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서준 전 세탁협회 총련 회장은 “모든 사람이 저마다 가족만을 위해 살면 사회는 어떻게 되겠느냐”는 말로 봉사하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진천규 기자>
“돈보다 봉사… 세상을 밝힌다”
미주 한인세탁협회 총연합회 직전 회장을 지낸 마서준씨. 올해로 63세인 그의 인생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심사숙고해 한 번 길을 선택하면 곁눈질하지 않고 거기에만 신명을 바치는, 철저한 ‘한 우물 파기’다. 특히 그는 25년 전 세탁업에 투신한 첫날부터 지금까지 줄곧 풀러튼의 ‘크라운 클리너스’(Crown Cleaners)를 운영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쪼개 지칠 줄 모르는 봉사활동을 벌여 한인들에게 이민 생활의 보람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세탁업 25년 봉사활동 31년… 동문회·세탁협에 헌신
“기독교인은 세상의 빛과 소금… 전도만큼 봉사도 중요”
연세대 전기공학과 졸업 후 잘 나가던 기업에서 근무하던 마서준 전 세탁협 총련 회장은 화려한 현실에 안주하길 거부한 채 지난 1971년 더 나은 미래를 찾아 미국 이민길에 올랐다. 봉제공장, 마켓 등을 운영하는 틈틈이 LACC와 UCLA 익스텐션 코스에서 공부하면서 이민생활의 기초를 착실히 닦은 그가 세탁업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1980년. 업계 선배인 매제의 권유가 계기가 됐다. “일년 삼백예순날 쉬지 못하고 3년간 데어리 마켓을 했는데 몇 번 강도를 당하고 나자 정나미가 떨어지더군요. 세탁업은 안전한 데다가 영업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점에서 끌렸습니다.”
자기 비즈니스만 돌보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성격인 그는 길라잡이가 절실했던 동료 세탁업주들을 위해 곧 남가주와 전국 무대에서 의욕적인 활동을 펼치게 되지만 그의 봉사 경력은 이보다 훨씬 더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1974년 연대 남가주 동문회지인 ‘독수리 소식’ 창간호의 편집을 맡으면서 동문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데 기여했다. 나중에는 회장과 이사장으로서 동문회 발전기금을 조성하고 사상 처음으로 총장과 총동문회장이 해외 행사에 참석하는 송년파티를 개최하는 등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지금도 연대 배지를 가슴에 달고 다닐 정도로 그의 모교 사랑은 각별하다.
하지만 마 전 회장은 무엇보다 본업인 세탁업과 관련한 활동에 열성이었다. 세탁소를 시작한 바로 이듬해 남가주 한인세탁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그는 정보전달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클리너스 뉴스’를 창간했다. 고생만 실컷 하고 나오는 것 하나 없는, 남들 같으면 손사래를 칠 소식지의 편집에 그는 무려 10년의 세월을 바쳤다.
연대 동문회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그냥 두면 잊혀질 수밖에 없는 협회의 활동을 수고로이 문서화해 남김으로써 그가 가는 곳마다 ‘역사가 정리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사진 촬영 취미를 갖고 있는 그는 남가주 세탁인들의 활동을 10년 동안 사진으로 기록, 협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1980년내 후반에 남가주 세탁협회 회장과 세탁협회 총련 이사장을 지낸 그는 2002년부터 2년간은 총련 사상 최고령 회장을 맡아 전국 2만여 한인 세탁업주들의 단합과 권익옹호를 위해 전력투구 했다. 임기 동안 초기화면으로만 존재하던 형식적인 협회 홈페이지를 제대로 구축, 운영하는 한편 화합을 중시하는 운영으로 협회 내 갈등을 없애는 데도 앞장섰다.
또한 지역에 따라 보험료를 최고 절반까지 아낄 수 있는 사업체 보험 단체 가입 프로그램을 성사시켜 업주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업적을 남겼다. 마 전 회장은 “세인트폴 트래블러스사와 맺은 계약에 따라 협회를 통해 보험에 가입하면 할인 혜택을 주는 이 프로그램은 회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홈페이지를 통해 ‘단체의 힘’을 과시한 것이 보험사와의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그는 지금도 보험특별관리위원장을 맡아 회원들의 동참을 늘리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그를 봉사생활에 정진하도록 이끌어 준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기독교인으로 어릴 적부터 신앙생활을 해왔지만 전도 못지 않게 사회 봉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남을 도울 때 사회는 조금씩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뀔 것이라는 게 저의 신념입니다. 모두 교회 안에서만 봉사하면 사회는 누가 밝히겠습니까.” 그가 생각하는 기독교인의 삶은 ‘세상속의 빛과 소금’이다.
돈보다는 의미 있는 삶을 소중히 여긴다는 마 전 회장은 “세탁업으로만 보면 나는 성공한 사람이 아니다. 봉사 활동을 하는 대신 돈을 벌려고 했다면 비즈니스를 더 키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 비즈니스 철학
“일만 잘하면 종업원에 잔소리 안해”
“돈은 먹고살고 자녀 교육시킬 수 있을 정도만 있으면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 철학을 묻는 질문에 대한 마서준 전 세탁협 총련 회장의 답변에는 긍정적인 사고와 인화를 중시하는 그의 의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때문에 그는 ‘북간도’의 작가 안수길 선생의 장녀인 부인 마순희씨와 함께 업소를 운영하면서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타주에서 막 이사온 고객의 이름을 잘 기억했다가 올 때마다 친근하게 불러주었더니 감격하더라”는 이야기를 전한 그는 백인이 고객의 95%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에서 장사하면서 25년간 그들을 친구로 삼았다.
또 같은 마음으로 종업원들을 대한 결과 작년에 은퇴한 멕시칸 남성은 결근 한번 없이 24년을 근속했으며, 히스패닉 여성 캐시어도 19년째 일하고 있다. “대우도 낫게 해주지만 일만 정확하게 하면 사소한 잔소리는 안 해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는 게 그가 종업원 관리 비결. 덕분에 그의 세탁소는 퀄리티만큼 제값을 받기 때문에 인근 업소보다 가격이 높지만 장사가 잘 된다. 마 전 회장은 지난 15년간 ‘출근해 온’ 동네 스파에서 매일 오후 건강을 관리하고 매주 목요일에는 ‘마통회’(‘마서준을 통해 만난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멤버들과 골프를 치는 여유를 즐기고 있다.
김 장 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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