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 한미식품상협회의 내분이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지난해 9월 선거로 새 회장단이 출범한지 1년이 다 돼 가는데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법정소송과 골 깊은 분열로 협회가 중증의 절름발이 상태이다. 협회는 기본적으로 회원의 권익증진과 친목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것인데 식품상협회가 지금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지난 82년 남가주 한인식품 및 주류업 소매상인협회로 시작되어 역사가 20년이 넘고, 회원수가 3,000~4,000을 헤아리는 막강한 단체가 소모적인 집안싸움으로 지리멸렬해 진다면 한인사회로서도 여간 큰 손실이 아니다.
식품상협회의 삐걱거리는 모습은 최근 가짜 담배 소송건을 둘러싸고 다시 한번 여실히 드러났다. 가짜 담배를 판매했다며 한인업주가 필립 모리스에 의해 소송 당하는 케이스가 지난해 가을부터 하나둘 나타나더니 지난 6월 무더기로 제소되면서 현재 가짜 담배 소송건에 걸려 있는 업주는 300명 수준에 달한다. 이유야 어떠하든 이렇게 많은 회원들이 곤경에 처했다면 식품상협회로서는 보통 큰일이 아니다. 협회가 한마음이 되어 대처한다 해도 거대한 공룡기업인 필립 모리스와 싸우는 일은 역부족이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식품상협회와 산하기구인 LA지부는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협상 창구를 이원화하고, 소송대응을 함께 한다, 따로 한다 하며 혼선을 빚어 회원들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그뿐이 아니다. 주 의회가 추진중인 주류세 인상 법안과 관련해서는 일부 지부들로 구성된 가주 한미식품상협회 챕터위원회라는 조직이 협회와 상의도 없이 단독으로 통과저지 로비를 벌일 예정이라니 내분도 이 정도면 너무 심하다. 모두가 현 집행부에 대한 지지·반대 파벌 짓기의 여파이다.
식품상협회의 내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협회의 덩치가 커지면서 크고 작은 싸움이 그치지 않았다. 표면적 이유들은 달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은 파벌간의 해묵은 감정싸움이자 감투싸움이다.
이민자로서 소매상을 하려면 서러운 일도 많고 힘든 일도 많다. 담배주류통제국, 보건국, 경찰, 국세청 등 정부기관들의 까다로운 규제, 공급업체의 차별을 혼자 버티기는 힘들다. 회원들의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가이드가 되어주는 것이 협회의 일차적 의무이다. 아울러 수천 회원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협회의 할 일이다. 공동구매 등 야심 찬 사업계획들이 왜 흐지부지되고 말았는지 짚어보아야 하겠다.
비즈니스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주먹구구식으로는 비즈니스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회원들은 전문적 정보와 안내를 그 어느 때보다 필요로 한다. 협회 지도부가 감투싸움만 할 때가 아니다. 식품상협회가 회원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단체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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