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부터 완전식, 건강식의 대명사였던 우유. 그 앞에 ‘오개닉’이라는 말까지 붙여 놓으면 그 순수한 이미지는 훨씬 더 격이 높아진다. 그러나 오개닉은 일단 가격이 보통 우유보다 비싸다. 보통 우유는 반갤런에 1달러70센트지만 오개닉은 같은 양에 4달러20센트나 한다. 또 어떤 브랜드는 개봉하지 않으면 몇달이 지나도 끄떡없도록 가공된다. 또 포장에 ‘오개닉’ 인장이 찍혀 있더라도 그 우유를 짜 낸 소가 반드시 초원에서 풀을 먹고 있거나, 소비처 인근 지역에서 생산됐다는 뜻은 아니다.
살충제 치지않은 먹이에
성장 호르몬 맞지않고
풀밭에 나가 길렀더라도
현재 미국에서 팔리는 우유중 오개닉 우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3%가 조금 넘는다. 그렇지만 전체 우유 소비량이 해마다 8%씩 감소하고 있는데도 오개닉 우유만은 연간 23%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102억달러 규모의 미국 낙농업계가 오개닉 밀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오개닉 우유시장의 55%를 차지하고 잇는 ‘호라이즌 오개닉’은 다달이 1,600만달러 어치를 팔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최대의 낙농제품 제조업체 ‘딘 푸즈’ 소유고, ‘스토니필드 팜‘은 프랑스의 거대 낙농기업 ‘그룹 다논’ 소유. 이밖에 ‘호울 푸즈 마켓’과 ‘세이프웨이’ 같은 대형 그로서리 회사들도 오개닉 하우스 브랜드들을 갖고 있으며, ‘월마트’까지 오개닉 우유를 판매한다. 오개닉 우유는 청과물과 함께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구매하는 오개닉 제품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개닉 우유라면 드넓은 초원에서 풀을 뜯는 젖소들의 불어 오른 젖을 농부 가족이 손으로 짠 것이라고 상상하지만 오개닉 우유 상자를 잘 들여다보면 일이 꼭 거기 그려진 그림처럼 되어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말하자면 오개닉 우유란 인공 성장 호르몬을 맞고 자라지 않은 소, 살충제를 치지 않은 먹이를 먹고 자란 소, 풀밭에 나갈 수 있었던 소에서 짠 젖이라는 얘긴데 그중 ‘풀밭에 나갈 수 있었다’는 매우 애매한 말이다. 어떤 젖소는 일생의 대부분을 주어진 축사안에서 사료를 먹었을 수도 있으므로, 우유에 오개닉이라는 레이블을 붙이려면 젖소가 얼마나 오래 저 혼자 풀을 뜯어 먹고 지냈어야 하는지는 현재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수백명의 농부와 오개닉 옹호론자들은 기준을 더 구체화시키도록 오개닉 낙농제품 관련 법규를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위스컨신주에서 ‘코뉴코피아 인스티튜트’를 운영하는 마크 캐스텔은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법원에서 결판이 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 단체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오개닉 우유의 30%가 갇혀 있는 젖소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산하고 그 증가에 맞서 싸우고 있다.
젖소에 항생제 사용이나
살균우유 영양가 분석 등
“기준 애매모호” 지적많아
따라서 진짜 오개닉 우유를 마시고 싶은 사람들은 다음의 몇가지 중요한 사실을 잘 알고 구매를 결정해야 한다. 첫째 오개닉 레이블의 중요성을 따져보는 일이다. 허드슨 밸리의 ‘로니브룩 팜 데어리’에서 생산하는 우유에는 오개닉 인증이 없다. 그 농장은 소에 인공 성장 호르몬을 사용하지 않지만 병에 걸리면 항생제는 사용한다. 소들은 여름에는 주로 풀을 뜯어 먹고 겨울에만 곡물을 섞은 건초를 먹는다. 사실상 오개닉이라 해도 손색이 없지만 이 농장 주인들은 대기업들이 선호하는 ‘오개닉’ 레이블을 붙이기 위해 추가 비용을 들일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가까운 곳에 있는 농장의 풀밭에서 자라난 젖소에서 짠 우유가 공식적인 도장을 찍었지만 멀리서 온 우유보다 더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유맛을 음미하는 사람들은 풀을 먹고 큰 젖소에서 짠 우유가 가장 맛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유 맛이 훨씬 복합적이고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이다. 또 풀을 먹고 자란 소에서 짠 우유에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항암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진 복합리놀린산의 함량이 다섯배나 많다. 풀이 소의 건강에 곡물보다 훨씬 좋은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기후등 여러가지 요인 때문에 곡물도 반드시 첨가되어야 한다.
‘호라이즌 오개닉’의 경우에는 공급이 문제다. ‘호라이즌’에 우유를 파는 300개 이상의 가족 경영 낙농장들은 대부분이 건초와 밭에 난 풀을 더 많이 먹이지만 그중 최대규모인 아이다호주의 회사 소유 시설에서는 4,500마리의 소에게 곡물을 주로 먹인다. 그많은 소들을 하루 종일 노닐게 할 땅도 시간도 부족하지만 수요에 맞추려면 어서어서 우유를 짜서 팔아야하기 때문이다.
살균법도 문제다. 낙농업계는 세균과 기타 병원균을 죽이고 장기간 신선하게 보관하기 위해 우유를 저온살균(pasteurize)한다. 저온살균이란 우유를 화씨 162도로 최소한 15초동안 가열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상자에는 가공일로부터 10~16일사이에 팔라고 도장을 찍어 내보낸다. 초저온살균(ultrapasteuri-zation)은 우유의 온도를 약 2초동안 화씨 280도로 올렸다가 급속 냉각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판매 가능 기간을 서너주로 늘려 잡을 수 있다.
초저온살균 우유는 저온살균 우유에 비해 맛이 더 부드럽지만 익혔거나 태운 것 같은 맛이 날 수도 있다. 초저온 살균이 우유의 영양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아직 진행중이다. 어떤 방법을 썼건 일단 개봉한 우유는 일주일 정도만 신선도가 유지된다.
어쨌든 초저온살균법이 나와 미국 최대의 오개닉 우유 생산업체 ‘호라이즌’은 과거에는 생각도 못했던 넓은 시장을 얻게 됐다. 다른 업체 ‘오개닉 밸리’의 경우에도 3분의 2가 초저온 살균된다.
그러나 전혀 살균하지 않은 생우유만 진짜라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이 훨씬 더 맛도 있고 영양가도 높다는 것인데 생우유를 찾기는 쉽지가 않다. 대부분의 주들이 생우유는 농장에서 직접 판매하거나 젖소의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클럽 회원들만 나눠 갖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생우유는 특히 면역성이 약한 사람의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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