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녀를 저토록 깊은 낭떠러지로 밀어 버렸는가. 1990년대 인기 포문을 열어젖힌 당대 최고의 배우로,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국민배우로 군림했던 최진실(36)이 아니었던가.
1988년 MBC 드라마 ‘한중록’을 통해 데뷔한 이래 2000년 12월 프로야구 스타 조성민과의 결혼,부럽도록 행복해 보였던 2002년에 이르기까지 무려 14년의 철옹성 같은 인기 구축은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파경과 이혼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들려오는 유쾌하지 못한 잡음과 실랑이는 지난날의 이미지를 여지없이 할퀴었다.
데뷔 초기 한 전자회사의 CF에서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앙증맞은 카피로 일약 광고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최진실에게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치명적인 일이 되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진실은 고혹적인 매력과 숨 멎을 만큼의 미모로 대중에게 다가선 것은 아니었다. 진실되고 통통 튀는 깜찍한 매력으로 일상성의 마력을 강력하게 발휘한 연기자였다. 대중은 브라운관 속의 최진실이 마치 자신과 일상을 공유하는 듯한 착각에 빠질 만큼 생활 속에 존재하는 연기자로 여겼으니 그 인기의 강도는 남달랐다.
브라운관 속에서 존재하는 소박하고 서민적인 최진실의 이미지는 실제 일상에서도 그 연관성이 뚜렷하다. 가난과 가정에 대한 소중함을 일찌기 경험했던 그녀였기에 저축상을 수차례 받을 만큼 ‘또순이’로 통했다. 뿐만 아니다. 평소 사람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지금은 종영되었지만 국군 위문 프로그램으로 유명했던 ‘우정의 무대’ 녹화장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다. ‘행운의 화살’ 코너에 출연한 최진실은 두 명의 군인 중 한 사람의 손을 올려 휴가증과 데이트 선물을 주게 되었다. 사회자가 최진실에게 손을 들어 달라는 말을 수차례 했지만 그녀는 군인의 손을 꼭 쥔채 한참 동안 울먹이고 서있는 바람에 NG가 났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어떻게 한 사람만 휴가를 보내요,도저히 못하겠어요”라는 말이 되돌아와 현장 스태프들을 감동시킨 적이 있었다. 그런 최진실이었기에 오늘의 이 파국이 참으로 안타깝다.
대중의 인기를 얻는 일이란 어려운 일이지만 그 인기를 잃어버리는 것은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법이다. 결과론적으로 말하건대 최진실의 옆에는 이 진리를 터득하고 내일을 예측하는 현명한 자가 단 한사람도 없었던 셈이다.
/연예칼럼니스트·www.writerk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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