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뉴욕에 살아왔는데 제가 한인사회를 위해 미력하나마 봉사할 기회를 갖게돼 기뻐요.
1928년생으로 올해 76세인 서예가 이기향씨는 코로나 경로회관(관장 소강석)과 플러싱 경로센터(대표 임형빈)에서 매주 한차례씩 무료로 서예를 가르치는 ‘할머니 선생님’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강원도 강릉이 고향으로 서울서 살다가 4남매 중 막내아들이 컬럼비아 대학원에 유학 온 것을 계기로 86년부터 뉴욕에서 살고 있다.
이기향씨는 해방 이전에 경포초등학교에서 붓을 잡기 시작, 44년 강릉공립고등여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붓글씨를 배웠다. 당시 제가 붓글씨를 잘 쓰자 학교 대표로 대동아전쟁 선전포고문을 쓰게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며 졸업 후 곧바로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우느라 오랜기간 붓을 들지않다가 80년대 초 자식들이 다 크고 난 뒤에 다시 붓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서울 태릉서 동네 어린이 15명 정도를 모아 서당을 차리고 아이들을 지도하기도 했는데 86년 뉴욕으로 오면서 다시 서예와 멀어졌다. 아무래도 낯선 곳에 사느라고 너무 바빠서 틈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99년 경로회관에 노인 서예반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는데 당시 90세된 분이 붓글씨를 지도하고 있어서 어려움이 많았어요. 결국 제가 그 서예반을 맡아 지금까지 노인들을 가르치게 됐습니다. 그리고 2002년 11월부터는 임형빈 회장님 부탁으로 플러싱 경로센터에서도 서예반을 운영하고 있고요라고 말했다.
특히 이씨는 해방전 교육을 받은 덕분(?)에 한글, 한자는 물론 일본어 서예에도 능하며 미국에 와서는 영어 서예 필체도 익혔다. 이러한 실력이 알려지자 각종 국제 서예전에 초청됐고 지난해 3월에는 한국문화예술연구회 소속 작가로 정식 증서를 받기도 했다.
호는 연당(蓮堂). 또 2002년 중한서화명가 교류전에 참가했으며 지난해 10월 국제중국해협 양안저명서화가 우수작품 순회전 평가위원회로부터 국제서화예술명인으로 증서를 받기도 했고 도쿄와 홍콩 등의 전시회에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장래준 기자>
jraju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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