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입맛다셔 좋고
업체는 매상올라 좋고
미국 사람들이 즐겨 하는 “공짜 점심 같은 건 없다”는 말은 만고의 진리지만 장소만 잘 고르면, 또 딱 한입 분량이라 감질나는 잡다한 종류의 음식을 섞어 먹는 것도 괜찮다면 공짜로 점심을 해결할 곳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마켓에서 인심좋게 나눠주는 음식 샘플들로 배를 채우는 것이다.
손님들에 맛 보인경우
매출 90%나 오르기도
코스트코 등 짭짭한 효과
식품의 ‘데모’와 ‘샘플링’은 한마디로 말해서 판매기술이다. 맛을 보게 해주면 손님들은 사게 돼 있다는 것인데 대부분의 수퍼마켓들은 가끔가다 한두가지 샘플만 시식하게 하는 반면 ‘코스트코’와 ‘호울 푸즈 마켓’은 전혀 성격이 다른 매장이지만 공짜 샘플을 듬뿍 나눠주는 일의 이로움은 꼭같이 알고 있다. 공짜 샘플을 푹푹 퍼주는 만큼 매출도 쑥쑥 증가하기 때문이다.
‘코스트코’의 음식 데모를 대행하는 회사 ‘클럽 데몬스트레이션 서비시즈’가 데모 이후 매출을 추적한 바에 의하면 판매가 증가하는 경우가 89%에 달했다. 바로 그날 당장 많이 팔리지 않을지라도 먹어본 손님이 다음에 와서 사가는 경우도 많다.
사실 손님들도 샘플 먹어보기를 좋아한다. 업계 잡지 수퍼마켓 리테일 마케팅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제품 샘플을 주는 마켓에서 샤핑을 하겠다는 응답이 70%에 달했다. 그중에서 86%는 매장에서 먼저 먹어볼 수 있다면 새로운 브랜드를 구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대답했다.
최근의 어느 토요일 버지니아주 리스버그의 코스트코에서는 10여가지 음식이 시식됐다. 청과물 섹션 근처에서 파인애플을 잘라 나눠주던 패트리셔 에일라는 식품 데모 경력이 10년인 베테랑. 장갑을 끼고, 플래스틱 모자로 머리카락을 가렸으며 에이프런을 두른 에일라는 코스트코가 주는 식품안전자격증을 받았고, 그녀를 감독하는 상관들은 버지니아주로부터 식품안전자격증을 받은 이들이다. 카트를 두겹으로 에워싸고 에일라가 잘라 주는 파인애플을 맛보려 기다리는 사람들은 “잘 익은 파인애플은 어떻게 고르느냐?” “파인애플의 탄수화물 함량은 얼마나 되느냐?”는둥 질문도 많이 한다.
한편 냉동식품 진열장 끝에 자리잡은 카트에서 돼지고기 소시지 패티를 맛 본 바바라 피론은 “먹을 것이 아니라 꽃을 사러 왔다”면서도 얼른 소시지 패티를 한 봉지 집어 들고 간다. 샘플을 먹어본 사람들은 충동 구매를 잘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1달러69센트짜리 마가리타빌 칼립소 코코넛 슈림프의 경우, 최근 데모를 하기 전에는 일주일 내내 단 두 상자가 팔렸었다. 코스트코에서 파는 제품들은 단위 포장당 분량이 너무 많기 때문에 구입을 망서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래서 이 새우를 시식시키면서 잡은 목표 판매량이 10상자였는데 데모 당일로 32상자가 나갔다.
식품회사는 6시간반동안의 시식회에 125달러 정도를 지불하고, 데모 요원은 커미션 없이 시간당 평균 9달러50센트를 받는다. 그러나 돈이 문제가 아닌 사람들도 적지 않다. 베이커리 섹션에서 그라놀라를 나눠주는 에리카 플로로(87)는 평생을 식품업에 종사해 와 음식과 관계된 일하기와 매일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게 좋아 이 일을 하고 있다.
한편 ‘호울 푸즈 마켓’의 샘플링은 코스트코와 양상이 사뭇 다르다. “우리 매장에서 취급하는 제품과 브랜드에 익숙하지 않은 손님들에게 선택의 범위를 넓혀주기 위해서”라고 이 그로서리 체인의 미드 아틀랜틱 지역 마케팅 디렉터 새라 케니는 말하는데, 코스트코와 달리 호울 푸즈는 데모를 한 제품의 매출 추이를 추적하지 않으며, “REI에 등반용 벽이 있고, 책방에서 잡지를 읽게 하는 것처럼” 샘플링을 기업 문화의 일부로 여긴다. 따라서 시식회 경비는 자가부담 아니면 업자들이 직접 와서 자기 제품을 선보이도록 한다.
호울 푸즈는 이밖에 지켜 서서 나눠주는 사람이 없이, 손님이 지나가면서 스스로 먹어 보도록 한 ‘무인 시식대’도 전 매장에 여기저기 마련해 언제 어느 매장에나 10~40개의 무인 시식대가 펼쳐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처럼 무료 시식이 확실한 판매 기법이라면 왜 모든 수퍼마켓들이 더 큰 규모로, 더 항시적으로 하지 않는 것일까? 많은 그로서리 체인의 샘플링을 맡아 처리하는 ‘매스 커넥션’ 대표 캐럴라인 카튼 내켄은 “소매업자들은 제조업자가 샘플링을 포함. 돈을 좀 써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소매업체들도 매장내 시식 및 오락의 가치를 깨닫고 점차 그쪽으로 움직이고 있어, 매장내 샘플링은 작년에 비해 74%가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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