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김창식(산호세 주립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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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실리콘밸리 지역의 미술 문화 운동의 발전을 표방하고 지역사회의 실질적이고, 예술 문화 체험 채널로써 보탬이 되고자 리화랑(리 아트 갤러리)이 오픈됐다.
강영 대표와 갤러리 내 동양화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이명수 화백은 향후 지역사회를 위한 초대전시와 유망 신인 화가 및 디자이너 지원사업을 계획한 바 있는데, 장애를 극복하고 아름다운 화가로 거듭난 박신혜씨의 초대전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전시회다.
화려하지 않지만 가슴 뭉클하고 정감 있는 인간미와 자연의 순수함의 아름다운 조화가 이루어낸 시화적 표현으로서의 의미가 더욱 깊은 행사이다. 그래서 그녀의 이번 전시는 여타의 일상적인 미술 작품전이 아닌, 말 그대로 가슴으로 말하는 작가와의 미적 대화를 느끼고 부딪치는 잔치 한마당이라 생각한다.
바람에 춤을 추는 흥겨운 색종이들의 합창 같은 느낌을 주는 박혜신씨의 한국 전시회 소책자의 표지그림 ‘바람(2003년 작,사진)’을 보는 순간 거침없이 그어 내려간 다소 다듬어 지지 않은 듯한 획의 맛이 묘하게 가슴에 파고든다.
형형색색의 나뭇잎들은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생명의 기가 솟구쳐 오르는 듯한 획들의 합창으로 어우러진 나무기둥의 가지들과 균형을 이루는 반구상, 추상화의 매력을 돋보이고 있다.
같은 해에 완성된 ‘푸른 강’이라는 작품은 상당히 무거운 톤의 음영의 교차가 오가는 가운데 절제된 하이라이트가 묘한 대조를 이루는 특이한 작품이다. 단순하고 절제된 선과 형상은 군더더기 없는 단순미의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화면이 상하로 나뉘어 물표면에 투영된 하늘 풍경은 바람의 흐름을 표현한 듯 선과 질감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고, 수평선 아래는 유유하고 잠잠한 수면의 정막함을 파스텔화 특유의 문지르기 효과로 그 대조적 균형을 잘 표현하는 재치를 발휘하기도 하였다. 또 하나 나의 관심을 끌어낸 작품은 코스모스로 화사한 봄 내음이 물씬 풍기는 정겨움이 가득한 파스텔화다. 앞의 두 그림이 강한 실루엣과 음영의 대비를 통한 작가의 삶에 대한 역경을 은연중에 반영 했다면, 이 작품은 온화하고 정겹고 부드러운 여성미와 절망으로부터 헤쳐 나온 아름다운 세상과 하나가 된 혜신씨의 환희를 그려낸 듯 하다.
박혜신의 작품을 조형적 그리고 기교적 능력으로 평가하려 한다면, 물론 예술적 소질을 타고나고 고도의 반복된 훈련을 거듭한 화가지망생들의 그것과는 비교 할 수 없는 사뭇 다른 것이다. 그녀의 작품은 어떻게 보면 바로 우리 아이들의 그림과 같이 천진난만하고 꾸며지고 다듬어지지 않은 영혼의 거침없는 표현의 흔적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때문에 혹자는 그녀의 작품에 주목하지 않을 지 모른다. 적어도 본인이 느끼는 혜신의 작품은 자신의 육신적, 지능적 능력에 의지한 숙련된 미화 작업이 아니라 영혼에 녹아있는 그녀만의 기억의 조각들을 쏟아 부어대는 행위 예술 그 자체라 말하고 싶다.
그녀는 자신의 장애를 통하여 오히려 미쳐 깨닫지 못했던 숨겨진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함으로써 새롭게 자신만의 세상을 화폭에 재창조할 수 있는 기쁨을 발견하게 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더욱더 감사한 것은 그렇게 지나온 발자국 옆에는 동행하여 온 많은 주변 사람들의 사랑과 덕, 그리고 인내가 함께 하였음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한다. 예술 작품이 단순한 광학적 복제물인 일상적인 전사(사진 복제를 통한 묘사)와 다른 것은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삶, 숨결, 그리고 혼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학습장애라는 부족함이 있음에도 자연을 자신의 친구라 부르며, 하나님의 아름다운 창조 세계를 느낌 그대로 그려내는 박혜신의 작품을 통하여 세상에 길들여지고, 부족함의 미학을 알지 못하며, 최고지상주의를 지향하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시금 순수한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다시 한번, 이번 행사를 위하여 애쓰시는 한국일보 임직원 여러분들과 리화랑, 그리고 장애우의 벗 회원들의 아낌없는 지원에 감사드린다. 특별히, 박혜신의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 그림이라는 창작활동을 통하여 끊임없는 세상과의 대화를 통하여 보다 아름다운 자신의 삶을 발견하게 하여주신 미술지도교사 이데레사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또한, 다른 장애우와 그 가족들에게는 힘과 용기가 되고 우리모두에게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의 계기로 훈훈한 사랑과 격려가 넘치는 행사가 될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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