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는 메츠전에서 최근 수년간 가장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포심 패스트볼이 살아났다”
‘코리안특급’으로 부활할까.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샌디에고 파드레스로 이적한 박찬호(32)가 9일 샌디에고 펫코팍에서 벌어진 뉴욕 메츠와의 홈 데뷔전에서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이며 이적 후 첫 승을 따냈다. 메츠의 특급에이스 페드로 마티네스를 누르고 얻어낸 값진 승리. 무엇보다도 볼의 위력이 최근 수년간 가장 좋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위력적이었던 것이 고무적이다. 6회 고비를 넘기지 못한 것이 아쉬웠으나 5회까지 전성기 때를 연상시키는 위력적인 공을 뿌린 박찬호는 이로써 내셔널리그 복귀가 커리어를 반전시킬 계기가 될 지 모른다는 희망을 더욱 밝게 했다.
이날 경기에서 나타난 박찬호의 투구는 레인저스 시절과 몇 가지 점에서 완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볼 끝이 살아 들어오는 무브먼트가 좋았고 구속도 한결 빨라졌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주로 구사한 구질의 차이. 레인저스 시절 땅볼 유도를 위해 많이 구사했던 투심 패스트볼이 많이 줄어든 대신 시속 94마일대의 포심 패스트볼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2경기 연속으로 시속 97마일짜리 광속구도 하나씩을 던졌다.
LA 다저스 시절 ‘코리안특급’으로 불렸던 박찬호의 주무기는 흔히 ‘라이징 패스트볼(Rising fastball)’이라고 불리는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평균시속 93∼96마일, 최고시속 97∼98마일까지 나왔던 박찬호의 강속구는 낙차 큰 떨어지는 커브와 함께 그를 리그 탑 투수반열에 올려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이 덕에 박찬호는 지난 2001년 시즌을 마친 뒤 레이저스와 5년간 6,500만달러(평균연봉 1,500만달러)에 계약하는 프리에이전트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레인저스로 가서는 고질적인 허리통증이 자주 도지면서 트레이드마크 강속구가 실종됐고 그와 함께 ‘코리안특급’이라는 표현도 쑥 들어갔다. 특히 구질 특성상 플라이볼 타구가 많이 나오는 포심은 내야에서 외야로 흐르는 제트기류가 있는 것으로 유명한 레인저스 홈구장 아메리퀘스트필드에서는 적합치 않는 구질로 판명됐다. 외야 플라이성 타구가 제트기류를 타고 펜스를 넘어가는 일이 빈번히 나왔기 때문. 이 때문에 레인저스는 박찬호에게 땅볼 유도를 위해 볼이 플레이트에서 떨어지는 투심 패스트볼(싱커)을 주무기로 구사하는 방향으로 투구패턴을 바꾸도록 설득했고 이 투심은 올 시즌 박찬호가 회생의 기미를 보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파드레스 이적 후에는 포심의 빈도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아메리퀘스트필드와 달리 투수들에게 유리한 펫코팍에서는 포심이 맞아도 홈런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박찬호의 자신감에 기인된 것으로 보인다. 9일 경기에서 4회 카를로스 벨트란에 맞은 타구는 아메리퀘스트필드라면 훌쩍 펜스를 넘어갔을 것이나 여기서는 플라이볼 아웃에 불과했던 것이 그 좋은 예. 파드레스 피칭코치 대런 볼슬리도 박찬호에게 빠른 포심을 더 많이 구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박찬호의 ‘하드볼’ 어프로치는 이날 무사 1, 2루 위기에 몰린 5회에 가장 돋보였다. 시속 94마일짜리 몸쪽 직구로 마이크 피아자를 2루 병살타로 처리한 데 이어 마이크 캐머룬을 93마일짜리 라이징 패스트볼로 삼진 처리, 실점 위기를 넘긴 것. 힘으로 상대를 윽박질러(?) 위기를 탈출하는 전형적인 파워피처의 모습을 그야말로 오랜만에 다시 보여줬다. 과연 박찬호가 샌디에고에서 포심의 부활과 함께 ‘코리안특급’이라는 영예로운 타이틀도 되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