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골을 뽑아낸 그리스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우승후보 0순위 1-0 격침
카리스티에스 헤딩 결승골
유럽축구 대이변 4강올라
전통강호‘유럽 빅5’
한팀도 4강 못올라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잉글랜드에 이어 프랑스까지.
대 파란의 장으로 화해가고 있는 200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가 이번에는 디펜딩 챔피언이자 최고 우승후보 프랑스를 이변의 제물로 삼켰다. 대회 8강전 2번째 경기에서 ‘다크호스’ 그리스는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히던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를 침몰시키는 대회 역사상 최대 파란을 일으키며 4강에 진출했다. 이로써 유로 2004는 1960년 대회가 시작된 지 44년만에 처음으로 유럽축구의 ‘빅5’가 4강에 한 팀도 오르지 못한 대회로 기록되게 됐다.
패배가 확정된 후 고개를 떨구고 침통한 표정으로 필드를 떠나는 아트사커 지휘관 지네딘 지단.
25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벌어진 2번째 준준결승에서 그리스는 후반 21분 안젤로스 카리스티에스의 천금같은 헤딩골로 결승점을 뽑아 거함 프랑스를 1-0으로 침몰시켰다. 대회 개막전에서 개최국 포르투갈을 격파하며 시작된 그리스 돌풍은 이제 세계 축구역사에 남을 대 이변을 통해 태풍으로 위력이 커졌다. 프랑스를 상대로 통산 7번째 대결만에 첫 승(1무5패)을 따낸 그리스는 다음달 1일 준결승에서 체코-덴마크전 승자와 결승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2002 한일월드컵 조별예선 탈락의 수모를 씻고 유로 2연패를 도전하고 나섰던 프랑스는 복병 그리스의 덫에 걸려 A매치 22경기 무패행진에 제동이 걸렸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과 유로 2000 우승 등으로 세계축구를 풍미했던 ‘아트사커 황금시대’의 막을 내리게 됐다.
절대 열세가 예상됐던 이날 경기에서 그리스는 수비진이 완벽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스트라이커 티에리 앙리를 앞세운 프랑스 공격의 예봉을 누그러뜨리며 역습을 노리는 작전으로 나섰다. 그리고 전반 15분 프리킥에 이은 문전혼전에서 결정적인 득점찬스를 잡았으나 볼이 골라인에 걸치며 불과 몇 cm차로 아깝게 선취골을 놓쳤다.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린 프랑스는 이후 공세로 나서 경기의 주도권을 잡는 듯 했으나 특유의 아트사커 위용을 보이지 못한 채 종종 그리스의 반격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설마 했던 이변을 현실로 만든 결승골은 후반 21분 터졌다. 그리스의 주장 데오도로스 자고라키스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뒤 프랑스의 베테랑 수비수 비센테 리자라쥐 머리를 넘기는 절묘한 크로스를 올렸고 순간적으로 수비 마크를 뿌리친 카리스티에스가 공중으로 솟구쳐 오르며 날카로운 헤딩슛으로 골 오른쪽 상단을 꿰뚫었다. 골키퍼 파비안 바르테스는 꼼짝할 겨를도 없었다.
이후 프랑스는 루이 사하, 실뱅 빌토로드, 제롬 로탱 등을 잇달아 투입하며 결사적으로 동점골 사냥에 나섰으나 후반 42분 앙리의 면도날같은 헤딩슛이 오른쪽 골포스트를 스치며 빗나가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아 2002 한일월드컵에 이어 2연속 메이저 대회에서 기대보다 훨씬 빨리 짐을 꾸려야 하는 비운을 맞았다.
<김동우 기자>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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