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공동체이다. 이 공동체가 제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각 사람이 식구로서 크건 작건 하나의 기어(Gear)가 맞물리듯 서로가 주어진 역할을 잘 지킬 때 가능하다. 그렇지 않고 어느날 조그만 기어 하나가 “나 기분 나빠서 독립할래” 하고 움직이기를 거부한다면 그 순간 그 공동체는 멈추고 만다. 그리고 각자가 속해 있고, 맡은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움직이게 되면 각각의 기어는 부서지지 않고 잘 움직이게 된다.
그러나 한개의 기어의 날(Teeth)이 부러졌을 때 아주 조그만 날이지만 잡음이 나기 시작, 문제가 생기게 되면 빨리 그 고장난 기어를 새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식구는 그렇게 할 수 없으므로 고장난 기어가 새로워질 때까지 그 공동체는 모두 힘든 일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된다. 바로 조그만 날 하나가 상했기 때문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다 조화에서 시작된다. 손은 다섯 손가락이 다 모였을 때 손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손가락은 또 굵기와 길이가 다 제각각 다르다. 손가락 하나 하나가 서로 엄지 손가락 노릇을 하겠다고 하거나 독립하겠다고 주장하고 나서면 독립은 커녕, 그 손은 막대기 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고 만다.
엄지, 약지, 중지, 무명지, 새끼 손가락이 각각 다른 굵기와 길이가 있기 때문에 하나의 주먹이 되어 조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다 똑같은 굵기와 길이의 손가락이면, 또는 양쪽 손을 모아 집개(Clip)의 역할 밖에 못한다면 우리는 지금도 원시시대의 단순한 생활 상태에 계속 머물러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손가락 하나 하나가 독립된 존재라고 서로 우기지 않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부모와 자식간의 사이는 인간적인 단계 보다 더 높고 귀한 ‘하나’이다. 이 사실을 생각할 때 가족이나 가정이 얼마나 귀한 것인가는 새삼 말할 필요 조차 없다. 가족 개개인이 갖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사랑할 때 그 가정은 행복한 결집체요, 훌륭한 공동체다.
또 하나, 자동차가 구를 때 운전자가 한명인가, 두명인가? 가정마다 물론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즉 아버지가 그 가정을 운전하는 가정, 또 아버지 대신에 엄마가 운전하는 가정, 아니면 형제들 중에서 맏형이나 누나가 운전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러면 운전하는 사람이나 뒷자리에 쪼그리고 앉은 사람들은 모두 편한 운전석에 앉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면허가 없어서 운전석에 앉을 수 없거나, 경험이 부족해서 앉지 못하거나, 또는 자기가 세계 최고의 운전실력을 지녔다고 자신하지만 사람들이 인정해 주지 않아서 화는 나지만 뒷좌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가는 경우 등 상황은 여러가지다. 다시 말해 가족관계란 자기 위치에 맞게 질서를 잘 지키고 유지할 때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윤성일 /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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