.5%로 에드워드 E. 리머 UCLA 앤더슨 경제연구소 디렉터보다 0.7%포인트 높은 수치를 제시했다. 지난해 성장률과 같은 수준이다.
카이저 부회장은 “미국 경제는 항공 우주산업 및 영화 엔터테인먼트의 지속적인 발전과 아시아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다”며 “GM과 포드 등 대표적인 제조업은 고전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남가주로만 범위를 좁히면 예상 성장률은 더 높아진다. 카이저 부회장은 “앞서 얘기한 항공 우주 및 영화 산업과 아시아로부터의 수입 혜택을 직접 받는 곳이 남가주로 이 지역은 미 전체 평균보다 높은 3.9%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남가주는 4.1%의 GDP 성장률을 보였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리머 디렉터와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카이저 부회장은 “남가주 집값은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정점을 지나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금융기관들이 공격적인 대출관행을 늦추고 모기지 금리도 상승추세에 있어 올해 중간 주택가는 완만히 하락하고 주택 판매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카이저 부회장은 특히 “지금 부동산에 투자하기에는 늦었다”며 “투자한 돈을 빼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카이저 부회장은 올해 경제 변수로 개스값을 꼽았다. 그는 “현재 온통 관심이 유가에 쏠려 있지만 천연개스값이 급등할 우려가 있어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가에 대해서는 “지난해 배럴당 평균 57달러선을 유지한 유가는 올해는 약간 낮은 선”으로 전망했다.
기타 경제 전망에 대해 카이저 부회장은 ▲달러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며 ▲인플레이션 현상을 보이고 있어 FRB에서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잭 카이저는 누구
멋지게 기른 콧수염이 인상적인 잭 카이저 부회장은 LA지역 대표적인 경제예측가로 통한다. 카이저 부회장은 해마다 연초가 되면 지역 경제를 예측해 오고 있는데 정확한 예측능력으로 인해 LA 비즈니스 저널은 그에게 LA경제의 ‘정신적 지주’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헌팅턴팍에서 태어나 USC에서 산업디자인과 MBA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LA상공회의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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