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돌풍처럼 왔다가 돌풍처럼 돌아갔다. 그의 말 맞따나 걱정만 한 보따리 싸왔다가 희망만 안고 돌아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의 걱정어린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미국에서 일주일을 노심초사하며 알차게 보내고 그에 걸맞는 성과를 내고 갔다. 여태까지 그의 반대자였던 나는 그에게 처음으로 아낌없이 기립박수를 보낸다.
노대통령의 이번 방미에서 최대의 성과는 사전에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자기 개인의 자아(ego)를 죽이고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한 나라의 대통령답게 일사불란하게 계획을 수행해냈다는 것이다. 불신에 가득 찬 눈초리로 그를 주시했던 미국행정부와 언론 및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그는 용감하게 "52년 전 미국이 아니면 나는 지금쯤 정치범 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등의 파격적인 언급을 했다. 절대로 즉흥적으로 한 표현이 아닐 것이다.
한마디로 그의 전략은 "절박한 상황은 절박한 수단을 부른다"로 요약된다. 그는 딱 떨어지게 잘 짚었고 그리고 성공했다. 파격적인 와해의 제스처로 선수를 쳤고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다. 두어 달 전까지만 해도 "노무현의 민족주의 성향은 오싹하다" 라는 표현까지 하던 미국 언론도 녹았다. 그 짧은 시간에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주목할 점은 미주 동포사회와 한국의 상반되는 반응이다. 미 동포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내는 한편 한국에선 정치 언론 학계에서 여기저기 꼬집고 툴툴거린다. ‘굴욕외교’란 소리도 들린다.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이 지금 어떤 상황인가. 북핵 위기로 전쟁발발 소문이 끊임없고 복합 후유증으로 경제가 파탄일로에 놓였다. 노대통령이 본국의 비판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 내가 반미발언을 했더라도 비판을 들을 것이다" 라고 일소에 부친 것이 너무나 믿음직스럽다.
해외에 나와 있는 한국인들에게, 특히 한국의 장래를 이끌게 될 유학생들이나 귀국하면 국외사회를 가르치게 될 방문학자들에게, 노대통령의 이러한 변신을 주목해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미국에서의 그의 변신은 너무나 당연한 의무적 과정이며 한국의 세계화를 위한 첫걸음이며 백문이 불여일견인 눈을 뜸이다. "과거에 나는 이렇게 말했었는데..." 하고 무작정 과거관리에 급급하다면 어떻게 더 나은 미래가 열리겠는가. 이점에서 노대통령은 일단 성공을 위한 시작을 했다!
그런데 언론을 통해서 보는 재미 방문학자들의 사고관점은 아직도 과거에, 특히 반미적인 집념에 붙들려 있는 것 같다. "미국은 로마제국처럼 망할 것이다" 라는 인용이나 "죽음과 저주의 시대를 넘어", "이라크 전쟁을 성전(聖戰)이라 부르는 부시 대통령의 착오 (그런 적이 없는데도)" 등등 방문학자들의 극단적 반미의 글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는 노대통령 방미 전야인 이주일 전에도!
그들의 발언의 진위 여부를 떠나 그들이 굳이 미국에 공부하러 와서 이렇게 반미 사상을 끈질기게 내세우는 목적과 성과는 무엇일까. 그들은 이른바 국제사회를 미국 사회에서 배우고자 한미 양국 정부의 막대한 비용으로 미국에 왔을 것이다. 놀러 온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아무리 미국사회에 불만이나 오점이 많더라도 "할 일에 집중’하여야하고, 미국이란 거대한 바위에 계란으로 돌팔매만 일삼을 것이 아니라, 그 바위를 어떻게 지혜롭게 잘 타고 오를 것인가를 연구해서 돌아가 한국사회에 전파하는 것이 그들의 학자로서의 궁극적인 의무가 아닌가.
우리 민족은 오천년 역사에 걸쳐 남의 나라를 한번도 지배해보지 못했지만, 수도 없이 짓밟히고 빼앗기고 능욕당하며 살아왔다. 설움과 한이 끝도 바닥도 없었다. 타국들에게 동족에게 당하기도 했고 심지어는 우리들의 통치자에게 당하기도 했다. 그래서 한국인들의 정서가 조그만 일에도 폭발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태도의 외골수로 나가는지 모른다. 이것은 곧 패배의 길이며 우리의 미래를 좀먹는 독이다! 우리는 언제나 기수를 돌려 희망과 약속의 새 길로 들어 갈 것인가.
새 길로 드는 길은 오직 세계화이며, 그것을 위해선 배우고 또 배워야 한다. 미국을 배우고 미국을 다루는 것을 배워야 한다. 진정한 승리자는 숙적 (宿敵)에게서도 배운다. 무차별로 선악 모두가 아니라 좋은 것, 필요한 것만 배우면 된다. 나쁜 것을 개의치 말라, 그것은 어느 나라에도 널려있고 한국에는 많다못해 넘쳐난다.
그 일주일은 한국인으로서 흐뭇한 날들이었다. 우리 나라 대통령이 와서 미국을 휘젓고 다니며 정치 경제 거물급들과 양국의 미래를 쥐었다 폈다도 하고, 삼엄한 호위를 받으며 미국의 노른자 도시들을 휩쓸고 갔다. 성과도 많았겠지만 속으로 느끼고 배운 바가 더 많았으리라. 우리도 그의 좋은 자세를 밀어주고 배우며 불평불만을 묻어버리고 긍정적으로 살자. 서로를 배우며 더불어 사는 모습으로 본국 한국인들에게 솔선수범 해보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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