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라고 한다. 유연성과 섬세함, 인내력, 그리고 감성을 중요시하는 ‘여성성’이 이른바 수평적 네트웍에 기반을 둔 21세기에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미사회 전반에 걸쳐 여성파워가 갈수록 강해지는 요즘, 주류사회에 진출한 한인 여성들의 파워는 그야말로 거세다. 우선 정치계를 살펴보면, 한인 여성으론 처음 차관보급인 연방노동부 여성국장에 오른 전신애 국장이 있고, 미셸 박씨는 한인사회에서 대표적인 공화당 인사로 꼽힌다. 비단 정계뿐만 아니다. 법조계에서도 LA 지방법원 태미 정 유 판사가 한인 여성으로는 처음 판사로 임명됐었고, 경제계에서는 이미 은행마다 한인 여성지점장 시대가 도래해 있다. 특히 2세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언론계, 방송계, 출판계, 영화계, 패션계 등 주류 사회 곳곳에서 한인 여성파워가 입증되고 있다. 미 주류사회 각 분야에 진출해 있는 한인 여성들의 눈부신 활약상을 소개한다.
신문 ·매거진·방송기자 , 앵커·편집장으로 두각
배우 ·프로듀서 ·코미디언 ·제작자등 종횡무진
할리웃 스타 전문 의상·모자 디자이너로 활약도
언론계
한인 여성파워가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언론계다. 미국 최고의 대중지 ‘피플’(People)의 지니 박 편집장, 연예주간지 ‘어스 위클리’(Us Weekly)의 재니스 민 편집장, ‘오개닉 스타일’(Organic Style)의 지니 변 편집장은 미국 내 손꼽히는 유명 매거진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저널리스트들이다.
또 LA타임스의 베테런 기자 카니 강씨, CNN 헤드라인뉴스 앵커 소피아 최씨, ABC 뉴스 앵커출신 방송기자 주주 장씨, 역시 ABC 뉴스 방송기자 소냐 크로포드씨는 주류 언론방송 매체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 방송 언론인들이다.
지니 박씨는 99년 아시안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패션잡지 ‘인스타일’(Instyle)의 수석 편집장에 올라 화제가 된데 이어 2000년 피플의 편집장에 임명되면서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아시안 여성들의 롤모델이 됐다.
하버드대 출신의 박씨는 1985년 타임에 입사해 자매지인 피플과 후(WHO),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인스타일 등에서 일했고, 재클린 케네디와 엘리자베스 테일러, 탐 크루즈 등의 인터뷰 기사로 주목을 받았으며, 로라 부시 여사가 미국의 주요 여성 언론인 10명을 위해 베푼 백악관 오찬에 초대받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다.
US 위클리의 재니스 민 편집장은 브래드 피트와 제니퍼 애니스톤의 이혼 이후 연일 특종을 터뜨리며 최근 매스컴마다 인터뷰가 쇄도하는 저널리스트다.
컬럼비아대 출신인 민씨는 10년 동안 ‘피플’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라이프 매거진’ ‘인스타일’을 거쳐 ‘어스 위클리’로 자리를 옮긴 후, 2002년 편집장에 임명돼 언론계에서 한인 우먼파워를 보여줬다.
LA타임스 기자 카니 강씨는 미주리 주립대, 노스웨스턴 매딜 대학원 출신으로 미 언론계에 몸담은 지 40년이 되는 설명이 필요 없는 베테런 언론인이다.
스탠포드대 출신인 ABC 방송기자 주주 장씨는 걸프전 당시 종군기자로 ABC 뉴스보도를 시작해 92년과 96년 미대선 캠페인과 대선을 연일 보도했고, 백악관과 국회 출입기자를 거쳐 1999년 모닝뉴스 앵커를 지낸 후 ABC 저녁뉴스 20/20 방송기자로 활약중이다.
역시 스탠포드대 출신인 소냐 크로포드씨는 한국의 KBS와 SBS-TV 리포터로 방송계에 진출한 후 KNBC-TV 어소시엣 프로듀서와 리포터를 거쳐 2002년 ABC 뉴스팀에 합류했고 지난해 공화당 전당대회와 레이건 장례식, 이라크전을 보도했다.
