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알려지지 않은 시인의 시를 빌려 글의 화두(話頭)로 합니다.
"사방이 링인 적이 있었다/ 싸우고 싶지 않지만 싸움이 되는 때가 있었다/싸움인 줄 몰랐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코피가 터져 있을 때도 있었다/ 나는 이제/ 훅도 제법 날릴 줄 알게 되었고/ 맷집도 이만하면 좋아졌는데/ 나를 자꾸 내려오라고/ 게임은 이미 끝이 났다고"
<부전패>라는 이 시가 문득 우리 한인들 자화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역 학벌, 인맥의 험한 장해물을 넘어 과거 운동권들과 함께 청와대에 입성하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하여 이곳 동포들도 처음에는 신선함과 불안감등 복합적인 표정들이었습니다. 물론 생산에만 눌려 있던 제대로 된 분배와 인성회복을 위한 새 세대의 소리 없는 혁명이라고 표현한 분도 있었습니다.
그런 대통령께서 미국 방문하심에도 전과는 차별화 된 느낌입니다. 미국의 영향력 없이 대통령이 되신 분, 난생 처음으로 미국에 오시는 모국의 대통령, 저희로서는 기쁜 소식인 서울과 자매도시인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시는 점, 물론 실리콘-벨리 라는 실리 때문이겠지만, 제 소견으로는 잠시 만이라도 LA 한인타운에 들리시어 4.29 폭동에도 굳건히 일어선 그들을 격려 해주셨으면 합니다. LA는 한인 경제력의 상징이기도 하고요.
한참 선거운동 중에 어느 기자가 이제 고인인 좌익운동을 하던 노후보의 장인문제를 거론했을 때 "그러면 내가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라는 말입니까?" 그 때 저는 이념적인 생소함을 떠나서 대통령의 따듯한 심성을 보았습니다. 독재 정권들 시대에는 그놈의 연좌제 때문에 미국에서 공부를 끝내고도 고국에 돌아가기를 포기한 인재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고국에서는 외형적인 경제문제, 북한의 핵문제, 보혁의 첨예 대결 등에 온 신경을 쓰고 있기에 인본주의(人本主義) 퇴색에는 소흘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인도네시아 고급식당 앞에 써 붙인 한국인 출입금지, 한 예만 더 들겠습니다. 며칠 전 한국신문에 실린 어느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의 글을 소개하지요. 불국사에는 한국초등학생들이 김밥과 과자들을 집어 던져 수라장이었는데 선생님은 더럽혀진 주위를 그냥 두고 학생들을 인솔하고 가버렸습니다. 이를 보고있던 일본 선생은 일본초등학생들에게 "조선은 옛날 우리의 하인과 같은 나라였는데 지금 좀 잘산다고 저 모양이구나. 하는 짓을 보니 저러다가 다시 우리 하인이 되고 말 것 같구나" 일본아이들은 선생의 지시도 아닌데 음식 부스러기를 주워서 쓰레기통에 담았습니다.
여선생에게 커피한잔 부탁했다가 결국은 자살한 교장 선생님이 있는가 하면 귀엽다고 방치해둔 어린이와 탈 권위주의에 도전하느라 정신 없어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 못하는 선생님들을 한탄하는 교장선생님이 있습니다.
집단 이기주의도 법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한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처럼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타국을 사는 동포들의 처지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이곳을 방문한 문인 중에 저희 친구 집에 초대되어 격조 있는 대화를 나누고 돌아갔습니다. 후에 방문한 동포 집에서 밤새 대마초를 피우다가 여기저기 쓸어져 자더라는 소설을 만들어 문학상까지 받았습니다. 픽션인데 뭘 하겠지만 모국에서는 재미동포들을 그런 눈으로 보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제 다른 친구의 아들이 미국 명문대학을 졸업한 후 한국어도 배우고 영어도 가르쳐 보자고 아버지의 나라에 나갔습니다. 그런데 3개월 체류 연장신청을 했더니 미국에서 태어났는데도 병역기피라고 출국 당했고 공항에서는 비자 날자가 하루 지났다고 벌금을 냈습니다.
이곳 동포들은 밤낮 없이 일하며 꿈속에서는 어김없이 고향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미국을 방문하는 모국동포들을 따듯하게 맞아 줍니다. 이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우리 모국 동포들과 해외 동포들은 서로 이해하고 따듯한 가슴으로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요즈음은 정말 안타깝습니다. 북한에서 핵을 들고 나와 신문 TV에서는 코리아, 코리아 소리가 계속되더니 이제는 남한 마져 최전방에서 4시간씩 동태가 되어 보초서는 미군들을(미군으로 군복무한 동포의 수기 중에서) 철수하라니 가뜩이나 경제적 불황에 시달리면서 미국인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동포들은 더욱 움츠리고 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모국을 위하여 간첩행위를 했기 때문에 구속중인 재미동포 로버트 김에 대하여 대통령께서는 미국정부에 간절히 청원해주시기 바라옵니다. 그것이 조국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의리라고 생각합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오심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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