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랜드주 브룩빌에 사는 제니퍼 캔도티는 최근 남편으로부터 깜짝 선물을 받았다. 자기와 아이는 집에 두고 혼자 근처 호텔에 가서 하룻밤 조용히 푹 쉬고 오라는 것이었다. “정말 좋았어요. 나 홀로 정말 편안하게 지냈죠”라고 말하는 캔도티는 다음날 아침, 도대체 무엇이 자신에게 그렇게 안락한 기분을 느끼게 한 것인지 곰곰히 따져봤다. 호텔 방은 페더베드 매트리스 패드, 다운 컴포터, 페더와 다운으로 속을 넣은 베개, 300수의 보드라운 침대 쉬츠에 베드 스커트까지 모든 것이 너무도 잘 어울려 마치 자신이 여왕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물론 거기서 끝내고 싶지 않았죠”
샤워커튼·램프·카펫·책상·침구류·비누 등 망라
고급제품에 맛들인 고객 상대 호텔들 판매 열올려
끝낼 필요는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캔도티는 요즘 수많은 호텔 손님들이 하는 것과 똑 같은 일을 했다. 호텔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샤핑을 한 것이다. 그날 밤 자기의 몸에 닿았던 것들을 1,500달러 어치 정도 주문, 1주일 후에 도착한 물건들로 손님방을 꾸몄다. 자기 집안에 호텔이 생긴 것이다.
요즘 리츠 칼튼 호텔에서 타월을 훔쳐가는 손님은 없다. 대신 객실, 심하면 로비를 몽땅 사들인다. 호텔측이 샤워 커튼, 램프, 카펫, 의자와 장의자, 책상, 침대, 침구류와 비누, 접시, 식기와 벽에 걸린 비싼 그림까지 모든 것을 파는 이유는 이미 한병에 60달러짜리 보드카, 200달러짜리 디자이너 청바지등 고급 제품에 맛을 들이기 시작한 미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서다.
“호텔은 아마도 현재 있는 것중에서는 가장 좋은 침대 및 가정용 가구 디자인 전시장일 것”이라고 말하는 로스 클라인은 ‘스타우드 호텔스’의 자회사인 ‘W 호텔’의 사장이다. “하루 이틀 우리 호텔에 묵으면서 경험해 본 후에 자기 집에 들여 놓고 싶은 물건들을 결정하는 것이지요. 백화점에서 하룻밤 자 보기는 힘들겠죠?”
미시간의 ‘그랜드’호텔에 걸린 수놓인 타월이나 ‘리츠 칼튼’의 가운 같은 작은 사치는 이제 자기 집에서도 누릴 수 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호텔 집기들로는 ‘매리엇’의 빨간 아크릴 램프(180달러)와 캐시미어 슈닐라 장의자(1,795달러), ‘웨스틴 호텔스 앤드 리조츠’의 캘리포니아 킹 사이즈 침대(1,450달러)와 헤븐리 샤워 커튼과 라이너(35달러) 같은 것이 있다. ‘W’ 호텔의 아크릴 I 빔 사이드 테이블(290달러), 보스턴 ‘나인 제로’ 호텔의 마카사 베니어 책상(3,600달러), 벽에 거는 양초꽂이(한쌍에 2,400달러), 가로 세로가 18피트인 깔개(1만4,000달러)도 구입할 수 있다.
‘아트 인스티튜트 오브 캘리포니아’의 실내장식과장 조앤 크라베츠는 많은 손님들이 팬시한 호텔에 묵으면서 세련된 실내장식과 그에 어울리는 특정한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도회적인 ‘W’, 깔끔하고 현대적인 ‘매리엇’, 코스모폴리턴한 ‘나인 제로’ 같은 호텔에서 체크아웃 한 후에도 그 라이프스타일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따로 디자이너나 실내 장식가를 고용할 필요 없이 호텔에서 본 대로 거기 있던 것을 그대로 집에 들여 놓으면 되니까요. 덕분에 호텔 측도 약간의 돈을 벌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지요”
‘하스피탤리티 디자인’ 잡지에 따르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호텔용품 매출은 작년에 6,000만달러를 넘었고 업계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 수자가 급격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방 손님들에게 판매할 호텔용 집기만 전문으로 광고, 판매하는 회사들도 서너개가 생겼다.
이미 뉴욕의 W 호텔은 한발 앞서, 손님들이 호텔 물품들을 직접 진열대에서 골라 구입할 수 있는 매장을 맨해턴에 열었다. ‘웨스틴’은 맞춤 디자인한 이중 샤워꼭지로 물줄기를 다섯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스피크맨’을 ‘노스트롬‘ 백화점에서 130달러에 팔고 있다.
‘나인 제로’ 호텔의 영업부장 토마스 홀트만이 “호텔은 집 아닌 집이므로 손님들이 우리 아이디어를 자기 집에 가져가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분석하는 이 현상의 뿌리를 호텔 관측통들은 1990년대말에 생겨난 부틱형 호텔에서 찾는다. ‘스튜디오 54’ 나이트클럽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이안 슈레이저가 디자인한 멋지지만 비싸지는 않은 부틱형 호텔의 인기가 커감에 따라 오랫동안 기능만 중요시했지 디자인은 무시한 통일된 가구를 들여 놓았던 대형 호텔 체인들의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던 것. 이후 대형 체인들이브랜드와 객실을 폭넓게 재디자인, 최근 따라 잡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요즘 ‘매리엇’호텔의 새로 꾸민 객실에는 실내 전체에 목재가 많이 쓰이고, 인체공학적인 의자, 최신 호화 침구류들을 들여 놓았다.
실내장식가를 이용하는 것은 미국 인구중 6%에 불과하므로 호텔들은 세련된 집안 꾸미기의 중개인 역할을 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업계 관측통들은 말한다. 매 주말은 아닐지언정 가끔 정말 멋있는 호텔에 묵을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특별한 날 잠깐 맛본 사치를 매일 자기 집에서도 누릴만 한 것으로 느낀다고 부틱 호텔 집기를 판매하는 회사 ‘호텔럭셔리’의 사라 베이츠 부사장은 말한다.
그러나 사실 호텔 방의 가구와 침구류들은 그 호텔을 위해 맞춤 제작된 것이라 일반 업소에서는 구매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호텔 체인들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갖추고 웹사이트를 유지하는 일을 ‘호텔즈 앳 홈’ 같은 회사에 맡기고 있다. ‘나인 제로’는 ‘호텔럭셔리’에 일을 맡겼다. ‘호텔럭셔리’는 나흘에 걸쳐 그 호텔에 있는 모든 물건들의 사진을 찍어다 실내장식가에게 그 모든 제품의 구입처를 알아내게 한 이후에 공급자와 계약을 맺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호텔 중에는 손님들이 슬쩍 훔쳐가려는 것들이 무엇인지 눈여겨 봤다가 그 목록을 바탕으로 판매 품목을 정하는 곳도 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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