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의 3분의 2가 조금이라도 비만인 나라,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보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미국에서 주요 식품제조사및 식품첨가제 회사들은 지방, 흰 밀가루, 설탕, 소금 같은 몸에 나쁜 것들은 덜 들어가고, 통곡류, 섬유질, 생선기름 같은 좋은 것들은 더 많이 들어간 먹거리를 찾기 위한 연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5,500억달러 규모의 가공식품 업계를 위해 식품과학자들이 개발해내는 첨가제들은 천연성분인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으며, 천연성분인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도 많다.
■ 닭에 코팅 입혀 튀김기름 못 스며들게
■ 콘칩엔 화학변형 전분 넣어 섬유소 보강
■ 오메가-3 지방산 든 캡슐 빵 속에 넣어
업계 “식습관 바꾸지 않고도 건강식” 주장
캡슐에 든 오메가-3 지방산을 100밀리그램 함유한 토티야 랩(위 부터)과, 칼슘이 강화된 어린이용 캔디 ‘데어리 바이츠’, 통밀을 갈아 만든 밀가루로 구워낸 시나몬 빵.
저지방 튀긴 닭을 예로 들어보자. 도대체 기름에 튀긴 닭이 저지방이라는게 말이 안될 것 같지만 매서추세츠주 글루데스터의 ‘프로테우스 인더스트리즈’ 실험실에서 튀김옷을 다 입고 회색 액체의 폭포 밑을 지나가는 닭들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닭이나 물고기의 조직에서 추출한 단백질 분자와 물을 섞은 액체를 뒤집어 쓴 닭고기에는 육안으로는 식별할 수 없는 얇은 막이 형성된다. 그 코팅 덕분에 튀겨도 기름이 흡수되지 않으므로 보통 튀긴 닭보다 기름이 50%나 덜 들어있는 저지방 튀긴 닭이 되는 것이다.
곧 수퍼마켓에 나올 한 콘칩은 기름에 튀긴 것임에도 불구하고 건강식품으로 판매된다. 왜냐하면 화학적으로 변형시킨 전분 덕에 섬유소가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그저 ‘변형된 콘스타치’라고 표시된 성분은 과일이나 야채에 들어있는 천연 섬유소처럼 대장에 이를 때까지 분해되지 않는다.
그런가하면 혈중 콜레스테롤과 트라이글리세라이드 수치를 낮춰주는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은 생선 기름이 든 아주 작은 캡슐들이 박혀있어 ‘심장 건강에 좋다’는 빵도 곧 나온다.
영양학자들은 이 모든 상술 때문에 소비자들의 기본 상식에 혼란만 초래된다고 우려한다. 생선 기름을 섭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생선을 먹는 것이고, 오메가 -3은 생선, 닭고기와 달걀 같은 음식에서 자연히 섭취할 수 있는데 도대체 빵에서 섭취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 이유중 하나는 물론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고 선전하는 제품은 더 많이 팔려 제조사에 더 많은 이윤을 남겨준다는 사실이다. ‘펩시코’에 따르면 ‘베이크트 레이즈’ 포테이토 칩스, ‘트로피카나’ 오렌지 주스, ‘다이엇 펩시’‘퀘이커’ 오트밀등 이 회사가 건강에 좋다며 ‘스마트 스팟’이라고 지정한 제품은 다른 제품들보다 매출 신장이 두배는 빠르다. 건강에 좋다는 레이블을 단 식품은 또 정부 당국, 연방의원 및 소비자 단체, 변호사등 국가적 문제인 비만에 대처하는 식품업계의 반응을 주시하는 모든 이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준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미국 소비자들이 몸에 좋다는 식생활을 하지 않으려 드는데 있다. 영양학자들이 소화를 서서히, 꾸준히 진행시켜 혈중 혈당과 인슐린치를 치솟게 하지 않으며, 대장암도 예방해준다고 말하는 섬유질의 경우 평균 섭취량이 매일 정부가 권장하는 양의 반도 안되는 실정이다. 섬유질을 더 많이 섭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일과 야채, 콩류를 가공하지 않고 통째로 먹는 것이지만 그렇게 식습관을 바꾸려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기꺼이 그 간격을 메우겠다고 나서는 것이 식품회사들이다.
겨 같은 섬유질을 그냥 음식에 첨가하면 깔깔해져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으므로 ‘카길’이나 ‘내셔널 스타치 앤드 케미컬’ 같은, 식품첨가제 생산까지 겸하는 대형 식품회사들은 ‘저항성 전분’이라는 것을 판매한다. 타피오카나 옥수수에서 추출한 전분을 특허를 받은 효소나 화학물질로 변형시켜 마치 천연 섬유소처럼 인체내에서 소화에 저항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식품제조사는 간단히 이 전분을 넣음으로써 빵, 머핀, 파스타, 콘칩 등의 서빙당 섬유질 함량을 서너그램씩 늘려 표시할 수 있다.
심장병을 예방해주고, 신생아 뇌발달의 필수성분으로 밝혀진 오메가-3 지방산의 경우, 가장 좋은 공급원은 생선에 든 기름이다. 생선 기름은 그 냄새 때문에 빵이나 머핀, 시리얼 바 같은 음식과는 어울리지 않는데 최근 그 문제를 해결한 것이 ‘내셔널 스타치’의 캡슐로 좋지 않은 맛이나 냄새를 내지 않으며 식품에 첨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수 변형시킨 전분과 식물성 단백질을 물, 생선 기름과 섞은 후 고속회전으로 수분을 증발시키면 전분과 단백질 분자가 미세한 생선기름 방울에 붙어 방패처럼 감싸게 된다. 그 기계에서 마지막으로 나오는 베이지색 가루를 빵에 넣으면 레이블에 생선 기름이 아니라 ‘오메가-3’가 들어 있다고 선전할 수 있는 것이다.
‘켈로그’사는 해조류에서 추출해 냄새가 덜하고 캡슐에 넣을 필요가 없는 오메가-3 지방산을 판매하는 ‘마텍 바이오사이언스’사와 15년간 사용허가 계약을 맺었다. 유럽의 대형식품회사 ‘케리’그룹의 자회사인 위스컨신의 ‘케리 인그리디언츠’는 음식의 맛과 감촉을 보존하느라 섬유질을 캡슐에 넣어 첨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나 제 아무리 천연물질에서 추출한 첨가제를 사용했어도 진짜보다 나은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도 식품회사들은 개의치 않는다. 그들이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영양 때문에 자기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식품과학자들이 오늘도 저지방 튀긴닭, 요구르트 속에서 가라앉지 않고 떠 있는 과일,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에 넣어 돌리면 골고루 데워지는 냉동식품, 수퍼마켓 진열대에 9개월은 썩지 않고 버티게 하는 첨가제를 개발하느라 애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식품회사에서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는 일이다. 미국사람들이 그렇게 먹어 대던 튀긴 닭고기, 달디 단 시리얼, 쿠키와 스낵 칩들을 하루 아침에 끊으면 식품회사들은 곤경에 처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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