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엣 로빈스
(LA 영화비평가협회원)
왕 카-와이가 감독한 ‘화양연화’(In the Mood for Love·2000)는 내가 그 해 가장 좋아한 영화 중 하나였다. 이제 이 영화의 속편격인 ‘2046’이 개봉되면서 내 컵은 감정과 흥분으로 넘쳐흐르고 있다. ‘2046’은 매력적인 바람둥이 토니 륭과 비상하게 아름다운 여섯 여자와의 로맨틱한 간주곡을 연주한 것이다. 감독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섞어 가면서 공상과학과 현실의 얘기를 지극히 도전적이요 노출하듯이 묘사하고 있다.
토니가 관계와 관계를 전전하면서 여인을 사랑하고 버리는 바람에 남는 가슴의 상처가 날줄과 씨줄이 되어 인간관계의 융단을 엮고 있다. 그의 한 여자에게 정착 못하는 자세가 그에게 동경과 후회를 남겨 놓으면서 그는 자신의 사랑놀이에서 만나는 여자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이루지 못하고 만다.
그와 관계한 여인들은 그 관계에 희망이 없음을 우아하게 인정하면서 안타깝지만 그들이 사랑한 남자를 놓아주고 각자의 길을 나아간다. 감독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우리들의 내면에 숨거나 어떤 기억과 생각과 충동과 꿈과 희망을 저장할 장소가 필요한 것이다. 어떤 사람에겐 그 곳이 육체적 장소이며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정신적 장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얼마 안 되는 사람들에게 그 곳은 이 둘 중 어느 것도 아니다.”
이 서정적이요 스타일 좋은 영화에서 우리는 인간 조건의 반영을 본다. 잃어버린 것은 되찾을 수가 없는 법, ‘2046’은 현대의 관계의 모양을 포착하고 사랑과 약속 사이의 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법적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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