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 교외에 사는 조지아나 가디너는 생선이나 고기, 야채, 과일이 필요하면 25분이나 운전해서 ‘호울 푸즈 마켓’에 간다. 콩 통조림이나 파스타, 페이퍼 타월이 필요하면 식품도 모두 갖추고 있는 ‘월마트 수퍼센터’에 들른다. 덴버지역에서는 가장 큰 수퍼마켓들인 ‘세이프웨이’나 ‘크로거’에 출입하지 않은지 1년이 넘었다.
질 좋은 호울푸즈에 뺏기고
값 저렴한 월마트에 뺏기고
식품시장서 점유율 추락중
오개닉 등 품종 고급화와
매장 특성화 등 전략 부심
식품을 살 수 있는 곳이 점점 더 많아짐에 따라 가디너처럼 동네 수퍼마켓은 멀리 하고 값이 싼 물건은 ‘월마트’‘코스트코’, 기타 할인점에서 사고, 특수 품목이나 서비스는 ‘호울 푸즈 마켓’이나 ‘와일드 오츠’에서 찾는 소비자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그 와중에서 살아남을 길을 궁리하느라 바쁜 수퍼마켓들은 ‘월마트’와 ‘호울 푸즈’가 야심찬 확장 계획을 갖고 있는데다 ‘타겟’마저 식품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라 더 죽을 맛이다. 손님들을 되찾기 위해서는 못할 일이 없어진 수퍼마켓들은 호울 푸즈를 본따 오개닉, 천연 식품을 더 늘리고, 점심이나 저녁 식사용으로 조리된 음식을 파는가 하면 가격까지 깎고 있다.
물론 전국의 5만6,000개 수퍼마켓은 여전히 식품판매업계를 지배하고 있다. 그렇지만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사람들이 수퍼마켓을 덜 찾는데다 가서도 돈을 덜 쓰기 때문이다. 1996년에 미 평균가구의 연간 수퍼마켓 방문은 95회였지만 2004년에는 70회로 줄었다. 그 8년 사이에 ‘월마트’ 방문은 연 13회이던 것이 26회, ‘코스트코’는 8회에서 11회로 늘었다. “수퍼마켓이 정체성 위기에 직면했다”고 시애틀의 자문회사 하트만 그룹 대표 하비 하트만은 지적한다.
지난 5년간 그로서리 업종의 지배적인 존재로 부상한 것은 ‘월마트’로 미국 최대의 수퍼마켓 체인인 ‘크로거’의 거의 2배에 해당하는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월마트’는 수퍼마켓보다 20%나 싼 가격으로 팔지만 그 엄청난 판매량과 구매력으로 인해 식품에서 상당한 이윤을 남기고 있다. 또 노조가 없기 때문에 수퍼마켓보다 인건비도 적게 들인다.
전국의 1,866개 수퍼센터에 모두 식품을 갖추고 있는 ‘월마트’는 식품 판매 통계를 따로 내지 않지만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의 시장조사회사 ‘리테일 포워드’는 2004년에 1,090억달러어치 팔아 그로서리 시장의 19%를 차지했다고 추산하며, 2010년께 ‘월마트 수퍼센터’의 숫자가 3배로 증가하면 식품시장 점유율 역시 35%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퍼마켓들은 그 압박감을 느낀지 벌써 오래다. 매장의 92%가 월마트 수퍼센터에서 반경 20마일 이내에 자리잡고 있는 ‘윈-딕시 스토어스’는 파산 신청을 했고, 월마트가 득세한 달라스와 포트워스 같은 곳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앨벗슨’은 지난 달, 전략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문가를 고용했다. 지난 5년간 미국의 3대 수퍼마켓 체인인 ‘크로거’‘앨벗슨’‘세이프웨이’의 매출은 답보 상태고 이윤 역시 보잘 것 없었다.
그러나 매장은 177개, 시장 점유율도 1%에 불과한 ‘호울 푸즈’는 아직 금전적으로는 위협적 존재가 아니어도 수퍼마켓 업계 간부들은 미국 식품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 업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보고 배울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하트만은 ‘호울 푸즈’가 식품점의 모습을 바꿔 놓았다고 말한다. 청과물 섹션을 넓히고, 천연 혹은 오개닉 식품을 더 많이 제공하는 한편 샤핑객들에게 즐길만한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은행 UBS의 분석가 닐 커리는 현재 수퍼마켓이 처한 상황은 암울하다고 말한다. 수퍼마켓들은 지난 몇년동안 식당과 천연식품을 선호하게 된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를 간파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늘날 지출되는 전체 식비의 46.9%는 식당과 그 비슷한 시설에서 소비된다. 1985년에는 41.3%였다. 가만히 있다가는 ‘월마트’나 기타 비전통적인 포맷의 상점들이 수퍼마켓의 시장을 천천히 빼앗아 갈 것은 불문가지라는 것이다.
물론 수퍼마켓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다. ‘크로거’의 경우 3가지 대안을 실험하고 있다. 하나는 ‘프레시 페어’로 ‘랄프스’ 매장 안에 ‘호울 푸즈’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오개닉 야채, 스시, 올리브 바, 수백종의 치즈와 2,000종의 포도주 등을 갖춰 놓고 서비스의 격도 높인 것이다. 또 하나는 ‘마켓 플레이스’ 매장이다. 보통 식품점의 2배 규모로 전자제품부터 주방용품, 홈오피스 가구에 접시까지 다 파는 것이다. 모양새는 월마트와 비슷하지만 가격대는 그만큼 낮지 않다.
세번째 포맷으로 크로거는 월마트와 가격으로 경쟁할 ‘푸드 4 레스’ 매장 142개를 만들었다. 이와 함께 일반 크로거 수퍼마켓들도 지역별, 고객별로 특성화 시킬 예정이다. 어떤 곳에는 오개닉, 천연 식품, 다른 곳에서는 특별한 치즈, 또 다른 곳에서는 히스패닉 고객이 즐겨 찾는 제품을 더 많이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벨기에의 델레이즈 그룹 소유로 1,220개 매장을 거느린 ‘푸드 라이온’도 변신을 꾀하고 있다. 3년 전부터 개발해온 신개념 매장 ‘블룸’은 마켓측이 아니라 손님이 원하는 바를 최우선했다. 현재 노스캐롤라이나에 5개 매장이 영업하고 있는 ‘블룸’에 가면 계란이나 우유, 저녁거리만 얼른 사러 온 손님이 문앞에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돼 있다. 전통적으로 수퍼마켓들은 그런 필수품은 매장 뒤쪽에 배치해 왔다. 손님들이 그것을 찾으러 가는 동안 다른 물건들도 집어주기를 바라서였다. ‘블룸’은 또 아이들을 유혹하던 계산대 앞의 캔디도 치웠으며, 아이스크림은 앞에 놓아 집에 갈 때까지 조금이라도 덜 녹도록 신경을 썼다.
이와 함께 많은 마켓들이 가격을 깎아 보기도 하고, 요리할 시간이 없는 이를 위해 조리해 놓은 음식을 더 많이 팔기도 하며 소비자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석가들은 수퍼마켓이 계속 시장을 뺏기다가 작은 것들은 폐업하거나 합병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직은 사람들이 꼭 수퍼마켓에 가야만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빅터 로드리게스가 캘리포니아주 헤멧의 월마트 선반에 물건들을 채우고 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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