방송계
영화계와 방송계에도 한인 여성파워는 위력을 떨치고 있다. 올해 피플(People)이 선정한 ‘아름다운 50인’에는 할리웃 배우 샌드라 오씨가 포함됐는데, 지난해에는 MTV 뉴스 방송기자 박수진씨가 할리웃 톱스타들과 함께 피플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50인을 장식했었다.
할리웃 스타로 부상한 샌드라 오씨는 캐나다 출신으로 올해 아카데미상 5개 부문 후보작에 올랐던 영화 ‘사이드웨이즈’(Sideways)의 인기를 이어 최근 ABC-TV시리즈 ‘그레이스 어내토미’(Grey’s Anatomy)에서 열연 중이다. 캘리포니아 출신인 박수진씨는 MTV 뉴스팀 방송기자이자 ‘마이 라이프’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맡아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방송인이다.
이들에 앞서 일찌감치 할리웃에 입성한 한인 여성은 스탠드업 코미디계의 거물 마가렛 조씨다.
미국 TV 사상 아시안이 최초로 주연한 시트콤 ‘올 아메리칸 걸’로 화려하게 데뷔한 조씨는 순회공연 쇼 ‘악명 높은 조’와 ‘나야 나’로 기나긴 슬럼프를 빠져 나와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근 할리웃이 주목하는 한인 여배우로는 최근 방영된 ABC-TV 인기 드라마 ‘로스트’(Lost)에서 주연을 맡은 뉴욕 출신의 김윤진씨와 NBC-TV의 자매채널인 사이파이(sci-fi)를 통해 방영된 ‘우주전함 갤럭티카’(Battlestar Galactica)에 출연했던 캐나다 출신의 그레이스 박씨 등이 있다. 영화계에서 한인 여성 제작자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제일 먼저 워너브라더스의 자회사 워너브라더스 인디펜던트(WBI)의 부사장인 로라 김씨는 할리웃에서 한인으로는 최고위직에 오른 영화인이다.
니콜 키드만의 ‘디 아더스’(The Others) 프로듀서로 유명한 맥스미디어 대표 박선민씨, 탐 행스 영화사 프로듀서 다이애나 최씨가 할리웃의 메이저 스튜디오들 사이에 나름대로의 영역을 굳힌 제작자들이고, ‘척 앤 벅’(Chuck & Buck) 제니퍼 애니스톤이 주연한 ‘굿 걸’(The Good Girl), 그리고 선댄스 영화제 진출작 ‘모텔’(The Motel)의 프로듀서 지나 권씨, 빔벤더스 영화사 프로듀서 이인아씨가 독립영화계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는 제작자다.
패션·뷰티계
최근 들어 한인 여성파워가 커지고 있는 또 하나의 분야는 단연코 패션계다.
뉴욕패션계를 주름 잡는 패션 디자이너 두리 정씨와 할리웃 스타들에게 더욱 많이 알려져 있는 모자 디자이너 유지니아 김씨, 할리웃 파티마다 테이블 장식을 도맡아 하는 와일드플라워 린넨 디자이너 영 송씨가 대표적이다.
파슨스 스쿨 오브 디자인 출신인 두리 정씨는 지난해 미패션디자이너협회와 보그지가 선정한 유망 디자이너 10인에 포함된 뉴욕 패션계의 샛별이다.
자신의 브랜드 ‘두.리’(Doo.Ri)가 브랜드 선별력이 뛰어난 유명 백화점 바니스 뉴욕에 입성했고 3년째 뉴욕 패션위크에서 두리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다트머스대 출신인 유지니아 김씨 역시 지난해 미패션디자이너협회(CFDA)가 선정하는 ‘명품 액세서리 어워드’(Prestigious Accessories Award)를 수상했다.
유지니아 김씨는 제니퍼 로페스, 마도나, 캐머론 디아즈,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할리웃 스타들과 패션계 유명 인사들을 매료시킨 모자 디자이너다.
