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법의 성 ‘Magic Castle’일일수강기
즘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마법사가 선망의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들이 마법사의 길을 걷기로 했다는 보도는 범인들의 마법사에 대한 관심을 부추긴다. 돈과 인기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마법사는 연예인과 비슷한 면이 있다. 차이라면 아무리 벗겨도 그 속을 결코 알 수 없는 점이라고 할까.
연말 모임이나 생일 파티가 열릴 때 마법사들은 인기 최고다. 비교적 쉬운 카드 트릭 몇 가지만 보여줘도 그 주변에는 파티 인파가 발 디딜 틈 없이 둘러선다.
손병철(26, 세일즈맨)씨 역시 이제껏 TV나 영화, 공연을 통해 마법사들을 보아오면서 항상 마법의 세계에 관심을 가져왔다. 할리웃 기슭의 ‘마법의 성’(Magic Castle)에 마법을 가르치는 클래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스승을 찾아 길을 나섰다.
공주가 갇혀 있을 것 같은 마법의 성에 들어서자 안내원은 책꽂이를 향해 “열려라 참깨(Open Sesame)”를 외치라고 알려준다. 시키는 대로 했더니 신기하게도 책꽂이가 문으로 변해 그를 받아들인다. 벽에 걸려 있는 그림의 눈동자도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붉은 커튼에 짙은 나무 인테리어로 꾸며진 이곳의 분위기는 동화 속에서 그려왔던 ‘마법의 성’ 그대로다.
오늘 그에게 마법 클래스를 가르쳐 준 마법사는 제프 에젤(Jeff Ezell). 한 수 배우러 왔다는 미래의 제자를 대하자 그는 밑도 끝도 없이 선서부터 하라고 종용이다. 배우러 온 사람이 사부가 시키는 것을 안 할 수가 있나. 무조건 손을 들고 선서 자세를 취하자 그는 “이곳에서 배운 것을 절대로 밖에 나가 말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따라하라고 시킨다.
뭐 얼마나 대단한 것을 가르치겠다고 이 난리인가 싶었지만 그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선서를 마치고 났더니 제프는 카드를 자유자재로 만지며 가장 쉽고 빨리 배울 수 있는 ‘수녀들의 트릭(Nun’s Trick)’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처음 얼이 빠져 귀신에 홀린 듯 그를 지켜보던 손병철 씨는 카드 한 장 한 장을 보이며 어떻게 그런 효과를 낼 수 있는가를 듣고 기가 막힌다. 어쩜 그렇게 감쪽같이 속일 수가 있는 건지.
마인드 트릭은 더 신기하다. 마음속에 점지한 카드를 관객들에게만 보여주고 난 뒤 다른 카드와 섞어 놓아도 그는 앞에 앉은 이의 눈을 한참 들여다 본 뒤에 그 카드가 무엇이었는지를 알아맞힌다. 정말 마음을 읽기라도 하는 걸까.
카드 트릭은 열심히 연습만 하면 2-3년 안에 사람들 앞에서 멋지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마법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34년 째 되는 그이지만 아직도 매일 2-3시간 씩 카드 트릭을 연습한다고 하니 세상에 공짜는 정말 없는 것 같다.
제프는 또 다른 기술을 보여주겠다며 밧줄을 하나 떡 꺼내더니 묶었다 풀었다, 두 줄로 만들었다 다시 한 줄로 만들며 사람 정신을 쏙 빼놓는다. 아무리 속임수를 찾아내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켜봐도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종이를 잘라 눈을 내리게 하는 마법이나 꽃들을 비둘기로 만들어 날리는 마법은 난이도가 한참 위라 감히 배울 생각도 못했다. 관객 중에 여자 하나를 나무 상자에 넣어 칼로 잘라도 말짱한 마법 역시 서당 개 3년은 넘어야 배울 수 있는 기법.
그가 마법사가 된 사연이 재미있다. 7세 때 TV에서 전설적인 마법사 덕 해닝(Doug Hanning)의 쇼를 지켜보던 그가 여동생을 나무 상자에 들어가라 하고는 톱을 들어 TV에서 본 것을 그대로 따라하려던 찰나였다. 마침 집에 돌아온 어머니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혼비백산.
꼬마 소년의 열정과 관심을 파악한 그녀는 마법에 관한 책과 카드를 사주었고 그날로부터 열심히 연습한 제프는 오래지 않아 자신의 집 차고에서 마법 쇼를 펼쳤다고 한다. 그 동네 어린이들이 코흘리개 입장료 25센트를 갖다 바치며 그의 쇼를 구경했다고 하니 될 성 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 하나도 틀린 게 없는 것 같다.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서울에서 마법을 공연하기도 했던 그는 손병철 씨를 가르친 것을 대단한 인연으로 여겼다.
“마법을 믿느냐(Do you believe in magic)”는 질문에 그는 “마법의 마음을 믿는다(I believe in the mind of magic)” 는 아리송한 말은 남긴다. 마법사가 되어 가장 좋은 점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란다. 손병철 씨는 어린 시절부터 마법사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었다. 눈을 내리게 하는 마법은 그에게 있어 오래도록 진실이었다. 생 기초 마법을 배우고 돌아오는 그는 머리 속에 맴도는 의문 한 가지, “이 세상에 사랑과 희망이 넘치게 만드는 마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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