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김정일 정권의 독재체제 유지를 보장해준다는 것은 매우 비민주적인 생각이라고 황장엽(80)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31일 주장했다.
황씨는 이날 자신을 초청한 단체인 비정부기구인 디펜스포럼이 주최한 `미국이 북한에 대해 알 필요가 있는 것(What America Needs to Know About North Korea)’이라는 제목의 오찬 강연회에서 북한의 인권침해, 기아, 군사독재, 핵무기, 테러, 마약 등의 문제는 김정일 독재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북한이 핵무기 개발 계획을 포기하면 김정일 독재의 유지를 보장해주겠다는 일부 세력의 태도는 매우 비민주적이라면서 왜냐하면 그들은 북한 일반주민의 주권을 희생하면서 독재자와 흥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 주민들만이 독재체제를 폐기하고 민주적 체제를 만들 권리가 있으며 어떤 다른 세력도 그 문제에 관해 독재자들과 흥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 북한에 핵무기를 포기하는 조치를 취하면 북한의 안전을 다자틀 내에서 서면으로 보장해주겠다고 제의했으며 북한은 이 제안을 고려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황씨는 북한의 민주화 전략을 4단계로 설명했다. 그는 ▲ 첫째 협동농장을 개인의 자영농으로 변화시키는 등 김정일 독재체제내에서 허용될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개혁을 시작하고 ▲ 둘째로 김정일 독재체제를 폐기하고 개혁과 자유화 정책을 실현함으로써 남북한의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추구하는 것 ▲ 셋째는 정치, 경제, 문제 등의 면에서 남북간의 격차를 줄이고 통합하는 것 ▲ 넷째 단계는 남북간 경계선을 없애고 하나의 중앙정부를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김정일 독재체제를 제거하려는 확고한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어 미국이 핵심 역할을 하는 국제적 협력이 필요한 것이라면서 중국도 북한 독재자와의 관계를 끊고 국제 민주세력과 협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씨는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마이클 그린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국장과 만나 북한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 황장엽씨 디펜스 포럼 연설 전문
한국은 미국과 동맹강화로 국익 챙겨야
1.김정일 독재정권 제거
북한에 존재하는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김정일 독재정권이다. 스탈린주의, 그리고 봉건적이며 가부장적인 전체주의와 혼합된 이 독재는 최악의 것이다.
스탈린주의에서는 공산당의 수반이 당을 대표하는 최고 지도자로서 당과 전 노동계급을 독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김정일 독재 체제 아래서는 ‘위대한 지도자(수령)’가 최고 지도자일 뿐 아니라 공산당을 조직함으로써 대중과 노동계급을 구출하는 절대적 위치에 있다. 이러한 체제 아래서 대중은 위대한 지도자의 자산으로 여겨진다.
인권, 핵무기, 테러리즘 등 북한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들은 김정일 독재체제에서 비롯된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북한에 민주제도를 건설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수 있다.
그러나 김정일 독재 체제를 유지한 채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민주주의의 원칙에 근본적으로 위반되는 생각이다. 역사적으로 북한 독재자들과 경제적,정치적, 군사적 협력 관계를 가진 나라들은 자국민을 의식적으로 무장해제 시켜 민주제도를 약화시켰다.
북한은 변화가 없었으나 한국은 친북 반미 세력의 증가로 민주주의가 약화됐다.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을 요구하는 인간에게 가장 적합한 제도다. 민주주의 원칙을 따른 다는 것은 인간 생존 자체를 지켜나가는 것이다. 아무리 평화가 소중하다 해도 민주주의를 희생할 수는 없으며 민주주의를 대적하는 군사적 세력은 민주사회의 군사력으로 맞서야 한다.
국가 존엄성은 민주 원칙의 핵심이기 때문에 존엄성의 주체인 북한 주민을 독재자와 구분해야 한다. 핵무기를 포기하면 김정일 독재정권 유지를 보장해 줄 수 있다는 일부의 태도는 북한 주민의 존엄성을 희생해 독재자와 타협하는 매우 비민주적인 생각이다. 또 이것은 북한 민주화를 이루는 절차도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 북한 민주화 전략
먼저 김정일 독제체재 아래서 허용될 수 있는 최소한 경제 개혁을 실시해야 한다. 이것은 사회주의 시스템인 협동농장 체제에서 농장 사유화로 전환되는 것을 말하며 소상인이나 소규모 비즈니스의 활동의 자유을 보호하고 10명 이하의 종업원을 둔 중소기업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김정일 독재 체제를 위협하지 않고 주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다.