<하은선 기자>
은행 지점장·기업인, 과학·생물학 권위자로
작가·시인·대학 부총장·차관보·주하원부의장
판·검사, 변호사등 주류사회 탁월한 능력 과시
경제계
미국 은행 BOA(Bank of America)에서 89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지점장(올림픽 유니온)이 된 박자영 선임 부사장. 그녀는 좋은 실적으로 계속 승승장구, 지금은 LA 북부지역 본부장으로 우대고객 관리팀을 맡고 있다. 또한 박씨는 2001년 ‘아시안 아메리칸 리더십 네트웍’ 남가주 지부를 창설, 현재 공동의장직을 맡고 있기도 하다.
재미동포 진수 테리씨는 미국에서 코뿔소 비즈니스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인이자 경영 컨설턴트. 한국인으론 최초로 전미 연설가협회(NSA) 정회원에 위촉된 그녀는 ABC-TV가 미국 전역에서 고른 ‘올해(2005년)의 아시안 지도자’ 중 한 명으로 뽑혔으며, 지난 2002년에는 미상무부 소속 소수민족 사업개발부(MBDA)에서 수여하는 ‘소수민족 비즈니스 대표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미국 도레미백화점의 설립자이자 부사장인 송숙자씨는 2002년 ‘아시안 여성기업가협회’(AWIB회장 바니 왕)가 시상하는 ‘올해의 여성기업인상’을 수상했다. 루즈벨트 아일랜드 병원의 간호사로 일하다 지난 77년 가전제품을 비롯해 의류-화장품-신발 등 10여개 품목을 취급하는 유통업체인 도레미백화점을 설립, 운영하면서 YWCA, 무지개집 등 비영리단체에 기금을 지원하고 한인 공동체 발전에 기여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세계적인 여성 최고경영자 헤드헌팅 업체인 ‘하이드릭 앤 스트러글스’(Heidrick & Struggles)의 부회장 윤경희씨. 시카고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인 윤씨는 하와이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재무관리자로 일하다 나이 서른 아홉에 지금까지 업무와는 전혀 성격이 다른 지금의 회사로 과감히 옮겨 고속승진을 거듭해 왔다. 5년간 이 회사 아시아 책임자로 있으면서 아시아 지역 사업 규모를 10배로 늘린 능력을 인정받아 최근 이 회사 회장단 멤버 9명 중 한 명이 되었다.
과학계
미국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활동중인 한인여성 과학자로는 한현순 벨츠빌 농업연구센터(Beltsville Agricultural Research Center) 동물기생충질병연구소 연구실장이 있다. 한 박사는 2003년 7월말 연구원으로는 최고 단계인 수퍼 그레이드(ST-1)로 승진했는데 이 자리는 미전역 농업분야에서는 12명밖에 없으며 과학자로서는 더 이상의 단계가 없는 최고의 위치이며 관리자급 최고 단계인 SES와 대등한 위치다. 여성으로서 그 자리에 오른 사람은 이민 1세대인 한 박사가 처음이며 한인으로도 최초다. 또한 같은 해 9월 한 박사는 벨츠빌연구센터(BARC) 및 전국 농업연구(ARS) 분야에서 최고 과학자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재미 생물학자 신정현씨는 2002년 동물의 심장세포 증식과 분화의 균형을 조절하는 단백질의 기능을 규명한 논문이 생물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셀’(9월20일자)의 표지기사로 실린 케이스. 지금까지 심장세포는 재생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신씨의 연구결과는 이같은 정설을 뒤집어 관련학계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문학계
문화분야에서 눈에 띄는 한인 여성으로는 2002년 미국 도서관협회가 그 해 가장 뛰어난 동화작가에게 주는 뉴베리 메달을 수상한 린다 수 박(Linda Sue Park)씨가 있다.
이민 2세대인 그녀에게 뉴베리 상을 안겨준 ‘A Single Shard’(사금파리 한 조각)은 한민족이 갖는 국민정서를 심도 깊게 묘사해 한인 자녀들에게 좋은 뿌리교육이 될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A Step from Heaven’이라는 작품으로 2002년 청소년 문학 분야 최고의 상인 마이클 프린츠 상을 수상한 안나(An NA) 역시 주목받는 한인 작가이다.
이밖에도 아시아인이자 여성 최초로 2004년 뉴욕 퀸즈의 계관시인으로 뽑힌 박이슬씨 역시 눈에 띄는 한인 작가. 그녀가 출간한 시집 ‘이 물의 온도’(Temperature of This Water)에 수록된 ‘제주도의 꿈’(Jejudo Dreams)은 퓰리처상 수상자인 유세프 코니아카가 심사하는 ‘2003년 미국 최고의 시’로 선정기도 했다.
