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0달러 훌쩍 넘어도
“다르게 보이고 싶어 입는다”
한벌에 75달러가 넘는 블루 진을 ‘프리미엄’이나 ‘럭서리’ 데님이라는 용어로 분류한지 5년 남짓에 청바지 가격은 그야말로 하늘 무서운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더욱 흥미있는 것은 청바지가 노동자 계급의 옷이라는 자랑스러운 근본을 망각한채 이제는 소매상들이 말하는 ‘신분과시용’ 상품이 되었다는 점이다. 블루 진이 점차 비지니스및 이브닝 웨어로도 사회적으로 용인되어 감에 따라 이들 고가의 청바지는 장례식장 같은 곳을 제외하고 웬만한 장소에서는 두루 애용되고 있다.
‘노동자 옷’ 옛말… ‘신분 과시용’되기도
염색과정·디자인 등 “특별하게 만들어요”
연간 142억달러에 달하는 데님시장을 가격대별로 구분한 통계는 없지만 의류판매고를 추적하는 뉴욕주 포트 워싱턴의 NPD그룹의 수석 분석가 마샬 코언은 “럭서리 데님은 4년 연속 하의 부문에서 가장 급속히 성장해왔다”고 지적한다.
한때는 ‘7 포 올 맨카인드’ 같은 브랜드의 100달러짜리 청바지만 입으면 최고 멋장이로 간주되던 시절도 있었건만 요즘은 한벌에 200달러가 넘는 청바지가 곳곳에 흔하다. ‘아이파드’보다도 비싼 ‘추비’(319달러)나 ‘모토롤라 레이저’(325달러), 거의 데스크탑 컴퓨터 한대 값이라 할 ‘누디’(야채로 염색, 428달러) 같은 것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425달러짜리
‘에비수’ 청바지.
그렇다면 도대체 ‘프리미엄’ 진이란 무엇일까? 무엇 때문에 보통 청바지와 그렇게 다른 것일까? 프리미엄 진을 둘러싼 소란중 얼마만큼이 과장이며, 과연 진짜 가치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링스펀’ ‘트리플 니들 스티칭’ ‘블리치 위스커스’ 등등, 특수 용어를 사용해가며 특별하게 만들었다는 요란한 선전이 과연 청바지 한벌에 200달러가 넘는 돈을 받아낼만한 내용이 있는 것일까?
해마다 35개주의 50개 대학 캠퍼스를 돌며 ‘블루 컬트’‘AG’‘록 & 리퍼블릭’‘앤틱’ 같은 브랜드의 청바지를 학생들에게 전시, 판매하는 ‘언더그라운드 데님’을 만든 제이미 마주어는 요즘 학생들이 입고 싶어 사족을 못쓰는 브랜드는 ‘트루 릴리전’이라고 말한다. 종교와 전혀 관계가 없는 ‘트루 릴리전’ 브랜드는 새로이 인기를 얻고 있는 틈새 브랜드다.
마케팅 전문가인 존 실리 브라운이 최근 설파한대로 틈새야 말로 소비자 마케팅의 미래로, 시장에 나와 있는 고만고만하고 비슷비슷한 물건들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 뭔가 조금 다른 것을 알아보려는 움직임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는 별것 아닌 일상적인 물건들조차 소비자들이 미묘하게 자신의 지위를 표시하는 수단이 되어 버린다. 물건에 그런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그를 통해 자신을 남들과 차별화시키는, 소비자들의 지위와 멋의 추구는 영속화된다고 ‘선택의 역설’이란 책을 쓴 배리 슈와츠는 지적한다.
결국 1837년에 리바이 스트로스사가 캘리포니아 광부들을 위한 질긴 작업복으로 디자인해 이후 100년동안 누구나 값싸게 입을 수 있었던 청바지가 뜻밖에도 고급 패션의 상징으로 변모한 것은 거의 농담에 가까운 어처구니 없는 일인데 힙합가수 스눕 독과 ‘게임’이 즐겨 입는 일본제 청바지 ‘에비수’는 그중에서도 확실한 예가 아닐 수 없다.
자기가 좋아하는 오래된 미제 청바지를 비싼 값에 사입는 것이 싫어진 일본의 재단사가 1991년에 만들기 시작한 ‘에비수’ 진은 물건을 제대로 잘 만들기는 했지만 가격이 10배나 비싸다. 우선 업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투사식이 아니라 북 직조기로 짜기 때문에 원단이 가장자리도 깨끗하다. 그것을 그 회사 웹사이트에서는 “희귀하고 오래된” 시설이라지만 사실은 한 40년 정도된 기계로 염색을 하는데 깊이있는 인디고 블루 색을 내기 위해 최소한 16회, 때로 30회씩 물감에 담근다. 직조기가 오래돼 천의 폭이 좁기 때문에 에비수 바지 한벌을 만들려면 원단이 최소한 3야드는 필요한데, 결국 뒷주머니에는 멋진 갈매기를 수 놓고는 635달러를 받는 것이다.
그래도 이 청바지는 소매 매장에 진열되자마자 팔려 나간다.
일리노이주 하일랜드팍에서 ‘E 스트릿 데님’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는 토마스 조지는 다양한 스타일이 반짝 유행했다 결국 사라지는 것을 지켜봐 오며 내린 결론이 “블루 진에는 더이상 디자인할 것이 없다”라고 말한다. 그래도 업계의 골리앗들인 ‘OP’나 ‘캘빈 클라인’은 새로 ‘럭서리 데님’을 추가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시어즈’ 나 ‘월마트’에서 몇십억달러어치를 파는 ‘캘빈 클라인’으로서는 럭서리 데님으로 성공해야 5,000만달러정도 매출에 불과하겠지만 소비자가 있고, 시장이 커가니만치 뛰어들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기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맨처음 프리미엄 청바지에 관심을 갖게 한 것이 바로 캘빈 클라인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소비자들은 왜 그런 비싼 값에 청바지를 사는 것일까? ‘피즈버그 진스’ 주인인 로렌스 스캇은 고급 청바지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는 싸구려 청바지나 마찬가지로 바지를 입었을 때 뒷모습이 예뻐야한다는 점이라고 단언한다. 제 아무리 특수한 염색을 하고, 꼼꼼하게 바느질과 장식을 하고, 레이블이 고급이더라도 엉덩이가 예뻐보이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은희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