김정일도 경제 개혁의 필요성을 시인했다. 경제개혁만으로는 북한 민주화가 힘들지만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활동과 여행을 억압당한 상태에서는 반정부 봉기를 유도할 수 없다. 그러나 만일 주민의 반이 경제적 자유를 누린다면 이를 통해 주민간 정보 공유와 조직, 협력이 가능해진다.
경제 개혁과 함께 전례가 없는 인권침해 상황에서 북한 주민을 구하는 것이 시급하다. 북한 민주화를 위해 북한에 대한 지원을 지배 계급의 범죄적 행위와 연관시켜야 한다.
두 번째는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남북 통일을 위해 김정일 독재체제 해체와 개혁과 정책 자유화를 시행하는 일이다. 노동당 등 독재 유지에 필요했던 모든 조직을 제거하고 대신 과도정부를 세워야 한다. 5년 이하 임기의 행정부 수반을 세우고 의회를 조직, 균형과 견제의 원칙이 적용되는 의회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노동당은 경제, 문화, 교육 등 주민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대중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남북간 현 국경은 유지하되 자유로운 통행과 협력, 교환은 보장돼야 한다.
두 번째 단계의 실현은 남북통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이 단계가 가장 힘들고 중요하다. 첫 번째 단계에서 두 번째로 나가기 위해서는 북한 내부로부터의 민주화와 외부로부터의 압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세 번째 단계는 납구간 정치, 경제, 문화면에서 차이점들을 줄여가는 일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연방제 도입도 가능하다.즉 자본, 기술 등 전문적인 분야가 북한으로 이전시켜 민주화를 돕고 양측간 협력을 도모해야 한다. 이것은 남북간의 갭을 줄이기 위한 목적에서 필요하며 북한 주민의 GNP를 한국의 80%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
네 번째 단계는 남북간 경계를 없애고 단일 정부를 세우며 주변 4대 강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3. 북한 민주화를 위한 국제 협력
한국전쟁은 단순히 내전이 아니라 국제전이 되었다. 자유민주세계의 승리로 냉전은 끝났으나 북한은 독재체제를 강화한 채 민주사회인 한국과 대치하고 있다.
국제적 협력과 단결은 북한 문제와 관련 매우 중요하다. 북한은 외세를 배제하고 남북간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것은 무력 통일을 원하는 북한의 전략이다. 친북 그룹도 이러한 주장에 동조하면서 반미, 반일본주의로 향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민주주의가 보편화된 시대에 살고 있으며 미국은 민주화의 지평을 넓히는데 크게 기여한 국가다. 미국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키는데도 기여했다. 지난 50년간 미국은 한국의 자유와 안전, 경제 발전을 위해 협력해왔다.
미국은 김정일 독재체제를 제거하려는 확고한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미국이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한 것이다.
만일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피하기 위해 미국과 상관없이 북한 독재자와 관계를 정상화하려고 하는 것은 유괴범과 흥정하려고 하는 짓이 될 것이다.
한국으로서 미국과의 동맹 강화는 민주사회와 국익을 지키는 일일 뿐 아니라 인류를 위해 가장 옳은 방법이다.
테러의 뿌리는 독재다. 테러와의 전쟁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은 독재를 대항하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누구도 세계화를 막을 수 없다. 이것은 민주 원칙에 의해 실현된다. 테러와 싸우며 세계 민주화를 이루려는 미국의 전략은 미국 뿐 아니라 전 인류에 유익이 된다.그러므로 미국적 민주주의의 가치와 힘을 체험한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공고히 해야 하며 테러와의 전쟁을 도와야 한다.
김정일 독재체제는 중국에 충성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또 반미, 반민주 성향의 독재자들이 중국으로부터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범죄집단 수준에 이를 정도로 악명높은 북한 독재자들과 동맹을 맺고 있는 것은 수치스런 일이며 자국의 민주화를 위해서도 도움이 안된다.
북한 민주화를 위해 중국이 북한 독재자와의 관계를 끊고 국제 민주 세력과 협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이미 지적됐다.과거에는 약소국들이 살아남기 위해 강대국간의 분쟁을 이용했지만 이제는 시대착오적인 것
이다.
올바른 방향은 전세계의 민주화를 위해 서로 협력하는 것이다. 이것만이 민족간의 차별을 없애고 약자와 강자의 갭을 줄이며 인류가 공영할 수 있는 길인 것이다.
4대 강국에 휩싸인 한국은 세계 민주화와 자국민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인류사회의 책임있는 멤버로서 이들과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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