<성민정 기자>
정치계
2002년 11월 부시행정부 노동부 여성실장으로 임명된 전신애씨는 한국계 여성으로는 최초로 미 중앙정부 차관보급에 올랐다.
전씨는 65년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40여년 전 남편 전경철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 와 성공한 1세 이민자의 롤모델이다. 노스웨스턴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일리노이주 이중언어교육센터에서 일하다 2년만에 난민교육센터 소장으로 승진했으며, 아시아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일리노이주 정부 각료급인 재정담당국장과 노동담당국장을 맡은 바 있다.
미 주류 정치계에서 한인 여성의 파워를 입증한 또 하나의 인물로 실비아 장 룩(한국명 장은정) 전 하와이주 하원부의장을 빼놓을 수 없다.
서울에서 태어나 9세 때 이민, 하와이대학을 거쳐 샌프란시스코대학 법대를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하다 정계에 입문한 그녀는 임기 시 주하원을 이끌며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세제, 교육, 건강, 환경, 교통 관련 개선법안을 만들고 통과시키는데 앞장섰으며 한인 사회에 깊은 관심을 갖고 한인이민 100주년 행사에 주도적으로 참가했으며 ‘한국문화센터’ 건설을 위해 힘썼다.
USC 케이 송(한국명 송경숙) 대외관계 담당 부총장은 USC 커뮤니티 개발관계 책임자로 100여명의 부하직원을 관할하며 한인이 밀집해 있는 LA 지역에서 캠퍼스와 이웃 주민들을 효과적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해온 일등공신으로 뽑힌다.
송 부총장은 올해 5월 여성 역사의 달을 기념해 LA시의회가 LA시 여성지위 커미션과 공동으로 뛰어난 활동을 펼친 여성을 시상하는 ‘올해의 선구적 여성’ 15명중 1명으로 선정되는 등 미 주류사회에서도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법조계
1994년 하와이 오아후의 지방법원 판사로 임명된 캐런 안(한국명 안선숙) 판사는 미 법조계에 진출한 최초의 한인 여성이다. 한인 3세인 안 판사는 하와이의 공립학교를 거쳐 보스턴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한 후 하와이로 돌아와 당시 아시안 여성으로는 드물게 방송기자를 시작했으며, 방송경력을 바탕으로 지미 카터 대통령 재직시 백악관 공보실에서 일하기도 했다.
한인 이민역사상 첫 1.5세 여판사인 지니 홍(한국명 홍진경) 판사는 메릴랜드주 최초의 동양인 판사로도 기록돼 한인사회뿐 아니라 소수계 아태 커뮤니티에 큰 이정표를 남겼다.
서울서 태어난 홍 판사는 2세 때 이민 와 로빈슨 고교를 거쳐 버지니아주립대 졸업 후 아메리칸 로스쿨을 통해 법조계에 발을 내딛었으며 범죄율이 높기로 소문난 메릴랜드주 강력계 검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화제를 낳았다.
캘리포니아주 첫 한인여성 판사인 태미 정 유씨는 주류사회에 한민족의 우수성을 떨치고 자라나는 2세들에게 한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심어준 모범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10세 때 이민 와 한국어도 유창하게 구사하는 유 판사는 UC버클리, UCLA 법대를 거쳐 지난 88년 주검사로 법조계에 입문하고 14년간 초고속 승진을 계속해 2002년 8월 판사로 임명됐다.
유 판사는 2000년 보건, 교육과 웰페어 부서를 책임지는 차장급 검사로 승진했고 99년 담배회사를 상대로 승소를 거둔 36개주 합동 주검찰 소송팀의 20명 검사 중 한명으로 활약해 탁월한 판단력과 능력을 인정받았다.
유 판사는 최근 캘리포니아 주의회 산하 아태 입법 코커스가 각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인 6명 중 ‘우수 사법인’으로 한인으로서 유일하게 선정돼 명실 공히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한인 법조인으로 주류사회에 이름을 알렸다.
<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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