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가슴으로 학자의 머리로 신앙인의 기도로…
통일을 논하다
SF한인회-교회협-평통 공동주최 ‘광복 60주년 학술 심포지엄’
200여명 참석 8시간여 마라톤회의
녹슨 쇠사슬에 얽매여 서른 여섯해/(중략)/그렇게도 서러웠던 종사리(종살이)의 굴레에서/훌훌 벗어난 저 어언 반세기를 한참 웃돌아/이제 예순의 고빗길/(중략)/오늘 여기 산 넘어 강 건너/험한 파도치는 태평양 건너/이렇게 아름다운 도시 샌프란시스코에/우리 다 함께 모여…
염천석 시인은 축시 해방의 노래를 통해 불타는 시인의 언어로 식민지의 응어리, 광복의 기쁨, 분단의 슬픔, 통일의 비원을 토해냈다. 동아시아학의 원로권위자 로버트 스칼라피노 UC버클리 명예교수 등 학자들은 냉정한 학문의 언어로 그것을 진단하고 조망했다. 김윤국 박사(전 영락교회 담임목사) 등 목회자들은 간절한 신앙의 언어로 그것을 해석하고 기원했다. 북한 출신 김현식 예일대 초빙교수도 신앙간증을 방불케 하는 열정적 체험의 언어로 북한 실상을 고발하고 북한 바로알기를 호소했다.
샌프란시스코지역의 지역한인회(회장 김홍익) 한인교회연합회(회장 조은석) 민주평통(회장 정에스라)이 공동주최하고 본보가 특별후원한 가운데 지난 3일 SF메리엇호텔에서 열린 ‘광복 60주년 학술 심포지엄: 한반도의 통일을 바라보며’는 시인의 노래처럼 민족애의 관점뿐만 아니라 학술적 체험적 신앙적 정부정책적 관점에서 한반도의 어제와 오늘을 재조명하고 소망스런 내일을 희구하는 자리였다.
오후 2시 제1부 식전행사부터 10시 너머 시상식 및 축도 등 폐회까지 장장 8시간여에 걸친 이날 심포지엄에는-노동절 연휴 첫날에 교통난 주차난이 극심한 곳에서 열렸음에도-200여명이 참석해 북가주 한인사회에서는 유례드문 국제학술회의의 의미를 더해주었다.
강견실 장로(LA타임스지 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제2부 심포지엄의 첫 발제자로 나선 스칼라피노 교수는 동아시아 상황에서의 한국과 미국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반도의 분단과정, 냉전시대 한미관계, 탈냉전시대 남북·한미·북미 관계의 변화, 이에 영향을 주는 주변국(주로 중국과 일본) 변수 등을 고찰한 뒤, 불협화음을 빚어온 한미관계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후임자들은 남한의 이익은 미국과의 전략적인 연대를 유지하고 동시에 일본을 포함하는 다른 주요 국가들과의 균형잡힌 관계를 추구하는 데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북한과 남한-미국과의 관계를 주제로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 언론보도 추이를 통해 한국인의 북한관 미국관 중국관 일본관의 변화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신기욱 스탠포드대 교수는 한국정부의 대북유화정책,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거부감과 한중교류 활성화, 민족주의적 성향의 386세대 전면등장으로 상징되는 정치권 세대교체 등 변화요인을 짚은 뒤 혼란스럽게 보일 수도 있으나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민족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 즉 그로잉 페인(성장통)이라고 진단했다.
김현식 예일대 초빙교수는 북조선의 통치이념과 통일전략 주제발표에서 생생한 체험담과 예증을 곁들여 김일성-김정일 신격화의 표현형태와 형성과정, 미군철수에 이은 남조선해방이라는 불변의 통일전략, 사상적 물질적 전쟁준비, 사회주의 모범국가를 자처하면서도 기아에 허덕이고 탈북자가 속출하는 등 북한의 실상을 증언한 뒤 하나님이 자신의 인생을 바꿨듯이 북한의 문도 정하신 시간에 필요한 방법으로 열어주실 것이라고 장담 겸 기원했다.
이밖에 이홍영 UC버클리 교수는 남북한 통일의 이상과 실현에 대해, 마빈 체이니 GTU 교수는 이스라엘과 한국: 성서해석 방법으로서의 비교역사학에 대해, 연규홍 한신대 교수는 평화통일과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해, 이번 심포지엄 기획자인 조은석 박사(금문장로교회 담임목사)는 미주 한인교회와 통일신학-통일교육-통일선교에 대해 연구성과를 나눴다. 정상기 SF총영사는 축사를 대신해 한국정부의 통일방안과 한반도 통일을 위한 미주 한인교회의 역할에 대해 발표, 말 그대로 학술회의에 그치기 쉬운 이번 행사에 정부정책적 관점의 의미를 보태줬다. 또 김윤국 박사(전 영락교회 담임목사)는 총평을 겸해 한국통일의 소망과 성경의 교훈에 대해 발표했다.
주최측은 평통 주최 통일에세이콘테스트 최우수입상자인 채충원 씨에게 고 최석원 권사(사회자 강견실 장로의 모친)의 유지를 받들어 만든 통일장학금 2,000달러를 수여하고 발제자전원과 사회자, 염 시인, 진행담당 최종원 집사, 다큐제작담당 장수완 씨, 본보 등 후원사에 각각 감사패를 증정했다. <정태수 기자>
사진/ 로버트 스칼라피노 UC버클리 명예교수가 지난 3일 SF메리엇호텔에서 열린 ‘광복 60주년 학술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연단 왼쪽부터 강견실 기자, 스칼라피노 교수, 신기욱 교수, 김현식 교수, 이홍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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