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가정폭력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상기시키고 주류사회 관련 인사들과의 교류를 활성화해 가정폭력 예방과 관련 정책의 혜택을 한인사회에 확산시키고자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송년특집 대담’을 지난 12월 16일 서니베일 리화랑에서 가졌다.
이날 대담의 참석자로는 산타클라라 카운티 부검찰총장인 커린 시너누(Karyn Sinunu) 검사와 가주 하원 가정폭력위원회 대표 레베카 콘 하원의원 사무실의 줄리 린드(Julie Lind) 보좌관, 산호세 한미봉사회 가정폭력 담당 어은주씨,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한인모임 ‘도우리’의 김문자씨 등이 참석했으며 이날 대담의 진행은 가정폭력에 반대하는 범민족계 남성들의 모임 ‘워리어스 포 피스(Warriors For Peace)’의 제임스 김씨가 맡았다.
<김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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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본 대담은 한인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가정폭력 문제의 양상을 파악하고 예방의 필요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관계 기관과 한인단체간 네트워크를 조성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마련됐다. 이를 위해 산타클라라 카운티 부검찰총장 커린 시너누 검사와 레베카 콘 하원의원 사무실의 줄리 린드 보좌관이 한국일보의 초청으로 이 자리에 함께 했다. 서로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우선 한인단체에서 나오신 두 분의 소개를 부탁한다.
어은주: 나는 산호세 한미봉사회에서 가정폭력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사실 혼자서 가정폭력이라는 큰 문제를 담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지역사회 교육’이라는 방향으로 세미나 및 워크샵을 개최해오고 있던 중, 가정폭력문제를 근절하고자 모임을 갖고 있는 한인모임 ‘도우리’와 관계를 가짐으로써 가정폭력 문제에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게 됐다. 그 일환으로 지난 5월부터 7주 동안 진행한 ‘가정폭력 피해자 옹호인 훈련 프로그램’은 현재 한인만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한인을 양성하는데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었다. 따라서 이제 한인들을 위해서 봉사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 분들이 많이 양성된 상태이나 실제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재정 등이 부족한 실정이다.
김문자: 나는 산타클라라 카운티에서 가해자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으며 한인들을 위해 ‘도우리’ 프로젝트를 운영한지10여년이 되간다. 한인들의 문화적 특성상 가정폭력 문제를 드러내놓고 상의하지 않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 중점을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이다.
커린: 예방 차원의 프로젝트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나?
김문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가정폭력 문제는 가정폭력을 가정폭력으로 보지 않는 등 인식의 부족으로부터 비롯되기 쉬우므로 예방차원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커린: 맞는 말이다. 특히 가정폭력이 자녀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남성들을 교육시키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우리 검찰청(DA office)에서도 가정폭력이 아동에 미치는 영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기존의 가정폭력 담당부서(Domestic Violence Unit)를 가족폭력에 관한 부서(Family Violence Unit)로 명칭을 바꿔 기존의 부부간 폭력뿐 아니라 아동 학대까지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제임스: 내가 지금 몸담고 있는 ‘워리어스 포 피스(Warriors For Peace)’에서도 마찬가지로 가정폭력 예방 교육을 ‘내 딸을 위해서’라는 관점에서 강조하고 있다. 또한 한인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졌던 성차별적인 관행이나 문화 등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변화시키고자 노력중이다.
커린: 한인사회에서의 교육은 주로 어떤 방법과 어떤 장소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가?
김문자: 주로 한인교회를 통해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산타클라라 카운티에만도 한인교회가 70여개가 되므로 대부분의 한인들이 교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은주: 이민자들은 이민 초기에 교회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한인교회는 이민자 정착(Immigrant settlement) 도움 기관으로 작용해 왔다. 따라서 미국생활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는 그것이 가정문제일 경우에도 교회를 찾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교회를 중심으로 교육과 홍보를 할 필요가 있다.
줄리: 혹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진행되고 있지 않는가?
어은주: 주로 성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일전에 교회 청년부를 대상으로 ‘데이트 중의 폭력(Dating Violence)’에 대해 교육한 적이 있다.
줄리: 우리 프로그램 중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꽤 효과가 있었던 것은 2004년 여름부터 캠벨지역 학교에서 실시한 것으로 주어진 이야기에 나오는 폭력적인 인물이나 폭력적인 관계, 폭력적인 가족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감으로써 청소년들이 가정폭력 문제에 민감해지게 하는 것이었다.
김문자: 한인사회에도 적용하면 좋을 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청소년층은 영어권이기 때문에 따로 번역할 필요도 없어서 좋다.
줄리: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가정폭력에 대해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어른들이 부적합하게 건드릴 때 “Don’t touch me.”라 말하고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했을 경우 신고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모가 경찰에 잡혀가는 것을 두려워해 쉬쉬하는 경향이 있다.
커린: 검찰 입장에서 볼 때도 안타까운 케이스가 많지만 실제로 피해자인 여성들이 가정이 깨지는 것을 두려워해 신고를 안하는 경우가 있다.
김문자: 가정폭력이 일어나고 있는 가정은 이미 깨진 가정이라고 봐야 한다.
커린: 그래도 가정이 깨질까봐 염려하는 여성들이 많다. 지난 10여년간의 ‘사망 진단 보고서(Death review report)’를 살펴보면 접근금지 조치가 취해진 상태의 가정폭력 피해자가 사망한 일이 한 건 있었는데 그 경우는 그 여성이 남성에게 먼저 연락해 만나는 과정에서 사건이 일어난 경우다. 그런 경우를 보면 정말 안타깝다.
김문자: 공개할만한 한인들의 케이스가 있나?
커린: 본인들의 허락 하에 공개해도 되는 케이스는 공개하도록 하겠다.
김문자: 개인적으로는 검찰청에서 좀 더 강경하게 가해자들을 처벌했으면 한다.
커린: 우리도 최선을 다해서 처벌하고 있다. 보통 여성 피해자들은 법정에 가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 법정에서는 가해자의 이야기만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김문자: 사실 내가 진행하는 가해자 프로그램에서도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남성들은 일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모여주기 때문에 쉽게 판단하기가 어렵다.
제임스: 검찰청이나 레베카 콘 하원의원 사무실 측에서 가정폭력 문제와 관련해 현재 기획하거나 추진중인 정책들이 있는가?
커린: 검찰청에서는 각 커뮤니티와 더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앞으로 ‘커뮤니티 자문그룹(Community advisory group)’을 조직, 1년에 4번 가량 모임을 가져나갈 계획이다. 또한 가정폭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가족폭력 부서를 만들어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에 관한 이슈를 교육할 계획이다. 아울러 남성에게 가정폭력이 자녀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교육할 예정이다.
줄리: 내년에도 2003년부터 실시해온 가정폭력 입법화 문제를 놓고 일을 할 계획이다. 또한 희생자 보호 문제에도 초점을 맞춰나갈 계획이다.
김문자: 이 모든 것이 현실화되려면 문화, 규범, 사회체계가 우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일이 참 많다.
제임스: 오늘은 이 정도로 대담시간을 마치고 다음 기회에 또 만남의 시간을 가지며 지속적으로 한인사회의 가정폭력 문제와 그 예방방법에 대해 협의해 나가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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