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정보
마호가니 책장 주변엔 커피 향 흐르는 가죽 소파…
도서 코너 크게 확장 할인판매 늘어
오랫동안 페이퍼백 연애소설이나 황당한 추리소설, 점성술 책자등에 진열대를 내어줬던 수퍼마켓이 본격적인 서점으로 새로 나서고 있다. ‘웨그먼스’, ‘크로거’, ‘앨벗슨스’ 같은 체인점들은 북 섹션을 크게 확장하고 이제까지 식료품으로 갈고 닦은 판매기술을 서적 판매에 적용하고 있다.
크로거·앨벗슨스 등
대형 체인점들
베스트셀러 작가 초청
팬 사인회도 열고
신간 하드커버 책들을
매장 곳곳 진열
마호가니 책장 주변으로 편안한 가죽 의자로 앉을 곳을 마련해 놓고 에스프레소 기계에서 막 뽑아낸 커피향이 흐르는 가운데 가끔은 저명 베스트 셀러 작가들의 북 사인회도 여는 수퍼마켓들은 신간 하드카버 책들을 매장 전역에 눈에 띄게 진열해 충동구매를 부추키는 한편 전략적으로 출입구 근처는 물론, 양념칸 근처에는 요리책, 여름철 선스크린 특별전시대 옆에서는 해변가에서 읽을만한 책들을 비치하고 있다.
이쯤되니 출판사들도 수퍼마켓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국에서 세번째로 큰 출판사인 ‘하퍼콜린스’의 판매담당 사장인 조시 마웰은 “수퍼마켓의 비중이 점점 커가고 있다. 하드카버 베스트셀러들은 거의 일상용품화 되었으니 소비자들이 어디서나 손에 넣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이와 같은 현상은 도서매출 감소로 출판업자들이 얼마나 결사적으로 새로운 매장을 찾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아울러 도서판매 문화의 변화 또한 반영하고 있다. 요즘은 TV 광고나 ‘오프라’ 쇼에서 언급된 책들이 잘 팔린다. 그러나 식품상의 입장에서도 초대형 매장에서 식품류를 어마어마하게 팔고 있는 ‘코스트코’ 같은 웨어하우스 클럽, ‘타겟’이나 월마트’ 같은 대형 할인매장과의 점점 힘들어지는 전면전의 일부다.
“서점과 수퍼마켓을 비교하자면 똑같은 손님이 마켓은 일주일에 세번 드나든다고 보면 된다. 요즘은 출판사들이 마켓 문턱이 닳도록 찾아온다” 미국 최대 그로서리 체인 ‘크로거’의 도서 부문을 관장하는 시니어 매니저 랜스 파슨스의 말이다.
버지니아주 북부 교외지역인 스털링에 자리잡은 13만스퀘어피트 규모의 수퍼마켓 ‘웨그먼스’는 정기적으로 저자 서명모임을 열고, 하드카버 신간을 ‘코스트코’나 ‘반스&노블’과 비슷한 수준인 정가보다 20~4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지난 10일에는 모녀 추리소설가 매리 히긴스 클락과 캐롤 히긴스 클락이 5시간동안 손님들이 내미는 책에 서명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2시간이나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 손님의 90%는 집안의 장보는 일을 도맡아하는 여성들이었고, 그날 행사로 팔린 책은 500권이나 됐다.
그래도 수퍼마켓에서 팔리는 책의 숫자는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 비하면 극소수다. 2004년에 팔린 일반도서 17억권중 고작 3%를 차지했을 뿐이다. 32%는 서점, 29%는 북클럽등을 통한 직접 판매, 19%는 Amazon.com, 웨어하우스 클럽과 대형 체인점, 나머지 17%가 기타 경로를 통한 것이었다.
그러나 수퍼마켓을 통해 팔린 모든 하드카버및 정규판 페이퍼백의 비율은 2001년 이후 50%가 증가, 하드카버는 전체의 1%, 정규판 페이퍼백은 1.4%를 차지한다.
장보러 들른 길에 소설책도 하나씩 산 캐런 보이어(왼쪽)와 리사 카포지오.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2004년에 식품점및 드럭스토어에서 팔린 책중 하드카버는 11%,로 3년전의 7%보다 증가했으며 정규판 페이퍼백 역시 7%에서 13%로 늘었다. 보급판 페이퍼백은 83%에서 74%로 줄어들었다.
식품점에서 팔리는 책의 주종을 이뤘던 값싼 포켓판 보급용 페이퍼백의 인기가 갑자기 떨어진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거의 모든 서점에서 하드카버 책을 크게 할인해서 팔고 있으므로 최근 몇년간 하드카버 책은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아 더 잘 팔리고 있다. 이제 포켓판은 나이든 베이비붐 세대가 읽기에는 글씨가 너무 작다는 지적도 있다.
서점들은 이윤폭이 큰 하드카버를 선호한다. 식품점이 정가 25달러짜리 책을 도매상에게 12달러50센트에 사온다면 손님들에게는30% 할인된 가격인 17달러50센트에 팔아도 권당 5달러, 그러니까 식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40%의 이윤을 남기는 것이다.
현재 수퍼마켓 체인중에서는 ‘크로거’가 가장 적극적으로 도서 섹션을 확장하고 있다. 매장 매니저들사이에 베스트셀러를 더 잘 보이게 전시하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진열도 제일 잘하고, 책도 제일 많이 판 매니저에게 포상을 하는 출판사들도 몇개 있다. ‘크로거’의 서적부가 취급하는 책은 2,800종으로 ‘코스트코’와 비슷하고, 보통 몇백권 수준인 ‘월마트’보다는 훨씬 많다. ‘반스&노블’ 같은 대형 서점은 보통 20만종을 진열하고 있다.
서점들은 물론 웨어하우스 클럽은 물론 식품점까지 책을 파는데 대해 불만이 많다. 서점은 물론 도서판매업까지 말살시킬 수 있는 상행위라는 것이다. 베스트셀러만 팔지 서점들처럼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무명작가의 책은 취급하지도 않고, 고서나 재고등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것. 이에 대한 수퍼마켓측의 대답은 간단하고 명확하다. 팔리는 것만 팔고 싶다는 것이다. 식품이 신선해야 팔리는 것처럼 책도 신선한 것만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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