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메이트 토이즈’ 출시 ‘어메이징 어맨다’
메모리 칩·안면 로봇공학 등 이용
여자 아이들 ‘실감나는 친구’ 기대
사람같아 보이도록 만들어졌지만 고작 눈을 뜨고 감거나 팔 다리를 돌릴 수 있는 것이 이제까지 아이들이 인형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말하는 인형이라고 해야 등 뒷쪽에 달린 실을 잡아 당기면 미리 녹음된 몇마디를 끝없이 반복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달에 ‘플레이메이트 토이즈’가 새로 출시하는 인형 ‘어메이징 어맨다(Amazing Amanda)’는 말을 할 뿐만 아니라 사람이 하는 말을 알아 듣고 감정도 표현한다. 상자에 같이 들어 있는 장난감 먹거리, 변기, 의류등 액세서리에도 무선 택이 들어 있어 인형이 숟가락에 콩을 담아 달라고 했는데 과자를 주면 그건 콩이 아니라 쿠키라고 말하면서 준 사람을 살짝 야단까지 친다.
음성인식 및 메모리 칩, 무선 택과 스캐너, 안면 로봇공학등 최신 디지털 기술을 두루 이용해 만든 18인치 크기의 어맨다는 남자 아이들만이 아니라 여자 아이들도 최신 테크놀로지가 사용된 장난감을 선호함을 증명해줄지도 모른다.
중국 동관에서 조립되고 있는 ‘어메이징 어맨다’ 인형들,
비디오 게임과 로봇 같은 장난감들은 오랫동안 소년들의 상상력과 구매력을 사로잡아 왔지만 소녀들이 원하는 것이 무언지에 대해서 사람들은 다른 가정을 하고 있었다. ‘바비’나 1960년대에 나온 로우텍 말하는 인형 ‘채티 캐시’, 최근에 나온 ‘브래츠’와 ‘아메리칸 걸; 인형들은 소녀들이 자신의 상상력을 더해서 놀 수 있기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여자 아이들은 놀 때 남자 아이들보다 훨씬 더 활발하게 상상력을 발휘하므로 인형에 단추가 달려 있고, 그것이 엔진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면 상상할 수 있는 능력과 재미를 빼앗긴다”고 말하는 시장조사회사 NPD 그룹의 매니저 데이빗 라일리는 “어맨다는 로봇이 아니라 인형 같아 보이기 때문에 그 문제를 극복할 것 같다”고 덧붙인다.
라일리에 따르면 연매출 200억달러의 장난감 업계는 최근 아이들의 취향과 놀이 스타일의 변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과거 장난감을 사던 돈이 소비자 전자제품으로 옮겨 가 버린 것이다. 셀폰, 디지털 카메라, 휴대용 뮤직 플레이어등 부모가 원하는 전자제품들을 갖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추세를 반전시킬 방법은 상당히 앞선 기술을 전통적인 장난감, 말하자면 인형 같은 것에 의미있게 도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맨다 인형을 개발한 ‘J. 섀클포드 & 어소시에이츠’의 주디 섀클포드 사장이다. 1976년에 장난감계의 거두 ‘마텔’의 취학전 부문 마케팅 매니저로 입사해 3년만에 부사장으로 승진, 미국 장난감 업계에서 여성 최초로 간부가 된 섀클포드는 1970년대말‘바비’인형과 다른 장난감들의 인기를 되살린 장본인으로 인정받는 인물. 1986년에 마텔을 떠나 자기 회사를 차렸다.
이 회사에서 만들어 낸, 에이미, 앨리, 매디, 애쉴리, 베이비등 이름 앞에 ‘어메이징’이 붙는 인형을 포함한 일련의 인형들은 모두 전자장치가 들어 있어 언제 일어나야 할지, 자기를 가지고 노는 아이의 생일이 언제고, 좋아하는 휴일이 언제인지 정도는 ‘아는’것들이었는데 섀클포드는 이번에 내놓는 ‘어메이징 어맨다’로 소녀들의 상상력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자극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어맨다는 일단 켜면(스위치는 단 하나가 등에 달려 있는데 옷으로 가려져 있다) 하품을 하면서 일어나 천천히 눈을 뜨고 만화영화에 나오는 소녀 같은 귀여운 목소리로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사실 이 인형이 하는 것은 주로 가지고 노는 사람의 음성 패턴을 본뜨는 것이다. 아이가 먼저 ‘어맨다’라고 서너번 부르면 인형이 재빨리 그 소리를 인식, 메모리에 저장해 놓고는 오직 그 아이의 목소리만을 ‘엄마’ 목소리로 여긴다. 다른 목소리로 부르면 어맨다는 “우리 엄마 소리가 아니예요”라고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섀클포드에 의하면 이 인형은 다양한 질문과 프로그램된 반응들, 요구, 노래, 게임등 총 1시간 가까이 말할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다. 어맨다가 말을 할 때면 부드러운 플래스틱 입술이 달싹거리고 얼굴에도 디즈니 만화영화 같은 애니메이션 기술을 사용해 표정이 지어진다.
예를 들어 어메이징 어맨다가 ‘퍼니 페이스’라는 게임을 하면 인형이 기쁜 얼굴을 할까, 슬픈 얼굴을 할까를 묻는다. “기쁜 얼굴” 이라고 대답하면 인형의 눈이 반짝이고 마치 웃는 것 같은 표정이 된다. 슬픈 얼굴을 하라고 하면 아랫 입술이 튀어 나오고 눈꺼풀도 처진다. 그리고 우는 것도 보고 싶으냐고 묻기까지 한다.
어메이징 어맨다는 ‘스피치’ 칩을 장착했기 때문에 사람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뿐만 아니라 말도 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 산타 클라라의 스피치 기술회사 ‘센소리’가 개발한 이 칩 덕분에 어맨다는 일정 범위내의 비슷한 언어와 방언도 문제없이 이해한다. 이 최신형 스피치칩은 중국에서 제조돼 전세계 영어권 시장에서 팔릴 예정인 어맨다에게는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모두 영어를 쓰지만 발음과 용법이 조금씩 다른 영국, 아일랜드,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아이들의 말을 모두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피자’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말해보라고 하면 인형은 그것이 어느 방언인지를 기억해 내고 그에 합당하게 반응을 보인다.
섀클포드가 “아이들이 겁먹지 않도록 테크놀로지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인형 속에 꽁꽁 숨겨 놓았다”고 말하는 이 인형은 99달러에 판매될 예정. 제일 싼 ‘아이파드 셔플’ 값이니 인형치곤 비싸지만 인기 인형 ‘아메리칸 걸’보다 10달러 비싼 값은 충분히 한다고 섀클포드는 장담하고 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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