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바람을 피우는 것은 아닐까?’
자신의 배우자가 혹시 다른 이성과 불륜관계 특히 성 관계를 갖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심을 극도로 심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이를 흔히 의부증 또는 의처증이라 한다. 의처·의부증은 정신과적으로는 망상장애의 한 종류로 분류되며 잘 낫지 않는 골치 병이다.
■의처·의부증이란?
정신의학적으로 망상장애, 특히 질투형 망상장애로 분류한다. 구체적인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배우자의 부정에 대해 확고한 신념과 생각, 감정 등을 가진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의처·의부증이란 진단을 내린다.
특히 의처·의부증 환자는 처음에는 자신에 대한 배우자의 사랑이 지나쳐서 그렇다고 생각하기 쉽다. 또한 정상적인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배우자를 의심하다가도 아니라는 증거를 들이대면 이를 받아들이나 의처·의부증 환자는 아니라는 증거를 제시해도 믿지 않고 오히려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다는 증거를 찾고 싶어한다.
이혼하면 증상이 없어지나 재혼하면 다시 발병하는 것이 의처·의부증이다. 의처·의부증 환자는 고학력, 상류층에 많아 나름대로 논리가 정연하고 배우자의 부정에 대한 그럴듯한 증거들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특징이 있다. 의처·의부증은 대부분 35-55세 중년에 발병하며 남자가 여자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거의 알려진 바가 없으
며 배우자와 격리되거나 숨진 뒤에야 해소될 수 있는 무서운 병이며 배우자를 살해하기도 한다.
■증상
의처·의부증을 갖게 되면 먼저 배우자를 의심하여 이를 감시, 감독한다. 수시로 전화를 하게되고 때로는 도청을 하거나 미행을 하게된다. 그리고 계속해서 배우자에게 부정을 실토하라고 추궁하게되며, 어떤 경우에는 배우자의 부정을 빌미로 폭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일상생활을 하면서 남편(부인)이 길을 가다 이웃집 여자(남자)에게 인사를 한다던가, 어쩌다 집에 잘못 전화가 걸려오던가 심지어는 세수를 하는 행동까지도 이를 부정한 행동과 연관시키고 이를 빌미로 배우자에게 폭언을 퍼붓기도 한다.
의처·의부증 증상을 지닌 사람들은 일상생활이 정상인 것처럼 보이나, 고민이 많고 우울해하며 이유 없이 자신의 배우자가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는 그릇된 생각, 곧 망상을 갖게되며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소한 증거를 모으기도 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증거 없이 자신의 생각만이 주를 이룬다.
■어떤 사람이 잘 걸리나
의처·의부증은 성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잘 걸리는 사람으로는 어려서부터 까다롭고 무슨 일이든 그냥 넘기지 못하며 곰곰이 생각하거나 지나칠 정도로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 꼽힌다. 다른 사람의 태도나 행동에 대해 예민하고 과장해서 생각하는 사람, 이기적이고 쉽게 앙심을 품으며 불평이 많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대개 융통성이 없고 남을 잘 믿지 못하며 참을성이 없다. 논쟁적이고 타협을 모르며 작은 실수나 남이 한 행동에 대해 절대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지나치게 의존적이거나 샘이 많고 독점력이 많은 여성도 마찬가지다.
심리적 상황도 발병에 영양을 미친다. 예를 들어 샘이 많은 성격에 열등감까지 겹쳐 자존심이 손상을 입었을 때 배우자가 마음에 안들 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성장과정에서 부모가 적대적이고 지배적이어서 아이에게 두려움이나 불안감을 느끼게 한 경우, 구박을 많이 받고 자란 경우에도 심리적 원인으로 작용한다.
■치료
의처·의부증은 치료가 매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처·의부증 환자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의사에게 데려가는 일부터가 힘들기 때문이다.
치료로는 약물, 정신, 가족, 부부 치료 등 다양한 방법이 사용된다.
약물치료는 향정신성 약물을 한 달간 투여하면 의심이 줄어든다. 약 복용은 증상 개선에 따라 점점 줄이며 이후 상담 등 정신치료를 해야 한다.
정신치료는 환자들의 특징이 사람에 대한 불신과 열등감이 많다는 점을 감안, 비판이나 설득대신 단호한 태도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의처·의부증은 가족, 부부 치료가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도 의처·의부증일까?’ 체크리스트
1. 과거 배우자의 외도를 발각해 시인 받은 적이 있다.
2. 현재 배우자가 외도를 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다.
3. 하루의 많은 시간을 배우자에 대한 생각으로 보낸다.
4. 결혼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의를 지키는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5. 외도를 한 사람은 꼭 그 만큼의 대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6. 배우자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다.
7. 배우자가 바람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주변에 공개한 적이 있다.
8. 배우자의 핸드폰, 소지품 혹은 차안을 가끔 점검한다.
9. 배우자가 외도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 날 수 없다.
10. 배우자의 외도는 직감으로 알 수 있다.
11. 부부는 서로의 행적에 대해 알고 살아가야 한다.
12. 밝혀지지 않은 외도문제로 부부 사이가 2주 이상 냉전상태
에 있었던 적이 있다.
13. 외도를 확인하느라고 이틀 이상 잠을 안 재운 적이 있다.
14. 외도한 증거를 주변 사람에게 상세하게 말한다.
15. 배우자에게 의심한 것이 잘못되었다고 사과를 한 적이 있다.
*채점과 평가
1, 2번은 각각 -4점, 3~6번 1점, 7~13번 2점, 14~15번 3점으로 채점한다. 총점이 4~6점이면 의심단계, 7~12점일 경우 의처·의부증 증상을 의심할 수 있는 단계, 13점 이상이면 의처·의부증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연창흠 기자> chye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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